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무리한 기소’ 지적에도… 警 마약사범 불법체포 대법 상고
검찰 ‘무리한 기소’ 지적에도… 警 마약사범 불법체포 대법 상고
  • 이지연
  • 승인 2023.07.1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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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적법성 여부 따지느라
정작 마약사범 수사는 ‘뒷전’
警 “위법 우려에 더 진행 못해
무죄 확정시 수사 재개할 것”
마약사범을 불법 체포한 혐의로 재판받던 경찰이 항소심서 무죄 판결을 받자 검찰이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경찰 수사의 적법성 여부가 사법부 판단을 받게 되면서 중지됐던 사건 재개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의 상고에 따라 그간 증거 능력을 잃었던 압수물과 혐의에 대해 다툴 수 있는 시점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구고검은 독직폭행과 직권남용체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북경찰서 경찰관 5명에 대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되자, 대법원에 상고했다고 18일 밝혔다. 형사상고심의위원회 심의 결과, 상고 제기 의견으로 의결함에 따라서다.

이들 경찰관들은 지난해 5월 경남 김해의 한 숙박업소에서 필로폰 판매와 불법체류 혐의가 있는 태국인 A씨를 체포하면서 신체를 여러 차례 발로 밟거나 경찰봉 등으로 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불법체류로 체포한 이후 확보한 마약으로 현행범 체포한 혐의도 받았다.

앞서 대구고등법원은 지난 12일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출입국관리법과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A씨를 현행범 체포한 것은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범인에게 수갑을 채운 것만으로 상황 종료로 보기 어렵고 당시 현장이 매우 어두웠던 점을 고려하면 마약 사범들을 더욱 확실하게 제압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검찰은 A씨에게 체포 이유와 변호인 조력권, 진술 거부권 등을 알리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고 영장없이 사후 수색한 마약을 근거로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적법 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지검은 해당 경찰관들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구속된 태국인 A씨 등 3명을 석방했다. 이후 이들 중 2명은 본국으로 추방돼 자유인이 됐다.

그 뒤 A씨는 마약 밀수 혐의로 다시 구속돼 징역형을 선고받아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A씨는 밀수 혐의가 인정돼 수감됐지만, 또다른 마약 판매 및 투약 혐의에 대해서는 아직 법원의 판단을 받지 않은 상태다. 수사과정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 경찰관들이 사법부 판단을 받는 동안 A씨의 범행에 대한 법원 판단도 당연히 미뤄졌다.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압수된 마약류들도 그대로 보전돼 있다.

당시 강북서 경찰관들은 A씨 등 마약사범 3명을 급습하던 현장에서 필로폰 113g, 합성마약인 야바 1천156정을 확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4천여 명이 동시 투약 또는 흡입할 수 있는 양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A씨를 조사하던 과정에서 추가로 인지한 사건도 수사가 중지된 상태다. A씨 등 일당이 체포될 당시 대구로 이동하면서 자동차 뒷좌석에 몰래 숨겨뒀다가 경찰이 추가로 확보한 마약은 현재 압수물창고에 보관 중이다.

또 별건으로 일명 ‘던지기’ 수법으로 유통하려다 압수한 마약도 있다. 압수한 마약류를 국과수에 성분 감정을 의뢰한 결과 필로폰으로 확인됐다.

박성훈 강북경찰서 형사과장은 “아직 경찰관들에 대한 사건의 유무죄가 확정되지 않아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 주장처럼 불법체포로 수집한 증거라면 추가로 인지한 사건도 결국 위법한 수사가 될 수 있어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 사건이 무죄로 확정된다면 적법한 수사로 재개해 A씨를 추가 조사한 후 병합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행을 앞두고 검찰이 경찰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며 일각에서는 애초 검찰의 무리한 기소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윤정·이지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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