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담쟁이 벽화
[좋은 시를 찾아서] 담쟁이 벽화
  • 승인 2023.08.1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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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리영 시인
벼리영 시인

 

너흰 벽을 기어오르지

바람처럼 맴돌았던 내 젊은 날의 물살을 보는 것 같아

초록이 붉은 시간을 만나면

성공이라 불러도 좋아

꿈이 낡았다면 수선이 필요하지

조금만 더 힘을 내렴

속 끓인 시간만큼 입속에선 흙냄새가 날 거야

지워진 발자국과 무너진 꿈은 장벽이 아니란다

성공은 잔잔한 물거품과도 같은 거야

길은 붉게 타올랐지만, 어느 날 그조차 물거품 된다 해도 낙담하지 말 것

어느 낡고 오래된 벽엔,

삭아 버린 뼈 내 기도 붉게 붉게 자라나 또 기워갈 테니

◇ 벼리영=《월간문학》 신인상 《시학과시》 추천문학상(2019). 역동시조문학상, 일두시조문학상, 남강문학상 운문 부문 대상, 고운최치원문학상 본상(시조), 10회 연암문학 예술상. 회화시조집 1~5집 제3 시조집- 동시집 『애기똥풀』 (2023). 아르코 창작기금 발표지원, 부산문화재단창작지원 받음

<해설> 벼리영 시인의 시는 친절하고 다감하다. 금방이라도 모르는 것을 가르쳐 줄 것 같다. 지면상 시가 너무 길어서 2연과 3연 사이에 있던 내용을 해설로 옮긴다. “벽면에 스며든 이글거리는/ 날빛, 암적에서 탈출한 한 줄기 빛 같은,/ 팽팽히 길을 냈던 바다/ 벽은 바다의 숨처럼 뜨겁게 팔딱거렸지// 뿌리로부터 전달되는 꿈의 크기는 달라 저마다 다른 색을 입고 너흰/ 벽에 그림을 그리지/ 벽면엔 온몸으로 상생하는 풍경이 자라났지// 풍경은 누군가의 꿈도 되고 순순한 걸음이 되기도 하지/ 난 앞장서서 길을 닦았지만/ 벽은 난제가 많은 도화지,/ 물감의 농도를 놓친 수채화 같았지” 위에서 보듯 마치 어린아이들에게 속삭이듯, 따듯한 화법이 돋보인다. -<박윤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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