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TK 물갈이론의 방향
[목요칼럼] TK 물갈이론의 방향
  • 승인 2023.08.23 21: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8개월도 채 남지 않은 내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직 여야 각 정당의 당리당략에 따라 선거구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정치권에서는 다음 선거의 공천과 관련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선거 때마다 항상 그러하듯이 정권을 창출한 여당에서는 사실상 대통령을 중심으로 친정체제를 강화하기 위하여 현역 교체를 추진하고, 야당에서는 다수의 의원을 배출하여 당권 확보를 위한 주류와 비주류간의 공천 투쟁이 격화되어 심한 경우 분당에 이르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보아왔다. 따라서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 내에서 현역 의원을 다음 선거에 공천하지 않는 소위 물갈이는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내년 총선 후보를 결정하는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사실상 실무 작업을 총괄하는 이철규 사무총장이 의원총회에서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 못 한다"는 발언과 함께 오는 10월 중순부터 전국 당원협의회에 대해 정기 당무감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22대 총선을 반년 앞두고 당의 체제를 정비하여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 속내는 당의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내며 지도부를 흔들 경우 당무감사를 핑계로 '공천 물갈이'작업을 하겠다는 시도하는 것은 삼척동자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발언은 최근 '총선 수도권 위기론' 등을 제기하며 당 지도부를 비판한 일부 4선 중진의원과 비윤(비윤석열)계 인사 등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편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각종 사법 리스크로 인해 구속 가능성에 직면해 있는 이재명 당대표의 당대표직 유지와 관련하여 당내 친명계외 비명계간에 알력이 표출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만약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당대표직 유지와 함께 총선 출마여부이다. 왜냐하면 당 대표직은 당권 향배의 분기점이자 공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친명·비명계가 이 대표의 '옥중 공천' 가능성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보수의 텃밭이라고 불리고 있는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매번 총선 때만 되면 불거져 나오는 물갈이론으로 인해 현역 국회의원과 새롭게 정계로 진출하려는 정치신인들이나 재기를 노리는 정치인들 사이에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이에 대해 이 지역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구·경북이 우리 당의 핵심 지지 지역인데도 늘 선거 때가 되면 이런 이야기가 나와 TK 정치권이 피폐해지고 정치 세력이 약해진다"며 'TK 물갈이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같은 당 홍준표 대구시장이 역대 총선에서 50%미만의 물갈이가 없었던 적이 없었다며 'TK 물갈이론'을 주장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사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할 경우 당선 가능성 매우 높음에 따라 선거 때마다 '물갈이론'이 등장하였고, 실제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현역 교체율이 64%, 20대 총선 때는 현역 교체율이 대구 75%, 경북 46%로 줄곧 50% 수준을 기록하여 왔다. 그 이유는 정치 신인을 공천하여 의석을 빼앗길 위험성이 낮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21대 총선 당시 홍준표 의원이 대구 수성을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었고, 20대 총선에서는 주호영·유승민 의원이 각각 대구 수성을과 대구 동구을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었다. 심지어 18대 총선에서는 당내에서 흔히 친박 공천 학살이라는 사태로 인하여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친박연대를 결성하고 총선에 참여하여 홍사덕·박종근·조원진 의원이 각각 서구·달서갑·달서병에서 이해봉 의원이 달서을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기도 하였다. 이는 이 지역에서 누구를 공천하여도 당선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하나의 사례이다. 이에 대해 한 TK의원은 현재 국민의힘 의원 112명 중 영남권 의원이 57명으로 절대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TK지역(대구·경북)은 잦은 교체로 인해 대부분 초선이나 재선인 반면 PK지역(부산·경남)은 다수가 3선 이상 중진으로 격차가 심하며, 이로 인해 국회 내에서 다선 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TK지역의 각종 현안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데 있어서 PK지역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물갈이론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과 달리 TK지역 현역 의원들이 중앙정치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어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지역민들이 많다는 것이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역 한 언론사가 지난 2, 3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교체되는 것이 더 낫다'는 응답이 대구는 48.1%, 경북은 48.5%로, '한 번 더 하는 것이 낫다'는 응답보다 대구는 19.8%포인트 경북은 15.9%포인트 높았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정치는 경륜이 필요하다'라는 말도 있지만 자신의 안위를 우선하는 보신주의에 빠진 의원보다 지역의 발전을 위해 전투력이 강한 새로운 인물을 선출할 수 있는 일정 부분 현역 물갈이는 필요하다. 또한 22대 총선 공천에서 그 범위에 차이가 있을지라도 분명히 그렇게 될 것이다. 따라서 총선후보자 물갈이에 있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물갈이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새롭게 물갈이되는 후보자는 중앙당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인물이 아니라 지역의 발전을 위해 지역민들의 입장에서 과감히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후보자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물갈이를 핑계로 낙하산을 통해 당권파의 세력을 보강하기 위한 인물로 교체하였다가는 과거 선거에서 경험하였듯이 지역민들부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