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교권 침해에 대한 고민
[교육논단] 교권 침해에 대한 고민
  • 승인 2023.07.2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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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대구영선초등학교 교사, 교육학 박사
서울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교내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정확한 사망 경위가 밝혀지지 않았다지만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의 유족은 학급 내 학부모들과의 마찰에 대한 수사를 요청한 상황이다. 학부모의 지속적인 악성 민원으로 시달림을 당한 것이 아니냐는 거다. 수사의 결과를 확인해야 하겠지만 가슴이 아프다.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수십 대를 맞고, 발로 밟히고, 욕설을 들으면서, ‘살아야겠다’라는 생각했다던 교사 이야기가 나온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다. 학교 교실에서, 아이들 앞에서 그런 생각을 할 만큼 추락한 교권이 안타깝다.

교사 앞에 드러누워서 사진을 찍고,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말을 했다고 담임에게 손찌검하거나, 톱이나 칼로 협박하고 상해를 입히는 등 교권 침해의 상황은 날이 갈수록 심화하는 모양새다. 학부모의 부당한 민원, 모욕, 폭행 등은 이제는 시시한 주제다. 교사에게 향하는 이러한 폭력들은 교사가 가르칠 권리,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을 넘어서서 사람으로서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방지를 위하여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교육활동의 유형을 추가하고, 교육활동에 대한 침해 학생과 교사를 즉시 분리하는 것, 학생에 대한 특별교육을 부여하는 것, 일련의 조치에 따르지 않는 학생에 대한 징계 등을 정비하였다.

최근에는 교원의 정당한 지도에 불응해서 의도적으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것도 교육활동 침해 행위로 규정되었다. 수업을 방해하는 것이 교육활동 침해 행위로 규정이 되어야 한다는 현실이 슬프지만, 이러한 법이 갖추어져야 이를 토대로 생활 지도를 정당화될 수 있다. 생활 지도 역시 어떻게 해야 할지 녹록지 않지만, 일단 정당화는 된다.

이 방안에는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를 끼치는 학생에 대해서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그 사항을 작성하도록 제안된 부분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아직 어떤 식으로 반영될지 공청회를 거치고도 이후 뚜렷한 방향이 없다. 올해 초 불성실한 태도의 학생에 대하여 자신이 가르치는 교과목에 대한 평가로 부정적인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한 교사에 관한 기사를 보았다. 자녀가 대입에서 피해를 봤다며 이 교사를 상대로 학부모가 민사 소송을 제기했는데, 각종 수업 기록, 통화 녹음 등으로 승소한 사건이다. 현실이 이러한데 과연 교육활동을 침해한 학생에게 어떻게 기록이나 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성희롱 문제가 이슈화되었던 교원능력개발평가도 예년과 같이 실시된다. 학생들이 교원 대상의 서술식 평가 기술에 있어서 신체 부위 비하 등의 성희롱을 한 사건들이 떠들썩했었는데 해당 프로그램을 보완하여서 실시된다. 프로그램에서 서술형 문항을 쓰기 전에 엄정한 조치를 할 거라는 경고 문구를 삽입하고, 욕설과 비속어 등 금칙어 목록을 추가하여 필터링을 강화하였다고 한다. 이걸로 충분한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교사의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목적은 훌륭하지만, 교사의 인권 보호 측면의 고민도 더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많은 학자가 연구를 통하여 각종 교권 침해 사안이 발생하면서 교사는 좌절감, 무기력감, 교직에 대한 회의, 낮은 자기 효능감, 심리적 소진, 교권보호위원회의 구속력 미흡에 따른 좌절, 관리자의 역할 부재에 대한 실망감 등을 얻게 되며, 이는 교사의 문제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직접적, 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 그래서 결국에는 교육력 저하를 가져오게 되는 현상을 밝히고 있다.

이들은 교권의 확립을 위하여 적극적 법령적 개선 및 매뉴얼의 개발은 물론, 교권보호인력과 절차상의 형식성 타파 및 전문성 확보 등을 조언하기도 하며, 행정적 차원에서 지역사회가 교사에 대한 낮아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교권 침해에 대한 고민은 그 목적이 단순하게 교사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에 한한 것이 아니다. 교권에 대한 침해는 결국 교사가 담당하는 교육활동 전반에 대한 침해이며, 이는 학교 교육에 대한 훼손으로 이어진다. 학교 교육을 제대로 세우기 위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는 점에서, 교권에 대한 고민은 교육공동체가 함께 이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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