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공장 전소된 경쟁업체에
주변 만류 불구 공장 무상대여
4개월간 생산 지원에 재건 성공
“경쟁보다 상생의 길 찾을 것”
화재로 공장이 잿더미로 변해 위기에 처한 경쟁업체에 자신이 운영하는 공장을 무상으로 빌려주며 도움의 손길을 내민 기업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귀감이 되고 있다.
왜관공단에 있는 현대차 납품업체인 ㈜대일기업 박병태 대표는 2021년 8월 북삼읍에서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A사가 화재로 인해 공장이 전소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A사는 현대차에 스포일러를 공급하는 경쟁업체로 화재가 발생하기 전까지 탄탄대로의 성장 가도를 달리던 업체였다.
박 대표는 10년 넘게 일궈온 사업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고 같은 기업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납기 일을 지키지 못하면 회사 신용도가 추락하고 타 업체에 주문을 빼앗겨 회사 생존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경쟁업체 불행을 못 본 척하며 성장 발판으로 삼지 않고 도움을 주기로 결심했다.
모든 직원과 지인들이 쌍수를 들고 반대했지만 A사가 공장과 설비를 다시 지을 때까지 야간에 자신의 공장을 무상으로 빌려주는 통 큰 결정을 내렸다.
이때부터 낮에는 박 대표 회사 제품을 생산하고 저녁에는 A사 제품을 생산하는 두 회사의 불편한 동거가 4개월간 이어졌다.
각종 기자재와 도구가 어지럽게 엉켜버리는 등 다른업체 직원들이 한 공장에서 생활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A사는 박 대표의 도움으로 공장을 다시 짓고 위기에서 벗어나며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게 됐다.
박 대표가 쏘아 올린 상생의 공이 또 다른 경쟁업체인 B사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지역사회에 퍼지기 시작했다.
B사 역시 화재로 공장이 전소되자 이번에는 박 대표 도움을 받았던 A사가 나서 공장을 무상으로 대여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실천한 상생의 정신으로 인연을 맺은 기업들이 현대차에 안정적으로 스포일러를 납품하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박 대표는 “다시 화재가 발생해도 돕겠다. 경쟁하며 남을 무너뜨리지 않고 공생의 길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며 “제가 내민 도움의 손길이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길 바란다“며 활짝 웃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상생의 가치를 알리며 지역에 감동을 준 박 대표에게 지난 1일 감사패를 전달했다.
박병철기자 pbcchul@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