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내리고 남루를 뉘는 저녁
숭숭 구멍 뚫려 찬바람 나들던 속내
다 읽으시고 촛불 밝혀 두셨습니까
어둠의 이마를 짚고
외시는 어머니의 천수경
밴댕이 속 이 고삐, 그 품에 풀어놓습니다
때 절은 손과 발, 가시 박힌 눈자위도
흰 새벽 등대로 서신 바다에
헹구어 또 아침을 여시겠지요
어머니, 날개깃 접고 내일을 기다릴게요
새날이 밝아오고
다시 천길 쑥구덩에 발걸음 뒤틀려도
멀어진 길 위에서 언제나
날 맞아주실 당신이잖아요
◇곽홍란=《매일신문》, 《조선일보》, 《국민일보》 신춘문예 동시, 시조, 시 당선. 시집 『글쎄, 그게 뭘까』, 『직선을 버린다』, 『환승역, 고흐』 등. 낭송시집 『행복한 동행』, 『가슴으로 읽는 따뜻한 시』 등이 있다.
<해설> 하 많은 하늘의 별 중에 어머니라 부를 별 하나를 점지해 두는 건 다행이자 얼마나 큰 위안인가. 어두운 길을 힘겹게 걸어가다가 어머니별을 만나면 누구라도 마음이 따뜻해질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모의 마음이 절절하다. 붙잡으려 해도 어느 순간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맞아야 하는 것이 부모와 자식의 이별인 것을, 어찌 그것을 인력으로 막을 수 있겠는가. 어머니는 늘 자식의 마음을 몸짓 눈빛으로 다 읽는다. 자식은 부모의 마음을 부모가 떠난 뒤에 어렴풋이 읽는다. 시인의 「어머니별」을 읽으니 어머니 살아생전 투정만 부리던 밴댕이인 나도 어머니별을 찾으러 가고 싶다. 하늘 맑은 날, 오지 산간의 연못에 가서 물에 뜬 어머니별과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눠도 보고 싶고.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