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속았제!?
[좋은 시를 찾아서] 속았제!?
  • 승인 2023.07.2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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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원 시인

머리 위의 빨래는 산

손에는 도끼를 들었다

연못 얼음 깨고 담그는 손등은

쩍쩍 갈라지고

시할머니 실례한 바지 들고

언제 봄꽃 필까

두드리는 방망이질

거동 불편한 시할머니 방

언 손이 개킨 옷 들고 들면

내 손 당긴 무릎 틈

따듯하다

속았제! 한마디에

찔끔 눈물

주르르

◇안지원= 약력 밀양 출생. 본명 안재경. 계명대학교 졸업(문학사, 행정학사). 제1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논픽션 부문 가작. 2019년 계간 ‘문장’신인상으로 등단. 자서전 ‘마음속 깊은 곳의 추억’과 자전소설 ‘마음속 깊은 곳의 추억·2’ 이 있음.

<해설> 시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대한 여러 가지 답 중에서 “기억에의 향수다”라는 측면에서 보면 안지원 시인의 시는 명쾌하다. 어린 나이에 부모에 의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신랑의 얼굴도 못 보고 혼례를 올렸을 것이고 층층시하의 시어머니를 모시고 대가족의 일원이 되어 한겨울이면, 언 손 호호 불며 엄청난 양의 빨래를 했을 것이다. 그런 경험의 한 토막을 아련한 향수처럼 그려놓고 있다. 안지원 시인은 늦은 나이에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들어가 두 개의 학위를 받았다. 공직에 근무하던 남편의 뒷바라지는 물론 자녀들이 공부를 마칠 때까지 한시도 경제활동을 멈추지 않은, 억척같은 우리네 어머니들의 전형적인 삶을 살아왔다. “속았제!?” 언 손 잡아주며 시할머니가 건넨 그 한마디가 위트 담긴 위로를 넘어 그를 오늘의 시인이 되게 한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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