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라보레무스(Laboremus) 자, 일을 계속하자”
[데스크칼럼] “라보레무스(Laboremus) 자, 일을 계속하자”
  • 승인 2023.09.0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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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뉴미디어부장

‘호모헌드레드’(Homo-hundred), 의학기술 등의 발달로 100세 장수가 보편화 된 시대의 인간을 부르는 말이다. 지난 2009년 UN이 작성한 ‘세계인구고령화’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다. 100세 시대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65세이상 인구가 7%이상일 때를 고령화 사회, 14%이상이면 고령사회, 20%이상일 때 초고령사회라 부른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령화사회, 2018년에 고령사회에 접어들었으며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제는 100세를 넘어 110세를 내다본다. 100세 보장을 내세우던 보험업계도 최근에는 110세 보장상품을 하나둘씩 내놓고 있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과는 달리 직장에서 정해놓은 정년은 60~65세로 크게 변함이 없다. 물론 나이와 상관없이 은퇴를 하지 않는 ‘불퇴족’도 있다. 세계적으로는 일하는 80대, 옥토제너리언(Octo-genarian)도 늘어나고 있다. 주로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노후 대비가 안돼서 어쩔 수 없이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30~40년의 직장생활이 끝나면 그동안 미뤄뒀던 취미생활이나 하면서 여유롭게 보내는 삶을 꿈꾼다. 물론 건강이 허락하고 노후자금이 충분할 때의 이야기다. 그러나 퇴직 후 남아있는 삶이 40년 가까이 된다면 등산가고 골프 치고, 도서관 가고 음악회만 다니면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지 않을까. 취미생활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퇴직 후의 삶에 대한 계획도 조금 달라져야 된다는 이야기다.

최근 대구 앞산 자락에 시집전문책방이 문을 열었다. 100세 시대를 이야기하다가 ‘웬 책방이야기?’라고 의아할 수도 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핫플이 즐비한 앞산 카페거리에 ‘산아래 詩’라는 예쁜 이름의 책방 주인은 나이 일흔의 퇴직자이다. 서점이 점점 사라져가는 시대에 시집만 파는 서점이라니, 호기심에 문을 열고 들어서면 책등이 아닌 책 표지를 드러내고 가지런히 전시된 수백종류의 시집을 만날 수 있다. 꼭 시집을 사지 않아도 좋으니 시 한두편은 꼭 읽고 가라는 메모가 정겨운 이 특별한 서점은 스물여덟에 직장생활을 시작해 최근까지 현업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책방지기의 인생 2막을 여는 터전이다. 그는 퇴직후 ‘남들처럼 그냥 산에 가고, 도서관에 가고, 때론 딸이 끊어주는 티켓 들고 연주회나 다니며 그렇게 흐르는데로 세월을 보낼수는 없다’며 오래 전부터 꿈꿔오던 서점을 열었다. 가족을 빼고는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이 말렸지만 막상 책방을 열고 나니 너무 행복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어찌된 일인지 시인들도, 시집을 사가는 이들도 ‘고맙다’를 연발하니 보람이 있단다.

남들은 하던 일도 접는 나이에 새로운 일을, 그것도 다들 말리는 시집전문책방을 연 주인장의 어찌보면 무모한 도전기는 ‘일흔에 쓴 창업일기’에서 만날 수 있다. 그는 이 책이 퇴직 후 소속감 없이 떠다니는 이에게 용기를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마음이 하고자 하는 일을 좇아’ 창업한 책방지기의 자기 다짐을 담은 책 속에서 100세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날 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퇴직 후 새로운 일을 찾아 성공적으로 인생 2막을 열고 있는 이도 꽤 있다. ‘37년 월급쟁이가 쓴 알기쉬운 연금이야기’(2020)의 저자 차경수 씨는 철도청과 코레일에서 39년간 근무하다 지난해 퇴직했다. 그는 책을 내고 연금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튜버로도 활동한다. 지금은 전국에서 강의와 컨설팅 요청이 쇄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시니어모델로 데뷔해서 열심히 활동하는 이도 있고 퇴직 후 귀촌했다가 빵을 굽고 커피를 내리는 카페 주인장으로 변신한 이도 있다.

정년 이후 노년기를 집에서만 보내기에는 너무 길다. 오래 사는 것이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퇴직 후의 삶에 대한 고민은 빠를수록 좋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J. 토인비는 매일 아침 ‘라보레무스’(Laboremus: 자, 일을 계속하자)라고 외쳤다고 한다.

필자는 그동안 퇴직후에는 ‘영어동화책 읽어주는 이야기 할머니가 될 거야’라고 농담반 진담반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그건 조금 더 먼 미래로 미뤄두고 새로운 계획을 세워보고 싶다. 이전보다는 조금 덜 치열하게, 그렇지만 가슴이 뛰는 일은 무엇일까? “네 꿈은 뭐니?” 학창시절에 어른들에게 받았던 질문을 지금은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직 남은 날이 많다. 그러니 다함께 외쳐보자. “자. 일을 계속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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