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내부총질
[대구논단] 내부총질
  • 승인 2023.07.0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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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 변호사
최근 정치권에서 ‘내부 총질’이라는 말이 다시 회자하고 있다. ‘내부 총질’이란 적군을 상대로 총을 쏘지 않고 내부의 아군에 대해 총을 쓴다는 뜻으로 정치권에서는 상대 당에 대해 공격은 하지 않고 자기 당의 자기편을 공격한다는 의미로 사용되며, 자신보다 정치적 무게감이 더 나가는 존재를 상대로 정치적 비판을 하면서 몸집을 키우는 그런 정치적인 행위를 말한다.

물론 정치권에서는 당 내부비판을 종종 ‘내부 총질’이란 말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건전한 당내비판과 불순한 ‘내부 총질’은 그리 어렵지 않게 구별할 수가 있다. 건전한 당내 비판은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하면서, 좀 더 발전적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하는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당내 구성원들이 그 진정성에 공감하지만, ‘내부 총질’은 상대방에 대한 질시와 상대를 깔보는 오만함이 밑바탕에 깔린 상태로 표출되기 때문에 이에 분노한 구성원들로부터 극렬한 비난을 받는다.

정치적으로는 더는 존재감이 없다고 여겨지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0일에 한 유튜브에 출연해서 뜬금없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제게 물러나 달라고 했다”라며 당시 법무부 장관 사퇴가 본인 뜻이 아니고 문 전 대통령에 의해 해임되었다고 주장한 데 이어, 지난 3일 밤 KBS 방송에 출연해서는 자신이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났던 당시 상황에 대해 “이낙연 대표가 재보궐 선거 때문에 제가 퇴장해야 한다고 하면 안 됐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러한 추 전 장관의 좌충우돌식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조 모 의원은 “정치에도 금도가 있다. 정치가 아무리 비정하다지만 자기를 장관에 앉혀준 대통령까지 불쏘시개로 써 가면서 자기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비난했고, 최재성 전 정무수석은 “추미애의 내부 총질이 옛날 방식인데 왜 저러는지 저는 이해가 안 갑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추 전 장관의 내부 총질에 대해 한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추 전 장관은 지난 2021년 출간한 대담집 ‘추미애의 깃발’에서 “대통령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내용을 보고드리면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번 폭로는 자신이 했던 말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 힘에서도 추 전 장관을 능가하는 ‘내부 총질러’로 비난받고 있는 정치인이 있다. 한때 나름의 지지자도 있었던 사람이지만 자신의 SNS와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윤석열 정부와 윤 대통령을 향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신랄한 비난을 해왔다. 그가 했던 말을 반복해서 전하지는 않겠지만, 이러한 그의 발언에 대해 여권에서는 극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행 전 국민의 힘 비대위원은 “실물경제는 도대체 알지 못하는 경제학 박사이고, 정치적 위치는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자당 대통령의 공식 공격 저격수이며 그것으로 몸값을 올리려는 반국가세력에 앞장서는 사람”이라고 격하게 비난했고, 국민의 힘 이용의원은 “중국인 투표권, 후쿠시마 오염수, 사교육 카르텔 등 현안에 대한 논평은 국익은 안중에도 없는 저열한 민주당식 선동정치를 방불케 하고 있으며,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내부에 총구를 겨누며 무차별 난사를 가하는 어리광에 가까운 치기에 호응할 국민이 없다”라고 비판하면서 그를 정치협잡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국민의 힘 지지자들은 “내부 총질만 하는 자는 당장 국민의 힘에서 나가라”라고 그를 질타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고, 권력자도 비판할 수 있다. 이는 자유민주주의는 다름을 인정하는 다원주의가 작동하고 있는 정치체제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상대방과의 토론과 타협, 설득으로 국가와 사회를 위한 최선의 의사결정을 도출하는 것이기에, 여당이 야당을 향해서, 야당이 여당을 향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정치는 정당 내부에서 의사를 모으고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마땅히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

당내의 건전한 비판은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완곡한 표현으로 절제된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성찰과 쇄신을 가져오는 순기능을 하지만 상대에 대한 존경이나 배려심이 없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아군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저급한 내부 총질은 과격하고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인해 당 내외 공감을 얻기는커녕 순수성을 잃어버려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 좁게 만들고, 종국에는 이로 인해 자신의 정치생명도 끝나게 할 수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내부 총질러’라고 비난받는 이들은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탓하기 전에, 매번 싹수없이 말꼬리를 잡는다고 비난받는 것인지, 아니면 마치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늘 가르치려는 그 오만함으로 인해 비난받는 것인지 자신을 돌아보면서 그 이유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옛사람들은 우리에게 아무리 똑똑하다고 자부하더라도 세상의 모든 이치를 다 알 수 없고, 자신이 있는 곳이 세상 전부가 아님을 알고 늘 겸손하라는 의미에서 ‘우물 안 개구리는 큰 바다를 알지 못한다’는 가르침을 남겨주었다.

우물 안에 있는 개구리가 볼 수 있는 하늘의 크기는 그 우물의 크기만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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