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을 보며
[수요칼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을 보며
  • 승인 2023.07.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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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데씨제 대표, 인간공학박사
최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과 관련해서 여야의 논쟁이 뜨겁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현재 분위기는 조만간 방류를 강행할 것처럼 보여 씁쓸할 따름이다. 그러나 더욱 씁쓸한 것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방식이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와 논란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오염수 방류를 계획하였고, 방류를 실행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해왔었다. 그러나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방류에 대한 반대를 주장하기 위한 근거나 반박 등의 준비에 소홀했다고 판단된다. 그건 현 정부나 이전 정부 모두 마찬가지이다.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움직임은 이미 2019년도에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대응방식에는 어떠한 문제가 있는 것일까?
그것은 대응을 위한 과학적 근거 확보 노력들이 부족하였다는 점이다.
지금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미국 등을 비롯한 여러 나라로 방류 찬성을 이끌어 낸 근거는 결국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측면이다. 물론 여기에는 정치적인 로비나 협상 등의 존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근거 없이 어떠한 동의를 이끌어 내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더욱이 오염수 방출이 인류나 지구 생태계에 미칠 위험성을 감안한다면, 아무런 근거 없이 방출을 허용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사실 일본 오염수 방출 논란은 이 부분이 핵심이다. 과학적으로 반박할 자료, 즉 오염수 방출이 유해하다는 객관적 근거가 있다면 적어도 국제적으로 오염수 방출에 동의하는 현재 분위기는 조성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오염수 방출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입증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오염수가 인류나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측면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과학적 입증은 더욱 어렵다. 왜냐하면 과학은 통제 가능성이 곧 예측의 정확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본이 오염수를 방출하고 나서 생선을 많이 먹은 사람이 10년 후 암에 걸렸다고 하자. 그랬을 때 암의 발병 원인이 오염수 방출 때문인지, 아니면 그 사람의 생활 습관이나 기질적 측면이지를 구별해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즉 개인의 생활습관이나 기질적 측면은 통제 불가능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지금 IAEA 보고서도 마찬가지이다. 해당 오염수가 방출 기준에 부합한다고는 하지만, 그 기준에 부합한다고 해서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이 완전히 없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현재의 과학기술도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과학적 근거가 어떠한 선택과 판단을 할 때 가장 유용하고 객관적인 자료임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어떤 사안에 대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 확보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오염수가 미칠 유해한 가능성에 대한 근거 확보 노력이 미흡하였다. 오히려 과학적이기 보다는 감정적, 정치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는 어떠한 국제 사회의 동조나 설득을 얻어내기 어렵다. 좀 더 객관적일 필요가 있다.

오염수라는 표현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본고에서도 오염수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원전 처리수라는 표현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오염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염수라는 표현은 일본의 원전 처리수가 이미 오염된 물이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사안을 바라보기에 좋은 표현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만일 원전 처리수가 객관적으로 오염된 기준에 부합한다면 오염수라고 표현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정치인들의 감정적 대응 또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처리수를 마시는 퍼포먼스나 어떠한 근거 없이 처리수가 마치 인간에게 커다란 악영향을 미칠 것처럼 주장하는 것 모두 과학과 거리가 먼 행동들이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해서 엉터리 전문가 또는 과학자로 치부하는 것 또한 잘못된 행동이다. 과학자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것 역시 과학자들이 증명할 수 있는 것이지, 정치인의 영역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여야 모두 똑같다. 이러한 대응방식들은 오히려 국민들의 두려움과 불신만 조장할 뿐이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원전 처리수 방출을 지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전혀 득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처리수가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만들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우리 입장에서 전혀 득이 없고 실의 가능성만 있는 행동을 굳이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과연 감정적, 정치적으로 접근해서 처리수 방출을 막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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