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무어라 중얼거리는 마음의 저편
돌 속의 바다가 길을 내어
하나의 나뭇잎이 출렁일 때마다
떨어지는 물방울
이마에 솟아올라 떨어지는 물방울
행방을 찾아가는 머나먼 길
어느 날 샘물가에서
목이 말라 퍼마시던 한 바가지의 물
그 물을 되찾아오기까지
걸어서 헤매야 할 머나먼 길
길 위의 나무 한 그루… …
※이어령 에세이집 표제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에서 따온 것임.
◇서지월=1955년 대구 달성 출생. 1985년 ‘심상’ 및 1986년 ‘한국문학’ 신인 작품상 시 당선으로 등단. 시집 ‘소월의 산새는 지금도 우는가’, ‘백도라지꽃의 노래’, ‘나무는 온몸으로 시를 쓴다’. 2013년 연변과기대 및 평양과기대 총장으로부터 중국 연변 <민족시문학상> 수상.
<해설> 약력이 화려한 시인이다. 그만큼 많은 문단 활동을 해온 시인이다.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을 두고 길을 연상하고 그 길을 찾아가는 여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일단은 운율이 살아있다. 현대시에서 간과하기 쉬운 운율을 동어반복이나 종결어미의 반복 혹은 점층의 기교를 살리지 않고서도 시를 읽어 내려갈 때 리듬이 느껴진다는 것은, 언어에 윤활제를 발라 리듬의 옷을 입히고 있기 때문이다. 나뭇잎에서 “돌 속의 바다가 길을 내어”를 연결하는 한 행 “무어라 중얼거리는 마음의 저편”은 낯선 두 문장 사이를 물 흐르듯이 연결하고 있다. 물방울-길-샘물-나무가 자연스레 연결되면서 시인은 길 위의 나무 한 그루가 된다.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리는 그 현상 하나가 시인의 상상을 데리고 지구 반대편 혹은 우주 저 너머를 휘젓고 있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