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걸(乞)
[좋은 시를 찾아서] 걸(乞)
  • 승인 2023.07.2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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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동 시인
이사동 시인

 

걸, 닳아진 무릎이지

비굴해야 밥을 살아갈 수 있지



밥이 어디 뿔에만 들이받히겠어

흘림체로 쓴 문장 한 줄이 갯골을 환하게 하고

사행에 깃든 힘이 갈지자를 바로잡는다



걸, 사방을 목탁 소리로 채우고

당겨 읽으면

물고기 발음이 걸리고



뿔 고집으로 날아간

은화 지느러미가 걸린다



소 무릎 펴주고

등에 올라타

피리나 불고 다닐걸






◇이사동= 2007년 ‘시와사람’ 등단. 시집 ‘물렁한 통증’(세종문학나눔도서 선정).



<해설> “걸, 닳아진 무릎이지/ 비굴해야 밥을 살아갈 수 있지”이러한 놀라운 인식에서 시인이 얻는 직관의 힘은 시의 전부일 수도, 최종 목적지일 수도 있다. 이사동 시인의 시 첫 연에 보태어진 다른 묘사들은 단지 양념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갯골을 환하게 하고, 갈지자를 바로 잡는 ‘걸’, 사방을 목탁 소리로 채우고, 당겨 읽으면 물고기 발음이 걸리는 ‘걸’, 뿔 고집으로 날아간 은화 지느러미가 걸린 ‘걸’, 소 무릎 펴주고 등에 올라타 피리나 불고 다닐‘걸’, 그 외에도 무수한 상상의 ‘걸’은 독자의 몫이어도 좋고 뿔에만 들이받히는 게 밥이 아님을 시인은 줄곧 ‘걸’이라는 글자를 쓰고 풀고 매듭지으면서 시의 말로 형상화하고 있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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