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칼럼] 세금쓰고 나라망신, 잼버리대회
[윤덕우칼럼] 세금쓰고 나라망신, 잼버리대회
  • 승인 2023.08.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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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1천1백70여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새만금 세계 잼버리 대회가 6년 동안의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폭염과 태풍 예고 등 각종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반쪽 대회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준비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부실한 준비 탓이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북상 중인 제6호 태풍 '카눈'(KHANUN)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을 지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7일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

당초 잼버리 야영장은 농업 용지로 조성됐기 때문에 물 빠짐이 원활하지 않아 태풍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경우 침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대원들이 야영지를 벗어나 다른 지역 대학 기숙사 등으로 숙영지를 변경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6호 태풍 북상에 따라 전북 부안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남은 일정을 수도권에서 진행하는 내용의 '플랜B'를 점검했다. 정부는 서울 시내 대학교 기숙사나 각종 공기업 및 민간기업 연수시설, 구청에서 보유한 체육관 등으로 숙소 변경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폐영식 전날(11일) 예정된 K팝 콘서트도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 등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6일 새만금 야영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K팝 콘서트는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한 차례 변경됐었다.

이번 행사는 결과적으로 경제적 효과는 커녕 국제적으로는 나라 망신만 당한 행사가 되고 있다. 1일부터 오는 12까지 일정으로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릴 예정이던 25차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는 153개국에서 43,000명의 스카우트들이 참석한 역대 최대규모의 행사였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대규모 국제행사이기도 하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전 세계적인 청소년 야영 축제 활동이다. 행사 홈페이지에는 새만금 매립지에 조성된 8.84㎢의 넓은 야영장은 전 세계 스카우트들이 모든 것을 스스로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꿈"의 잼버리가 완성되는 잼버리 야영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번 대회 슬로건은 "Draw your Dream! 너의 꿈을 펼쳐라!"다.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인 김관영 전북지사는 "무한한 가능성의 땅 새만금에서 전 세계 청소년이 한자리에 모여 잼버리 역사를 새롭게 써 나갈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 아름다운 산과 들, 강과 바다, 그리고 갯벌이 어우러진 새만금에서 국경을 초월한 지구촌 청소년들이 도전정신과 리더십을 발휘하며 최고의 추억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보통신기술과 실감 콘텐츠 등 최첨단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 잼버리', 쾌적한 환경에서 맘껏 즐길 수 있는 '안전 잼버리'한국 문화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한류 잼버리'로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며 "'유쾌한 잔치'로 거듭날 2023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글로벌 인재의 꿈을 현실로 이루는 발판이 되어 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회는 2017년 부터 전북이 야심차게 준비한 행사다. 하지만 꿈을 펼치기는 커녕 부실한 준비로 초반부터 부작용이 속출했다. 개막 첫날이었던 1일부터 온열 질환 호소하는 스카우트 대원이 400여 명 속출했다. 2일 개영식이 끝난 저녁에도 139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108명이 온열 질환자는 조직위의 발표다. 119구급대원에 의하면 당시 갑자기 너무 많은 사람이 쓰러져 비상에 걸렸다. 일부 참가자들은 울면서 자기 집에 전화를 걸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현장 분위기가 아수라장이었음을 알려주는 증언이다.

조직위는 오래 전부터 배수로 공사를 약속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일부 야영지는 장맛비로 뻘밭으로 변했다. 곳곳에 물웅덩이가 형성되며 벌레 물림과 감염병에 대한 우려도 키웠다. 벌레 물림과 복통 등 건강상 이상을 호소하는 참가자도 계속 생겨났다. 폭염에 4만3천명이 참석한 대규모 행사인데도 당초에 준비된 병상은 50개에 불과했다. 샤워시설은 천막으로 옆에서 다 보이더라는 증언도 있다.

화장실 등 시설과 제공된 음식물에 대한 위생 논란이 일기도 했다. "화장실이 너무 멀고 남녀 구분도 안 돼 있더라. 전기도 안 들어오더라. 지급받은 구운 달걀에 곰팡이가 속출한다."는 제보도 잇따랐다. 최근 잼버리에서 제공된 구운 달걀 중 일부 제품에서 곰팡이가 발견되면서 보건당국이 수거해 정밀검사를 진행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음식물 위생 논란에 대해 지난 4일 "실온 보관 제품인 구운 달걀을 냉장 보관하면서 제품 표면에 응결수가 발생해 축축한 환경이 조성됐고, 이상고온이 더해지며 곰팡이가 증식하기 쉬워진 점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산 가운데 조직위원회 인건비 등 운영비로만 740억원 넘는 돈이 투입된 반면 화장실·샤워장 등 야영장 시설 조성에는 129억원을 썼다. 공식 계정에는 자녀를 한국에 보낸 부모의 항의 댓글이 계속 달리고 있다. 각종 민원으로 안전 우려가 커지며 결국 영국과 미국, 싱가포르 스카우트대표단은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 미국 스카우트 대표단은 이날(6일) 야영지를 떠났고, 잼버리 참가국 중 가장 많은 4천600여 명의 청소년과 인솔자를 보낸 영국 대표단도 가장 먼저 서울로 이동했다. 잼버리 줄 퇴소는 BBC 방송이 4일(현지 시각) 폭염 속에 열린 새만금 잼버리 행사에 참여한 영국 스카우트가 행사장에서 철수한다고 보도하면서 본격화했다.

정부가 뒤늦게 대책을 마련했지만 사후약방문이다. '유쾌한 잔치'가 아니라 '불쾌한 잔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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