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변방의 가을
[좋은 시를 찾아서] 변방의 가을
  • 승인 2023.08.30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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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자 시인

변방 코스모스 길에 이르러

밀잠자리가 겨드랑이를 들어 올린다

몸 안에서

시린 우물이 솟구쳐 올랐나 보다

천 개의 눈동자를 비춰 보다

눈 안에 가둔 사람을 향해 잠자리는

고통을 산란하는가 보다

여덟 장 꽃잎 비수에 서러워진 낯빛

고인돌 무덤에 갇혀있던 너와 나는

아마도 가을에 중독되었던가 보다

별빛과 달빛이 터트린 이슬이

서릿발로 쌓이는 구월, 우물가에서

산란을 마친 밀잠자리는

마냥 돌아갈 집이 그리워졌다

◇심수자= 2014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문단에 나옴. 형상시학회, 대구시인협회, 모던포엠작가회, 대구예술가곡회 회원. 시집 ‘술뿔’, ‘구름의 서체’, ‘가시나무 뗏목’, ‘종이학 날다’와 근작 시집 ‘각궁’이 있음.

<해설> 밀잠자리가 날개를 들어 올렸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잠자리의 생리적인 현상일 수도 있고, 어떤 기후의 변화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 하나를 바라보는 시인은 그러려니 넘기지 않고 자신의 어떤 현실 상황과 연관 지어 상상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온 심수자 시인의 시는 반짝이는 기교보다는 눅진하고 깊은 사유로 일상의 사소한 사건들을 허투루 놓치지 않음으로써 자기반성의 잣대로 삼는 시작 행위를 보여준다. 등단 10년을 눈앞에 둔 지금 여섯 번째 시집을 상재한 걸로 보아 시인의 저력은 만만치 않다. 밀잠자리를 통해 가을을 노래한 이 시는. 길 위의 여정 그 막바지의 쓸쓸함과 그리움을 하나의 그릇에 담아내고 있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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