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카르텔
[데스크칼럼] 카르텔
  • 승인 2023.07.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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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정경부장
카르텔(Kartell)은 네덜란드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17세기 문헌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오늘날 카르텔은 기업 연합의 형태로 정당한 경쟁은 하지 않으면서 독점적 수익을 올리기 위해 시행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사익을 챙기는 특정 파벌이나 조직을 일컫는 용도로 사용하는데, 정치 카르텔, 법조 카르텔 등을 들어본 적이 많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신임 차관들에게 “우리 정부는 반(反)카르텔 정부다. 이권 카르텔과 가차 없이 싸워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또 “민주사회를 외부에서 무너뜨리는 것은 전체주의와 사회주의이고 내부에서 무너뜨리는 것은 부패한 카르텔”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과외산업과 연관된 사교육에 대해서도 카르텔로 간주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었다. 사회 어느 곳이던 카르텔이 없을 듯 하고 정당한 카르텔이 아닌 부당한 카르텔은 없애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동안 국민들이 부당함을 많이 느껴온 카르텔은 따로 있는 것 같은데 느닷없이 교육카르텔이 나오니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지 못한 것 같다. 수능시험을 앞 둔 수험생과 부모들의 심기만 불편하게 했다는 박한 평가도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재정준칙을 법으로 도입하려는 모양이다. 기재부는 IMF 자료를 인용해 재정준칙을 도입한 국가들의 재정 건전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독일은 재정준칙이 시행된 2011년 GDP(국내총생산) 대비 정부 부채가 79.4%였는데, 5년 뒤인 2016년 69.0%로 10.4%포인트 낮아졌고 덴마크도 2014년 재정준칙을 도입할 때 정부 부채가 GDP의 44.3%였는데, 5년 뒤엔 33.6%로 10.7%포인트 개선됐다는 것. 스위스·네덜란드도 재정준칙 도입 5년 만에 정부 부채가 각각 12.1%포인트·16.1%포인트 줄었다. ‘부채 브레이크’로 불리는 재정준칙은 전 세계 105국이 도입했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선 한국과 튀르키예만 도입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국은 나랏빚이 10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재정 건전성 ‘위험 신호’가 켜진 데다, 2025년부터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기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 복지 지출 증가로 정부 부채가 더 늘어나기 때문에 나라 살림 빚에 대한 제동장치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는 논리다. 기재부는 국회의원에 대한 설명회도 30회 이상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재정준칙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현재 국회는 정부가 넘긴 예산을 증액을 할 수는 없고 감액만 할 수 있다. 국가 채무 60% 이상을 초과할 수 없도록 재정준칙을 법률로 만들면 코로나 재난지원금 같은 것도 국가채무 조항에 걸려 지원하지 못할 수 있다. 건국대 최배근 교수는 한 인터넷 방송에서 “재정준칙을 법률로 정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한 나라도 없다. 경제 상황에 따라 재정 수지는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는데 재정준칙이라는 족쇄를 채워 재정 관료들이 가지고 있던 권한을 대통령도 건드리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정은 공공 영역에서 사회의 공공성을 위해 돈의 배분을 하는 공적 금융, 즉 퍼블릭 파이넌스다. 기본적으로 시장의 영역에서 발생한 불평등을 해소시켜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영역이다. 불평등을 완화시키기위해 세금을 걷고 최저생계를 보장해 준다. 건전한 재정은 수익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고 그 방법으로 수입을 더 늘리는 방법도 있는데 재정준칙은 지출을 줄이는 방법을 쓰라는 것이다. 지출을 줄이게 되면 대개 취약계층들이 타격을 보게 마련이다. 가계와 기업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데 정부까지 돈을 쓰지 않으면 성장률은 더 낮아진다.

IMF 시절 다른 나라들은 정부 지출을 크게 늘렸지만 문재인 정부는 국가채무가 늘어난다는 비판에 경기부양을 위한 국고투입을 적게 했다. 코로나 이후 다른 나라들은 막대한 자금이 풀린 탓에 인플레가 심했지만 한국은 물가인상폭이 그나마 적은 편이었다. 다른나라들이 하는 것처럼 정부지출을 늘렸다면 현재 경기불황에다 인플레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었을 것이다. 재정준칙을 만든다, 안만든다, 세계적 추세가 이렇다, 저렇다 하는 말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경제학자가 수없이 많고 경험 많은 경제관료가 수두룩하지만 미래를 제대로 맞추는 이는 잘 없어 보인다. 윤대통령 말대로 카르텔만 제대로 잡아도 경제발전은 빠르게 갈 것 같다. 문제는 ‘과연 어느 카르텔을 잡아야 할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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