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세상을 바꾸다] 유철균 경북연구원장 “생성형 AI 균등한 보급·활용, 지방시대 여는 열쇠”
[생성형 AI 세상을 바꾸다] 유철균 경북연구원장 “생성형 AI 균등한 보급·활용, 지방시대 여는 열쇠”
  • 김상만
  • 승인 2023.09.05 21:0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문가에 듣다> 유철균 경북연구원장
‘영원한 제국’ 주나라 체제 붕괴는
과학기술의 불균등한 발전 때문
생성형 AI기술의 고른 보급이
평화와 번영의 밝은 미래 열 것
필요한 지식 스스로 습득하는 시대
교사 없는 ‘투모학교’ 교육방식 확산
독자적인 AI 학습 데이터 구축 등
4차 산업혁명 대비 AI사업 집중해야
유철균-경북연구원장
유철균 경북연구원장

국내 최초로 AI기반 스토리텔링 저작 도구 스토리헬퍼와 스토리 타블로를 개발한 유철균 경북연구원장. 영원한 제국 소설가 이인화로 더 잘 알려진 유 원장은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를 역임했고, 디지털스토리텔링,스토리텔링 진화론, 메타버스란 무엇인가를 저술하기도 했다. 유 원장에게 생성형 AI가 경북에 미치는 영향을 물어봤다. 

- 최근 발전하고 있는 생성형 AI는 경북의 미래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 생성형 AI 기술은 경북 지방화 시대의 운명을 결정할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기원전 1046년부터 기원전 256년까지 790년간 존속했던 주(周)라는 나라를 예로 제시하고 싶습니다.
동아시아 사람들에게 주나라는 가장 평화롭고 행복했던 시대로 여겨졌습니다. 마음의 고향과 같은 시대. 고대에 존재했던 가장 이상적인 정치 체제였습니다. 퇴계 선생의 서원 운동도 지역사회가 주나라 시대의 향법 체제로 돌아가면 사람들의 민주적이고 평등한 질서가 살아난다고 믿었던 사회운동이었습니다.
오늘날 지구촌 시대에 생각해도 중국이 다시 주나라 체제로 되돌아간다면 세계 만민이 행복할 것입니다. 주나라는 지난 30세기 동안의 이상, '영원한 제국'이었던 것입니다. 주나라 체제란 중국이 수백 개의 군소 도시국가로 분할된 연방 체제입니다.
지도의 붉은색이 기원전 1000년경의 주나라입니다.

 

기원전1000년주나라영토
기원전 1000년 주나라 영토.

저 영토에 주나라 왕실 일족(동성제후)의 제후국이 56개국, 기타 귀족(이성제후)의 제후국이 약 70개국 존재했습니다. 말하자면 17개 지방자치단체가 있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7배쯤 확대한 체제였던 것입니다.

중국이 전체주의를 버리고 저렇게 경북국, 대구국 같은 국가 130개 정도로 분할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첫째 중국인 자신이 행복하게 번영할 것이고, 둘째 한국, 일본, 대만 같은 주변국들이 안심할 것이며, 셋째 세계의 갈등과 전쟁 위험이 해소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체제가 무너지고 그 후에도 실현되지 않았던 이유는 과학기술의 불균등 발전 때문입니다. 춘추 시대 말기 '철제 농기구'라고 하는 최첨단의 하이 테크놀로지가 출현했습니다. 제후들이 이 놀랍고 낯선 상황에 당황하여 다양한 조언자를 찾은 것이 '제자백가'라는 연구자 집단이었습니다.

철제 쟁기가 확산되고, 관개 기술이 확대되고, 시장이 증가하고, 화폐경제가 커지고, 쇠뇌가 보급되면서 귀족의 군사적 우위를 보장하던 고대 전차전이 종언을 고했습니다. 과학기술을 빨리 수용해 생산력을 높인 지방이 늦게 수용한 지방을 병탄하면서 평화 시대는 끝났습니다. 거대 패권 국가를 향한 경쟁, 즉 전쟁 시대의 절정이 오늘날의 중화인민공화국입니다.

생성형 AI는 바로 그 '철제 농기구'와 같은 관건적 과학기술입니다. 생성형 AI는 그동안의 분화되고 전문화된 과학기술의 불평등을 무화시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성형 AI가 고르게 보급되고 활용된다면 지방화 시대는 완성될 것입니다. 세계는 주나라 같은 평화와 번영으로 갈 것이고 경북의 미래는 밝을 것입니다. 만약 생성형 AI 기술이 고르게 보급되지 않으면 세계는 갈등과 유혈로 가게 되고 지방화는 무너질 것입니다.

- 생성형 AI는 교육기관의 역할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 초등, 중등, 고등, 대학 같은 '학제'는 20세기 산업화의 결과물입니다. "이 단백질의 도체는 무엇인가?" 같이 명석판명한 결론 명제가 답으로 나오는 What Is 지식, 명제적 지식이 주류였던 시대가 있었고 그런 시대가 학제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런데 21세기 지능화는 How To 지식, 수행적 지식이 주류가 된 시대입니다. 수행적 지식은 누가 수행자인가, 즉 그 일을 누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지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옳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적습니다. 명제적 지식보다 보편성이 약하기 때문에 지식의 위계가 낮고 사회적으로도 대접을 덜 받습니다.

옳고 그름을 인과적으로 따지지 않고 확률 추론으로 판단하는 생성형 AI는 이렇게 수행적 지식이 주류가 된 시대에 대응해 출현한 것입니다. 21세기는 이런 생성형 AI를 이용해서 학생이 학제를 초월해서 자기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 지식을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는 시대입니다. 이미 이러한 새 교육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동유럽의 아르메니아는 2023년 현재 인구 277만, 1인당 GDP는 8007불에 불과한 약소국입니다. 아르메니아는 청년층의 사회적 유출로 계속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진행되는 암울한 땅이었습니다. 그러나 2011년 창작 기술을 위한 투모 센터(Tumo Center For Creative Technology)라는 새로운 학교가 생겨나 나라의 운명이 바뀌고 있습니다.

아르메니아 출신의 미국 기업가 샘 시모니안과 그의 부인 실바 시모니안은 청소년이 지금 즉시 창작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교육이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이들 부부는 투모라는 방과후 학교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먼저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에 최신형 컴퓨터를 갖춘 60평의 라운지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12살에서 18살에 이르는 지역의 청소년들을 모아 1500명씩, 일주일에 1만 3천명을 무료로 교육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청소년들에게 너는 아티스트, 너는 디자이너, 너는 프로그래머, 너는 비즈니스맨이라고 역할을 나누어 팀을 구성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들 팀이 교육, 창작, 기업 인큐베이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자기 팀에 필요한 공부를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통해 스스로 배우게 했습니다.

투모에는 교사가 없습니다. 투모에서 교사란 학생들의 자발적 학습을 방해하는 학제 시대의 유물이기 때문입니다. 투모에는 대신 학생들이 원할 때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대신 찾아주는 큐레이터 20명이 있습니다. 그 결과 투모는 매년 30억의 작은 예산으로 2만 명의 청소년들에게 AI와 IT, 그래픽 디자인 등 지금 당장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강력한 최첨단 기술(Cutting edge skill)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 투모는 아르메니아 4개 도시에 허브를 두고 전국에 19개의 투모 박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파리, 베이루트, 모스크바, 티라나, 베를린, 취리히, 만하임, 코임브라, 키예프, 리옹 등에 국외 센터가 있다. 거의 모든 EU 국가에서 투모를 도입하고 있으며 프랑스에는 투모를 모방한 에콜 42가 있고 한국에도 투모를 모방한 아이펠 캠퍼스가 서울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학교는 인성교육의 역할이 중요합니다만 산업적 관점에서 학교는 사람, 서비스, 물건을 규격화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사람, 이 서비스, 이 물건이 우리 회사에 얼마의 효용 가치가 있는지 규격화되어야 선발을 할 수 있고 선택을 할 수 있으니까요. 생성형 AI 시대는 그 규격화 시간이 극단적으로 단축됩니다. 곳곳에서 24살의 사장님과 19살의 이사님이 있는 회사들이 생겨나서 그들이 혁신을 이끌고 있습니다.

- 생성형 AI 시대에 경북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 현재 생성형 AI 산업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처럼 자신들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공개하지 않는 클로즈드 소스 진영과 라마(LLaMa)의 소스 코드를 공개한 메타처럼 자신의 모델을 공개하는 오픈 소스 진영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두 진영의 경쟁은 초거대 언어 모델을 확산시키고 대중화시킵니다. 대구에도 경북대 교내 벤처 ALI가 자신의 언어모델을 서비스하고 있고 경북도 경북연구원이 자신의 언어모델 기름(GILLM)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기관이 저마다 언어모델을 운영하면서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생성형 AI를 미세 조정(fine tuning)하게 되면 인공지능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데이터가 되게 됩니다. 국립국어원 말뭉치 데이터나, 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AI HUB 데이터처럼 모든 기관이 다 가져다 쓸 수 있는 공짜 데이터셋으로는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없습니다.

미세 조정에 쓸 수 있는 자기만의 데이터가 필요하고 그런 데이터는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를 구축하는 사업을 해야 얻어질 수 있습니다. 경북은 무엇보다 먼저 인공지능 사업을 직접 해 봐야 합니다. 9월 1일 발표된 예산안을 보면 2024년 과기부 주요 신규사업들은 철저히 인공지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법률 서비스, 인공지능 보건의료 서비스, 인공지능 심리 케어와 돌봄 지원, 학술활동 지원, 콘텐츠 창작 지원 등 분야도 다양하고 예산도 사업당 60억 이상씩 배정되었습니다.

이 가을이 지역에는 오르막으로 가느냐 내리막으로 가느냐의 갈림길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는 지역마다 극심한 불균등 발전이 초래될 4차 산업혁명의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생각을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생성형 AI 시대의 수행적 지식은 오직 해본 사람만이 얻을 수 있습니다. 무조건 해야 합니다. 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도태됩니다.

김상만기자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