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떠나고 묵혀둔 시골집
우산풀 개망초 환삼덩굴 우거진 마당
귀퉁이에 숨은 봉숭아 주머니
씨앗 받아
베란다 화분에 얹었더니
올해 핀 꽃에서 부뚜막 냄새가 난다
주황꽃에서 엄마 손톱이 보인다
꽃이 그리워하는 건 고향 집 마당일까
엄마 목소리인가
별빛 담은 소주잔이
바다를 건너가고 있다
◇서정윤= 1957년 대구 출생. 1984년 ‘현대문학’추천 완료. 시집 ‘홀로서기 1’ 외 다수. 현재 종합문예 교양지 계간 ‘연인’ 편집 고문.
<해설> 애틋한 시다. 엄마가 떠나고 없는 잡풀 우거진 집 마당에서 시인은 봉숭아꽃을 만난다. 여러 풀에 밀려 구석에서 핀 꽃. 여문 씨를 시인은 따서 호주머니에 넣고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베란다 빈 화분에 앉혀 둔다. 그렇게 피워낸 봉숭아꽃을 보면서 시인은 부뚜막에서 아들의 고픈 배를 위해 음식을 차려내던 엄마의 노고를 떠올린다. 그런 엄마는 지금 가고 없다 시인은 그 봉숭아 꽃잎을 따서 엄마의 손톱을 물들여 드릴까도 생각하지만 둘러보니 덩그러니 혼자다. 이때 꽃이 그리워하는 것이 고향 집 마당인 것을 알게 되고 별빛 담은 소주잔이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바다 위로 띄워진다는 진솔한 고백을 털어놓는다. 이때 시인의 눈물은 소주처럼 맑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