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복지논단] 복지의 선순환
[대구복지논단] 복지의 선순환
  • 승인 2023.09.0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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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표 대구시사회복지협의회장
언젠가 외국의 사회복지 관계자들이 대구를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대구의 사회복지시설을 견학하고 느낀 소감은 다소 의외였습니다. ‘한국의 복지현장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유럽이나 미국 복지현장에서는 청년들을 만나기 쉽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사회복지현장에 일어나는 변화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사회복지관련 시설의 구인게시판을 보면 이렇게 구인이 많았던 적이 있나 싶은 정도입니다. 이미 사회복지시설의 인사를 담당하는 관리자들은 오래된 일이라고 합니다. 신규직원을 구하기도 경력직 직원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이런 변화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사 관리를 담당하는 관리자들은 정서의 변화를 꼽습니다. 사회복지를 자기 소명으로 받아들이던 이전 세대와 달리 MZ세대들은 직장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소위 욜로(YOLO), 워라벨(Work Life Balance)이라고 부르는 라이프스타일이 직업 선택의 기준에서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오랜시간 현장에 종사하던 사회복지사들 입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달가울 리 없습니다. 세태를 원망하기도 하고, 소위 MZ세대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기성세대의 의식 속에는 자연스럽게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인식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복지종사자는 그 자체로 우리 공동체에서 누군가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으로 ‘사회필수 인력(essential worker)’입니다. 소명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할 일에 개인을 앞세우는 현상은 분명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다만 이런 문제가 개인의 도덕성이나 윤리에 대한 평가로만 판단 되어져서는 곤란합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볼 것 인가와는 별개로 우리가 제공해야 하는 사회서비스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금 사회복지서비스 인력으로는 서비스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군(郡) 단위의 지자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복지전공 인력을 채용할 수 없는 어려움을 호소해 왔습니다. 이런 문제가 대도시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언제나 인력은 충분했던 시절을 살아온 기성세대는 당황스럽습니다.

반면 상황 변화에 비해 인식은 따라가지 못합니다. 사회복지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이라는 문제는 오래전부터 언급되어 왔으나 아직 속도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부족합니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인력이 대구에서 사회복지를 하고 싶도록 유인하지 못합니다.

목적이 분명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가령 ‘대구가 사회복지종사자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도시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전국 사회복지종사자들중 보람과 긍지, 클라이언트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대구를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행정에서는 최근 사회복지종사자 처우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그렇다는 것입니다. 이전에 비해 나아지기는 했으나 전국적으로 대구 사회복지종사자 처우가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서 굳이 대구가 타지역에 비해 어떤 수준인지를 논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도시의 변화라는 목표로 이 문제를 접근해 보자는 것입니다.

대구의 미래를 위해 청년들이 대구에 머물게 해야 합니다. 직장을 찾아 외지로 떠나지 않도록 복지분야에서부터 청년들이 매력을 느낄수 있게 해야 합니다. 우수한 인력들이 사회복지로 유입되도록 사회복지현장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우수한 인력의 유입은 양질의 사회서비스와 사회복지 프로그램 개발로 이어질 것입니다. 사회복지현장의 변화는 경력이 단절되었던 중장년층의 새로운 도전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결과적으로 대구를 활발한 도시, 사람이 살만한 도시라는 인식변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른바 사회복지 선순환을 통한 지속가능성을 만드는 일입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대구시의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처우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가 시작됩니다.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처우개선 계획이 수립됩니다. 조사와 연구가 사회복지현장을 바꾸고 대구를 바꿀 수 있는 계획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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