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의 빨래는 산
손에는 도끼를 들었다
연못 얼음 깨고 담그는 손등은
쩍쩍 갈라지고
시할머니 실례한 바지 들고
언제 봄꽃 필까
두드리는 방망이질
거동 불편한 시할머니 방
언 손이 개킨 옷 들고 들면
내 손 당긴 무릎 틈
따듯하다
속았제! 한마디에
찔끔 눈물
주르르
◇안지원= 약력 밀양 출생. 본명 안재경. 계명대학교 졸업(문학사, 행정학사). 제1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논픽션 부문 가작. 2019년 계간 ‘문장’신인상으로 등단. 자서전 ‘마음속 깊은 곳의 추억’과 자전소설 ‘마음속 깊은 곳의 추억·2’ 이 있음.
<해설> 시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대한 여러 가지 답 중에서 “기억에의 향수다”라는 측면에서 보면 안지원 시인의 시는 명쾌하다. 어린 나이에 부모에 의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신랑의 얼굴도 못 보고 혼례를 올렸을 것이고 층층시하의 시어머니를 모시고 대가족의 일원이 되어 한겨울이면, 언 손 호호 불며 엄청난 양의 빨래를 했을 것이다. 그런 경험의 한 토막을 아련한 향수처럼 그려놓고 있다. 안지원 시인은 늦은 나이에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들어가 두 개의 학위를 받았다. 공직에 근무하던 남편의 뒷바라지는 물론 자녀들이 공부를 마칠 때까지 한시도 경제활동을 멈추지 않은, 억척같은 우리네 어머니들의 전형적인 삶을 살아왔다. “속았제!?” 언 손 잡아주며 시할머니가 건넨 그 한마디가 위트 담긴 위로를 넘어 그를 오늘의 시인이 되게 한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