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상속과 관련한 민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며
[목요칼럼] 상속과 관련한 민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며
  • 승인 2023.09.0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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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최근 자식에 대한 부모로서의 양육의무를 방기(放棄)한 부모가 실제로 그 자식과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와 양육한 친인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상 상속순위가 앞선다는 이유만으로 자식의 사망보험금을 전액 수령하도록 한 법원의 판결에 따라, 양육의무를 회피한 부모에 대해 자녀가 남긴 재산 상속을 제한하는 법안인 이른바 '구하라법'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하라법'은 부양의무를 회피한 부모에 대해 상속권을 제한하자는 취지의 민법 개정안으로, 미혼의 가수 구하라씨가 거액의 유산을 남기고 사망한 이후 어머니로서 양육의무를 회피한 채 20년 동안 연락이 끊었던 친모가 나타나 구씨 재산에 대해 그동안 구씨를 양육한 친부와 함께 공동상속권을 주장하면서 논란이 야기되어 제기된 법률안이다. 즉 구하라법은 양육의 의무를 회피하여 어떻게 보면 아동학대죄를 저질렀다고 볼 수 있는 친모가 생물학적인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양육을 책임진 친부와의 공동상속권을 주장하면서 남긴 유산의 절반을 요구하면서 야기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통해 법안 변경을 촉구하면서, 10만 명의 동의를 받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었지만 20대 국회의 임기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되었다.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비록 친모가 양육 의무를 회피하였지만 현행법상 양육 의무의 유무가 상속권을 제한하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공동상속권을 인정되었고 다만 양육한 아버지의 기여분을 인정해 상속금액을 6:4로 결론 지어졌다.

이처럼 부모로서 자녀에 대한 양육의 책임이 있는 부모가 자신의 책무는 망각하고, 자식이 죽은 후 그 재산을 탐하 사례 많다. 비단 구하라씨 뿐만이 아니라 딸이 암으로 숨지자 20여 년 만에 나타나 억대 보험금과 전세 보증금을 받아 간 생모가 있는가 하면,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아들이 전사하자 연락을 끊었던 친모가 28년 만에 나타나 군인 사망보상금의 절반을 챙기기도 했고,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딸에게 지급된 사망보험금을 10여 년 전 어머니와 이혼한 친부가 유족과 협의 없이 절반을 가져가기도 하였다. 또한 순직한 소방관의 친모가 30년 만에 나타나 딸의 유족연금과 퇴직금을 받아 가기도 했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에는 '공무원 구하라법'으로 불린 공무원재해보상법이 20대 국회에서 개정됨에 따라 상속권이 인정되기는 하였지만, 친모에게 전달된 유족연금이 기존 50%에서 15%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사회의 통념과 배치하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현행법상 1순위인 배우자나 자녀가 없는 상태에서 사망한 사람의 재산은 2순위인 부모가 별다른 제약없이 절반씩 상속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민법 제1000조에 따른 상속순위는 1순위 직계비속이고, 2순위 직계존속, 3순위 형제자매, 4순위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속받지 못하는 결격사유는 제1004조에 고의로 직계존속·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 고의로 직계존속·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자,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자,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변조·파기 또는 은닉한 자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실종 선원 김종안씨의 경우에도 법원에서는 사회적 통념을 감안하여 중재안을 마련하여 화해 권고 결정을 하였으나, 친모 측에서 거절하였다. 통상 법원의 중재안을 거부한 측에 불리한 판결이 내려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종 법원의 판결은 1·2심 모두 친모 측의 승소로 끝났다.

이처럼 국민의 법 감정과는 다른 판결이 법원에서 계속 나오는 이유는 현행법상 상속결격 사유에 '부양의무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즉 현행법상으로는 아무리 부모가 아동학대로 볼 수 있는 양육 의무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도덕적인 지탄의 대상은 될지언정 상속권을 보장받는데 있어서는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러한 결론에 대해 법조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현행법의 한계를 지적하며 신속한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법상 상속결격 사유에 '부양의무 규정'이 따로 없는 상황에서는 법원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여론에 따라 현재 21대 국회에는 이와 관련한 민법 개정 법안이 11건 발의되어 있다. 지난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이 담긴 11건의 개정안을 일괄 병합심사 하였지만, 그 방식에 있어 양육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자를 상속결격 사유에 포함할지, 혹은 사법기관이 상속권 상실 선고를 할 수 있도록 할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다시 보완방안을 마련해서 비교한 후 방식을 최종 선정하자는 것으로 연기되었다.

그러나 발의안의 내용을 보면 모두 피상속인에 대해 부양의무 다하지 않거나 학대 등 범죄를 저지른 경우 상속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는 같다. 다만 그 방법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비록 상속결격 사유에 관한 규정의 명확성이 필요하다는 법률적인 논의가 있으나, 필자의 견해로는 더 이상 방식에 대한 논의로 세월을 보내기보다는 일단 결격사유에 아동학대와 같은 양육 의무 방기에 관한 규정을 추가하고, 이의 판단 유무는 법원의 판단에 맡기면 될 것으로 본다.

이를 통해 더 이상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불공정한 상속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민법 개정안이 하루빨리 마련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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