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교권회복 위한 유의미한 정책을 바란다
[교육논단] 교권회복 위한 유의미한 정책을 바란다
  • 승인 2023.08.0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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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대구영선초 교사
교육학 박사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위한 권리가 바로 ‘교권’이다. 교권은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육할 권리뿐만 아니라 전문직 종사자의 권리,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으로도 이야기된다. 전문직 종사자의 권리는 법률을 통하여 보장받는 신분상의 권리를 말하며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은 행복추구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권 등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각종 교권 침해의 사안에서는 사회적, 윤리적 의미를 바탕으로 도덕적인 비난을 받는 정도의 수준에 머물렀었지만, 최근 서이초 교사의 이슈로 촉발된 이슈들을 통하여 이제는 법률적 측면에서도 교권 침해에 대한 강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의 정치학자 John W. Kingdon은 정책문제의 흐름, 정치의 흐름, 정책대안의 흐름이 특정 시점에서 집결될 때 정책의 창이 열리고, 정책이 결정될 수 있다는 정책흐름모형을 설명한다. 그러한 세 흐름의 집결은 우연적이며, 특정 사건, 사회적 이슈, 정책활동가의 활동 등을 통해서 촉발된다. 연구자들은 최근 몇 년의 교권침해와 관련한 다양한 사안 속에서 몇 번이고 정책의 창이 열렸었지만, 뚜렷한 정책의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창이 닫혔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들은 별 해결책이 없었던 이유로 공무원 집단으로서의 교직 특성, 교원정책과 관련한 활동가의 부재, 학부모, 학생, 시민 등 다른 교육공동체의 인식 전환 부족 등을 짚고 있다.

상해나 폭행, 모욕, 명예훼손, 성추행에 이르기까지 교권침해와 관련한 사건들은 셀 수 없을 정도다. 대부분 학생과의 관계,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오는 문제다. 어떠한 경우라고 해도 교육공동체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교사조차 가고 싶지 않은 학교를 어떻게 학생들이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

교권을 지속적으로 침해받는 학교 환경은 교직 사회 전반에 조직냉소주의(organizational cynicism)가 팽배하게끔 한다. 존중받지 못한 교사들은 학교에서 어떠한 형태의 ‘의욕’도 가질 수 없게 된다. 냉소주의가 만연한 조직은 효과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그 목적과 결과를 달성하기 힘들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직냉소주의는 공감대나 참여의식을 약화하는 것은 물론, 조직혁신에서도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냉소주의가 만연한 학교의 교사들은 무관심, 체념, 소외, 불신, 실망, 좌절 등의 성격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반드시 학생에게 전이될 수밖에 없다.

교권에 대한 침해가 학생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연구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교사에 대한 폭력 등 교권 침해는 학생 지도 회피, 소극적 지도로 이어지며, 학생들에 대한 정서적 부담감에 거리감을 두고 자신의 교육적 생각에 따라 정상적인 방법으로 교육하기를 주저하게 되고, 학생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게 만들며, 학생 학교 적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등 학생에게 주는 피해가 적지 않다. 이는 교권 회복이 필요한 중요한 이유로 작용할 수 있다. 교권이 단순히 교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란 말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교사 면담이나 전화 사전예약시스템과 챗봇을 도입하는 등 교사가 민원을 직접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학부모 등이 자녀와 관련된 사안에 대하여 감정이 북받치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면담, 전화의 사전 예약을 하게 되면 바로는 연락하지 않으니 한풀 숙지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한편으로 민원인 대기실을 만들과 그곳에 지능형 영상감시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도 이야기하고 있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서울에서부터 이렇게 단순하게 해결할 수 있을 그거로 생각하다니 아쉬움이 크다. 시간이 지나면 화가 누그러진다니, 글쎄, 서너 달 정도 기다리라면 또 모를까, 그렇게 해서 해결할 문제였다면 이렇게 큰 사태들로 문제가 불거지지도 않았을 터다. 현실과 다소 먼 교육청의 정책대안들은 교사가 받는 상처 가운데 상당 부분이 사실상 교육제도, 시스템 등의 사회적 요인 외에도 혼자 해결하도록 종용하는 문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상급 기관 등에 있더라는 연구 결과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교권 보호에 대한 정책의 창이 열린 지금의 마당에서 온전하게 교권이 보호받을 수 있는, 그래서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들, 학부모 등 모든 교육공동체에 유의미한 정책이 도출되기를 희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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