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인권이 강화됨으로써 과거 일부 사랑의 매를 빙자한 폭력적인 교사들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고, 그 동안 자녀들의 교육에서 소외되어 있던 학부모들도 자녀들에 대한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자세하게 알게 되는 등의 긍정적인 측면이 많이 나타난 반면, 일부 학생들의 인권 강화를 빙자한 교사들의 정당한 지도를 무시하는 일과 자기 자녀의 입장만을 강조하는 일부 극성 학부모들이 교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관여하면서 정당한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학교에서는 암암리에 학부모들이 그들이 교육공동체의 일부라는 것을 핑계로 가진 정보망을 통해 교사들의 담임배정과 학년 배치 및 수업방식까지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도 한다.
이와 같이 극히 일부의 일탈이라고 치부하기 어려울 정도로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교권 무시(無視)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많은 교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가 학생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한 사건과 또 다른 초등학교 교내에서 임용 2년차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각종 교권침해 사례가 봇물 터지듯 알려지고 있는 내용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지도 및 학부모와의 소통 과정에서 폭언·폭행이나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가 늘고 있으나 마땅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었다. 이는 2021년 교권보호위원회가 심의한 교육활동 침해 2천269건 중 7.5％(171건)는 학부모 등 보호자에 의한 침해로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라는 교육부와 현직 교사들의 분석과 함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해 9월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2.9%가 아이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아동학대로 의심받아 신고당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는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특히 이번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교사의 경우 흔히 자기 주관이 뚜렷하여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할 말은 하고 산다는 MZ세대이다. MZ세대 교사조차 무엇 때문인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학교 현장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오늘날 우리 교육 현장이라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이 비록 일부 학생이나 학부모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하여도 교사를 자기 자신이나 자녀들의 인성이나 지식을 함양시켜 앞으로의 삶을 의미 있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스승으로서의 인도자라는 인식보다 단순히 자신들이 납부하는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근로자로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지식이나 전달해주고 자신들을 요구에 순응하는 피고용인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것이 오늘날 우리 교직사회의 민낯이라고 한다. 오직하면 교사들 사이에서 폭언·욕설이나 악의적인 아동학대 신고등과 같은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들을 일컬어 ‘명퇴 도우미’,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학부모에게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거나 고소를 당한 것을 두고 ‘기분 상해죄’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고 하니 이 얼마나 통탄할 일인가.
이번 젊은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사건을 계기로 폭발하고 있는 각종 교권침해사례로 인해 교육당국에서는 학생인권조례의 개정을 추진하는 등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학생 또는 학부모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인권이 강조되고 학부모들의 과도한 간섭으로 인한 학교 현장에서의 교실 붕괴, 교권추락 등의 이야기가 우리사회에 회자되기 시작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학교 당국과 교육당국은 학교 평판과 다른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핑계로 감추기에 급급하였고, 어쩌다 외부로 알려지더라도 잠깐 대책을 마련한다고 야단법석을 떨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만 것을 수없이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만큼은 교육당국에서 어떤 핑계도 대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그 원인을 밝히고, 또다시 교육 현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교직은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 사회에서 존중받고 선망하는 직업의 하나였다. 따라서 교사로 교직사회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가히 살인적인 경쟁을 통해 선택된 일부의 젊은이들만이 새내기 교사로 교단에 등단하게 된다. 이와 같이 많은 청년들이 교직에 입문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치르는 가운데 학교 현장의 많은 교사들은 조건만 주어지면 교직을 떠나기 위한 명예퇴직 바람이 거세게 일어난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번 교권추락 문제와 함께 진지하게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시대의 흐름이 변함에 따라 더 이상 교직은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직업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교육이 붕괴되면 그 사회의 미래는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임을 우리는 망각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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