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 납작 엎드린 광어 한 마리
뜰채로 떠낸다
염하듯 비늘을 문질러 물기를 걷어낸다
주문이 들어오면
도마 위 흰 거즈 한 장 수의처럼 펼쳐 놓는다
날이 선 칼날 아래
자신 죽음을 바라보는 동그랗게 뜬 눈
일찌감치 눈감는 법 익혔더라면
이런 극한의 상황에도 내려오는 칼날을
마주 보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미각을 살리는 것만이
마지막 숨결에 대한 예의라는 듯
한 자락 펼친 파도 위 들썩이던 어깨
얇게 저며지고 있다
◇박옥영= 경북 군위 출생. 이조년 백일장 차상 수상. 계간 ‘시와 정신’ 신인상으로 등단. 대구 문인협회, 형상시학회 회원. 유고 시집 ‘빌렌도르프의 눈’이 있음.
<해설> 박옥영 시인을 잃었다. 시는 남았다. 대구 서부도서관에서 시 강의를 하던 6년 전 어느 날, 불쑥 강의실 문을 열고 그가 들어 왔다. 시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시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시골의 순박함을 그대로 지닌 사람이었다. 시가 제대로 여물어져 이제 막 등단하게 되었는데, 첫 시집을 기다렸는데, 갑자기 찾아온 병마가 그를 데리고 갔다. 나는 사는 일과 죽는 일의 경계가 종이 한 장처럼 가깝다는 걸 실감했다. 시인을 꿈꾸다가 기어이 시인이 되시고 첫 시집 발간을 눈앞에 두고 세상을 뜨시다니, 가슴이 아프다. 시를 너무너무 사랑하신 박옥영 시인님 마지막 가시는 길, 새롭게 태어나는 사십구재에 시집을 올려드리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다. 이승에서도 시인이었으니, 저승에서도 그는 시인일 것이다. 애통한 마음으로 거듭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