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아버지한테서 받은 선물이
붓 한 자루라고 하고
또 누구는 '너는 책과 살아라.'가
마지막 말씀이라고 한다
모두들 아버지로부터 대단한 것들을 받았다
나도 아버지로부터 받은 게 있다
열두 살 때 내 키에 맞춰 만든 나무지게 하나
신기해서 그걸 메고 좋아했었다
그렇게 시작한 짐 져 나르기
일찍부터 훈련 시킨 아버지의 고육지책
아픈 선견지명
황제에겐 청룡 검이거나 투구 같은 것
부처님은 금란가사
우리 초동樵童들은 도포라고 불렀다
◇ 김연대= 경북 안동 출생. 1989 《예술세계》 등단. 시집 『꿈의 가출』 『꿈의 해후』 『꿈의 회향』 『아지랑이 만지장서』 『나귀 일기』
아시아시인작가협의회시예술상, 녹야원문학상, 이상화시인상 수상
<해설>
지게를 도포, 라고 불렀다는 마지막 한 행이 이 시의 압권인 듯 가슴을 친다. 아무 근심 걱정도 없는 신선의 도포로 생각한다면 무리한 생각일까? 힘이 있다고 지게로 무게 나가는 짐을 잘 져 나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게질이 몸에 배어야 한다. 지게의 크기도 사람의 키에 알맞아야 한다. 아무튼 그러한 것들은 지게를 주로 사용해 본 사람만이 아는 철학이다. 아버지의 고육지책 아픈 선견지명이 어느 정도는 빗나갔기에 시인은 책과 붓을 선택하게 된 것 아닐까? 자세한 연유는 알 수는 없지만, 함께 땔나무 하던 아이 중에는 현재 농경에 종사하는 친구들도 있을 수 있겠다. 어쩌면 시인은 지게를 떠나지 못하거나 그들을 부러워하는 건 아닌지. -<박윤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