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까지 눌어붙은
생의 누룽지를 끓인 듯
진하지 않은 향기지만
머그컵 가득히
잘 나지 않은
아버지 향기를 우려냈다
◇이태복= 1960년 경북 예천 출생. 2015년 ‘붓과 렌즈로 보는 인도네시아’ 서양화 개인전. 2016년 계간 ‘문장’ 시 부문 신인상 수상. 2017년 재외동포 문학상 시 부문 수상. 2018년 암바라와 위안부 사진전(대구 국립중앙도서관) 현) 사산 자바문화연구원장. 중부 자바 살라띠가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지부 부회장. 시집 ‘민들레 적도’, ‘자바의 꿈’, 소설 ‘암바라와Ambarawa’가 있음.
<해설> 약력에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이태복 시인은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에서 한국문화를 알리고 자바의 전통을 보존하는 문화연구원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역사의 뒤안길로 묻혀버릴 뻔한 조선인 인도네시아 위안부의 잔인했던 성 착취 역사 현장 보존 운동에 앞장서고 있으며, 일제의 징용으로 끌려 왔다가 인도네시아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조선인 포로 감시원들, 위안부 소녀들의 애국심과 투쟁 이야기를 기반으로 쓴 소설 ‘암바라와’를 출간하기도 했다. 시인은, 오랜 기간 자바에서 살면서 유명 커피 산지인 그곳에서 나는 커피를 볶고 갈아 여러 곡물과 섞은 커피 ‘부북’을 끓이다가 진한 향기 속에서 아버지의 그리운 냄새를 떠올렸을 것이다. 눈 뜨면 멀리, 혹은 가까이 보이는 활화산들이 뿜어 올리는 연기를 보면서, 지금쯤 한 잔 부복을 탁자 위에 얹어 놓고 아버지의 흰 수염을 그리워하고 있지 않을까.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