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질경이
[좋은 시를 찾아서] 질경이
  • 승인 2023.08.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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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 시인

소달구지 바퀴에

목이 눌려 피멍이 들면

별빛 내려와 울어주고

이슬도 내려와 만져준다

약수동 위태한 집터

군화가 몽둥이처럼 진을 치던 날

어머니는 자식처럼 끌어안은

좌판을 놓지 않았다

삼복으로 달궈진 자갈밭

말발굽에 채여도 오히려

살아남게 한 짧고 낮은 키

흐린 면경 속 질경이

가을을 홀로 더듬는다

◇ 김준규= 충남 예산 출생. 1982년 인도네시아 정착. PT. Citpta orion metal Executive Commissioner 회장. 계간 ‘문장’ 시 부문 신인상 수상. ‘수필과 비평’ ‘수필시대’ 신인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해외발전 위원.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지부 회장. 시집 ‘보딩 패스’, ‘낙엽의 귀향’. 수필집 ‘저 바람 속에 운명의 노래가’ 있음.

<해설> 기억은 흐린 면경을 뚫고 저절로 선명해지기도 한다. 시인은 사업가다. 일찍이 인도네시아로 건너가서 많은 발명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척박한 삶을 크게 변화 발전시키는 큰 역할과 공을 세우기도 했다. 사업가 이전에 그에게는 지긋지긋한 가난의 시절이 있다는 것. 거울 속에서 되살아나는 질경이는 밟혀도 끈질기게 살아나는 민초의 상징이다. 얼마나 질겼으면 질경이라 불렀겠는가. 소달구지에 눌려 든 피멍을 별빛이 함께 울어주고 이슬이 달래주는가 하면, 총칼의 위협에도 자식과 가족의 생계를 놓지 않으려 좌판을 끌어안던 어머니의 모습이 시인의 면경에는 있다. 그런 억척스러움이 오늘 그를 인도네시아인들이 존경하고 인정받는 사업가로 성공하게 했고 이 시 「질경이」처럼 향수와 서정 물씬한 좋은 시를 낳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불어넣고 있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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