[데스크칼럼] 킬러문항 배제, 공교육 정상화 반드시 성공해야
[데스크칼럼] 킬러문항 배제, 공교육 정상화 반드시 성공해야
  • 승인 2023.07.04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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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
교육데스크
대한민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최저, OECD국가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정부가 2006년부터 최근까지 수백조원을 투입,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출산율은 매년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한국의 저출산 요인은 다양하겠지만 과도한 사교육비가 주요 원인이란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의대 광풍에 학벌지상주의, 대학서열화, 대기업 선호현상이 심각한 사회에 학을 뗀 젊은층이 결혼을 기피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꺼려한다고 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대입수능에서 ‘킬러문항’배제를 지시하고 공교육 정상화 추진 방침을 밝혀 뉴스의 중심에 섰다. 대부분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킬러문항’배제와 과도한 사교육비 절감대책을 찬성한다고 한다. 반면 고액과외를 시켜온 학부모, 강남 대치동 학원가,야당은 킬러문항을 없앤다고 ‘사교육이 줄어들지 않는다, 변별력확보가 어렵다, 시기가 문제다’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기가막힐 노릇이다. 대입수능의 ‘킬러문항’은 사교육의 정점에 있는 결정체다. 한국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짧게는 초중고(12년), 길게는 14년이상을 대입수능 당일 하루를 위해 달려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행 입시에서 최정점에 있는 의대, 그리고 SKY 등 명문대 입학을 위해 어릴때부터 킬러문항을 풀 능력을 갖추기 위해 학생은 학원으로, 부모들은 학원들의 불안감 조성 및 달콤한 유혹에 빠져 학원(과외)비를 지출한다. 최상류층이야 적은 돈일수 있지만 중산층은 자녀가 1명이어도 학원비를 대려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데 자녀가 2명이상이면 허리가 휜다.

그나마 막대한 사교육비를 지출해 자녀가 원하는 대학, 학과에 진학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할 경우 부모와 자녀가 겪는 상실감은 표현하기 어렵다. 중산층 부모들은 10여년 이상을 사교육에 올인한 결과 불안한 미래가 현실로 닥친다. 이를 지켜보고 체험한 젊은층은 본인 삶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비혼은 물론 결혼을 해도 출산을 기피한다고 한다. ‘킬러문항’이 단순히 수능당일 한 두문제 차원이 아니다. 유치원부터 시작된 사교육비는 자녀가 중학교에 입학하고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재력이 있는 학부모들은 자녀가 중학교에 입학하면 곧바로 선행학습을 시킨다. 중3때는 이미 고교 전 과정을 한번 정도 훑은 상태다. 국영수 과목별 과외비는 중산층 학부모가 지출하는 동네학원비와는 차이가 엄청나다. 중산층 학부모들은 자녀가 고교에 진학하면 내신성적을 잘 받기 위해, 아니 최소한 뒤쳐지지 않기 위해 과외(학원)를 시킨다. 고교과정을 제대로 따라가면 어느정도 수준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큰 착각이다. 과거 성문영어, 수학정석을 달달 외우다시피해서 고득점을 받고 SKY에 입학 할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여기다 일부 고교는 내신성적을 산출할때 변별력이 필요하다며 중간·기말고사때 수학평균을 40~50점으로 맞추고 전교 1등도 70점을 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문제를 낸다. 과목별 맞춤형 과외나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과 고교에 입학해서 교과과정을 배우는 학생간의 간극은 극명하게 나타난다. 최상위층 학생이나 고난도 문제를 푸는 기술을 익힌 학생을 제외한 상당수 학생들은 고1이 되면 수포자(수학포기자), 국포자(국어포기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중고교때부터 고난이도 문제에 주눅이 든 학생들 상당수는 아예 킬러문항을 포기한다. 이같은 뿌리깊은 고난도 문제의 결정판이 대입수능 ‘킬러문항’이다. 최상위권(0.5~1%)학생, 그것도 의대 합격선을 가르는 킬러문항은 극소수만을 위한 문제라는 것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학벌지상주의, 대학서열화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킬러문항’배제만으로 사교육시장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이라도 바꿔나가야 한다.

2035년에는 학령인구가 25만명대로 줄어 수도권 대학도 학생모집이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과도한 사교육비로 인한 저출산이 지속되면 대학뿐아니라 사회전반 나아가 대한민국의 존망과도 직결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킬러문항’배제와 공교육 정상화 방침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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