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자연과 어우러진 소소한 일상 이야기, 죽다 살아난 꽝꽝나무가 말했다 "포기하지마 인생"
[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자연과 어우러진 소소한 일상 이야기, 죽다 살아난 꽝꽝나무가 말했다 "포기하지마 인생"
  • 김성미
  • 승인 2023.07.2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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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회귀’ 루소 철학 담긴 가창 ‘루소숲’
인공 시설 없는 자연 그대로 야외학습장
참가자들과 맨발로 걸으며 자연철학 전파
추위에 죽은 꽝꽝나무 다시 심어봤다
어린잎 나더니 10년 지나도 푸릇푸릇
포기하지 않는 자세 중요성 일깨워줘
요즘 학생들, 사랑 주기보다 받기 익숙
물 주고 분갈이 하고…식물 기르게 하자
생명 존중 마음 배우고 감수성 커질 것
루소의숲1
달성군 가창면에 있는 ‘루소숲’을 찾은 사람들이 숲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루소의 숲 이야기

대구에서 공기 좋고 조용한 곳 중의 하나인 달성군 가창면을 지나다보면 ‘루소숲’이라는 표지판을 볼 수 있다. “루소라고?”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지나칠 수 있는 곳이다.

지난 6월 말 그곳에 다녀왔다. ‘루소숲’은 대학에서 루소 철학을 전공한 김동일 전 수성대학 교수가 운영하는 곳이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루소의 철학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분이기에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김 교수는 50대 때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에 은퇴 후 새롭게 다시(re) 타이어(tire)를 갈아타고 즐겁게 살 곳을 마련했다. 그분의 리 타이어(re tire)는 새롭고 멋진 해석이었다.

나는 20여년 전 이곳에 대구시생태유아협회 회원들과 함께 방문했다. 인공시설이 없고 자연 그대로의 야외학습장이 특히 인상에 남았다. 그래서 나는 우포늪 부근에 있는 산에 바람 잘 통하고 멀리서 우포늪이 바라보이는 곳의 아주 작은 공간을 포크레인으로 긁어내고 야외학습장으로 만들었다. 김동일 교수의 야외학습장 흉내를 내 본 것이다.

20여 년 만에 이곳에서 부모교육원을 운영한 친구 유치원장을 따라가서 다시 한번 이곳 루소의 숲에서 교육도 받았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몸소 자연철학을 실행하는 김동일 교수의 삶이 멋져보였다.
 

루소숲2
작은 사진은 생태 교육, 숲 치유, 숲 상담,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루소숲 안내 표지판.

유치원 아이들을 둔 엄마들과 할머니 한 분이 함께 왔는데, 김 교수는 이날 숲 주위 교육장에서 참여자들이 신발을 벗고 맨발로 잔디밭을 걸으며, 잔디밭에 누워 하늘 바라보기를 한 다음 저수지 부근의 야외교육장에서 엄마들이 꿈을 가져야 한다는 강연을 하였다.

강연을 마치고 정성이 가득 담긴 건강한 밥상인, 연밥 점심을 먹은 뒤, 오늘 교육을 받은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다. 참여한 어머니들이 아이들 키우기에 바쁘게 생활하면서 자신의 꿈을 잊고 살았는데, 김 교수가 꿈을 소환하였기에 꿈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아이들과 함께 바쁘게 사는데 나의 꿈을 생각하다니 너무도 기쁘고 감동”이라며 20여명의 엄마들 중 여러 명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함께 감동한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포기하지마 생명

우포늪 인근 마을에서 태어나 살다가 아버지가 부산에 직장을 가지셔서 부산시 영도구 청학동에 몇 년 살았다. 어릴때부터 식물에 관심이 많았는지, 집 뒤 아주 작은 빈터에 토란들과 옥수수를 심었는데, 어느 날 밤에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불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태풍에 옥수수가 넘어져 있었다. 줄기가 꺾여 버린 것이다. 그 옥수수를 보고 많이 슬퍼 하던게 기억난다. 토란은 잘 살았지만~.

창녕의 우포늪생태관 앞에 있는 작은 동산에 눈에 띄지 않고 잘 살고 있는 꽝꽝나무가 한그루가 있다. 잔디밭 주위를 꽝꽝나무 울타리를 만들어 놓았는데 음지에 있던 추운 겨울에 두 그루의 꽝꽝나무가 죽어버렸다. 생태관에서 일하는 분이 죽은 그 나무들을 버리려고 했는데, 나는 혹시나 하여 한 그루를 심으라고 말했다. 죽은 그 나무를 심으라고 하니 일하는 분이 의아해했지만 나는 심으시라고 다시 한 번 요청했다. 두 그루 다 심으라고 하고 싶었지만 일을 많이 시키는 것 같아 한 그루라도 심으라고 하였다. 한 그루라도 살리고 싶었다. 혹시나 살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런 색을 띈 그 죽은 듯한 나무가 10년 정도 지난 지금 잘 살아가고 있다. 생태관 일을 그만 둔 지금도 한 번씩 생태관을 방문하면 유심히 그 나무를 쳐다보고 온다. 갑자기 그 나무가 부활한 것은 전혀 아니다. 작은 한줄기에서 녹색의 생명이 태어나고 또 태어나기를 오래오래 하였다. 큰 줄기에서 살아있는 녹색을 본 그때의 즐거움을 기억한다. 서서히 서서히 시간이 걸려 한쪽에서 푸른 싹이 나고 나고 하여 지금처럼 살아있는 것이다.

그 나무를 볼 때 마다 기다리고 포기하지 않음의 중요성을 느끼곤 한다. 언젠가 우포늪생태관 해설사들에게도 말하여 이야기가 있는 나무로 알려주고 싶다.

자살률이 높은 우리 청소년 아이들이나 어른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포기하지마 우리 인생, 우리의 삶” 이라고 크게 외치고 싶다.

세상에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물어보고 요청하자 내가 힘들다고. 날 도와줄 방법을 말해주고 알아봐 달라고~. 누군가는 지친 우리들에게 당신들에게 보호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런 분을 알게되면 말하고 싶다. “나에게 연락주세요. 친구가 되겠다고 같이 알아봐 주겠다”고.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따뜻한 마음을 갖고 나무를 포기않고 살리듯이 소중한 당신에게 도움이 되며 살고 싶다. 우포늪 꽝꽝나무가 오늘도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사랑의 적금 이야기

올해 7월 어느 날 환경교육 프로그램 제안을 위한 환경단체의 모임에 참석했다. 환경 프로그램에 대한 현직에 근무하는 선생님을 초빙하여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외부에 나가면 아이들에게 많은 위험이 노출되기에, 많은 선생님들이 가기 전과 간 후 공문 처리 등 일이 많은 외부 체험 활동보다는 찾아오는 강연을 좋아한다고 한다. 이해가 됐다. 우포늪에 체험활동을 하러 온 대구의 어느 아이는 모내기하려고 물을 가두어 둔 논물에 슬라이딩을 하는 것을 보았다. 작은 나무에(?)에 두 명이나 올라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무가 부러지고 아이들이 다칠까 봐 가슴 철렁했던 적도 있다.

환경교육 경험이 많으셔서, 초청된 그 선생님은 “요즘 아이들은 받기에 익숙한 아이들입니다. 사랑을 주기보다는 받기에 익숙한 아이들입니다. 그런 초등학교 학생들의 사랑 주기 경험을 키우는 방법은 식물을 가꾸는 것입니다”고 했다.

나는 매우 매우 동의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OECD국가에서 1위가 아닌가? 너무도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사실이다. 공부에 지친 우리의 아이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면 좋겠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표현하는 데 익숙치 않는 아빠들 특히 글쓴이를 포함한 경상도 남자들은 사랑표현에 약한 것 같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우면 동작으로의 표현은 조금이라도 쉽지 않을까? 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안아주자.

아이들의 사랑 경험을 위해, 아이들과 같이 가서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식물의 화분을 사게 하고 기르는 경험을 갖게하자. 어떤 식물이라도 상관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인 초등학교 때 사루비아꽃이 집의 화단에 있어 꿀을 빨아먹으며 신기해 하던 추억이 있다. 사루비아를 키우면서 작은 양이지만 꿀이 나오는 신기함을 맛보게 하면 아이들이 식물에 대한 관심을 키우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루비아도 좋을 것이고, 천연 설탕이라는 스테비아나 음악을 들려주면 춤을 춘다는 무초(舞草)도 좋을 것 같다. 스테비아는 잎 한 장을 다먹으면 쓴맛이 나니 조금만 잘라서 먹는 게 좋다고 40여년 부산 원예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식물을 가르치신 모만호 선배가 말씀해주셨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서도 화분을 사서 물을 주고 키우게 하면서 아이들이 즐거움과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게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도 소소한 즐거움을 만들어 주자.

그날 환경단체에 초빙되어 이야기를 해주신 정인지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강낭콩 씨앗을 화분에 심어 가꾸면서 꽃이 피는 과정, 열매가 맺는 과정을 보고 관찰하면서 너무도 좋아한단다. 집에 가서 엄마에게 자랑도 하고.

식물을 키우고 보살피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생명의 중요성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사회성도 키운다. 아이들이 다투어도 그 다툼이 크지 않고 서로 정리하니 그 모습을 보는 선생님이 감동을 받았다고 하였다. 상상만 해도 흐뭇한 모습이다. 자제분들이나 손자분들과 집에서 식물 가꾸기를 추천한다.
 

 
노용호<우포생태관광연구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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