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검찰의 공권력
[대구논단] 검찰의 공권력
  • 승인 2023.09.06 21: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경찰이나 검찰에 불려가는 일이 별로 없다. 나 역시 그렇다. PC방에서 알바를 하는 손녀가 경찰과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 미성년자는 밤 10시까지 게임을 끝내야 하는데 덩치 큰 고등학생 몇이 말을 듣지 않아 조그만 신간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 학생들이 분풀이로 경찰에 고발을 했다. 잊고 지냈는데 느닷없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해서 갔더니 게임 관련법을 위반했다면서 검찰에 송치한다고 했다.

그 일로 손녀는 호적에 빨간 줄이 그인다면서 몇 날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슬며시 걱정이 되어 아는 변호사와 상담했더니 대학 알바생들에게 그런 일이 종종 있다고 했다. 검사에게 탄원서를 내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을 듣고 손녀는 A4용지를 꽉 채워 법을 잘 지키면서 살겠다는 반성의 글을 썼다.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것을 보면서 나는 공권력의 실제적인 경험을 체득하였다. 사조직과 달리 국가의 모든 기관 조직들은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공적 권력을 갖게 되는데 이를 공권력이라고 한다.

공권력은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우월한 주체로서 국민에 대하여 명령·강제하는 권력이다. 공권력은 남용되어서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소극성을 띄면 공정력을 상실한다. 상황 논리에 따라 공권력의 수행은 결코 쉽지가 않다.

요즘 각양각색으로 공권력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고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많은 예를 들 수 있지만 오늘의 핵심 주제는 검찰과 공권력이다. 검찰의 국가공권력은 누구에게나 압박감을 준다.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두 번이나 소환했지만 불응했다. 검찰 소환날짜를 자의로 변경하고 오전에 2시간만 조사를 받겠다는 등 검찰의 법 집행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검찰의 인내를 시험하고 있다.

이 대표가 검찰 조사를 피하려는 근본적 이유가 무엇일까. 겉으로 보기에는 국회 다수당인 야당의 대표로서 예우를 받고자 하는 의연함을 보이고 있는 것 같지만 아마도 속은 타고 있을 것이다. 그가 검찰 소환을 피하더니 급기야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단식 일주일이 지났으나 아주 건강하게 보인다.

단식은 정치인이 이념실현 또는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자주 쓰는 정치적 술수다. 이 대표가 소환을 앞두고 단식행동에 들어간 이유를 두고 여러 말이 많다. 유력 정치인의 단식 효과는 주위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때 실익이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단식의 뚜렷한 이슈 없이 마냥 대통령과 정부 행정을 비방하면서 언론플레이를 하고 국민들의 이목을 끌려고 한다. 검찰에 의하면 이 대표는 개인적 비리로 피의자 조사를 받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 대표는 자신이 정치적 탄압으로 검찰 소환을 받고 정치적 억압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이 대표가 검찰이 불러도 불응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대표는 다수당 야당 대표를 빌미로 시간을 끌면서 검찰의 조사를 방해하고 있다. 이 대표는 수순에 따라 건강에 이상이 왔다는 이유로 곧 앰뷸런스에 실려 갈 것이다. 민주당은 그 광경을 언론이 크게 조명하도록 준비를 단단히 할 것이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단식은 개인적 자유라고 단정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단식을 정치적으로 최대한 활용하면서 정부가 손을 내밀기를 바라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대표는 개인적 비리로 검찰 조사를 받는 위치에 있으므로 정치적 협상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요즘 뉴스의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그가 원하는 것이 뉴스의 초점에 서는 것이다.

국민들은 정말 답답하다. 이런 추세로 가면 언제 이 대표의 검찰 조사가 끝나고 재판에 회부될 수 있을지 하자 세월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3차 불응 시 구속영장 청구를 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검찰이 잘못하고 있는 것은 ‘법앞에 평등’을 잊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 가운데는 야당이 말하는 이 대표에 대한 증거불충분을 믿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또 검찰이 지나치게 현직 국회의원을 의식하고 있는 점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조사는 정말 지루하다. 이제는 그 매듭을 풀어야 할 때가 되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