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연다
심연이다
보이지 않는 속을 더듬어 도달했다
여러 마리 새가 죽어 있었다
새파란 하늘에 머리를 찧고 자유로운 날개가 떨어졌다
가벼운 날개를 담장 아래 묻고, 좋은 곳으로 가라며
나뭇가지를 꽂아, 숨을 불어 넣는다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믿음의 세계
한 사람을 따라갔다
그 사람만 아는 장소에 그녀만 아는 행복을 묻었다
어쩌면 공포
끝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지빠귀 숨구멍에 드나드는 개미
부지런히 구전되는 이야기를 물어 나른다
순진한 짓이 눈을 찔렀다
새의 영혼 결핍의 눈꺼풀을 뜬다
사랑한다는 말은 막말이 되기도 했다
해 지는 끄트머리 고열에 시달리는 사람
가슴팍
새의 무덤이 있었다
◇원갑분= 충북 제천 출생. 2017년 월간 『모던포엠』 등단. 시인촌 동인. 모던포엠작가회원. 2020년 월간 ‘모던포엠’ 우수작품상. 공저 ‘흔적 하나 남겨두고’, 동인 작품집 외 다수. 모던포엠작가회 20선집 ‘작가의 무기들’이 있음.
<해설> 시인의 시를 읽다가 잊고 있었던 감칠맛이 느껴졌다. 동향인 것에 왠지 어떤 친근감이 느껴지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지난날 고등학교 다닐 적에 용감하게도 개인 시화전을 했던 제천은 작은 도시였지만, 당시 박지견, 홍석하 시인 등 많은 문인의 격려와 응원이 지금껏 나를 시와 함께 살게 했다. 시골을 떠나와 도시에 살다 보면, 투명한 통유리에 새가 이마를 부딪고 죽는 일은 종종 목격되는 일이다. 그러나 원갑분 시인에게는 죽은 새를 살려내는 용한 재주가 있다. 구전되는 이야기 속으로 데려와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가 하면, 순진한 것에 눈이 찔릴지라도 죽은 새에게 나뭇가지를 꽂아 숨을 불어넣으려 한다. 해 지는 끄트머리 고열에 시달리는 사람의 가슴팍과 나 또한 다르지 않으니, 새 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여야 할 것 같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