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관 오픈 리안갤러리, 獨 추상화가 ‘이미 크뇌벨’ 개인전
신관 오픈 리안갤러리, 獨 추상화가 ‘이미 크뇌벨’ 개인전
  • 황인옥
  • 승인 2023.09.1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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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에 불어넣은 따스한 생동감
회화 순수함 관람객 감성 결합
작품에 역동성과 생명력 부여
오브제-공간-색상 관계성 탐구
‘Figura’ 연작 중심 12점 공개
이미크뢰벨FiguraeC
이미 크뇌벨 작 ‘Figurae C’. 리안갤러리 제공

2007년 개관전에 미국의 인기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개인전을 선보여 미술계의 시선을 모았던 리안갤러리의 대구 신관 개관전엔 독일을 대표하는 추상화가 이미 크뇌벨의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다. 대구를 시작으로 알렉스 카츠, 데미안 허스트, 키키 스미스 등 세계적인 작가들을 초대하며 한국의 메이저 화랑으로 부상한 리안갤러리는 화랑 출범 16년 만에 중구 대봉동 기존 갤러리 건물 뒤편에 신관을 신축하고, 크뇌벨 전시를 시작으로 더 큰 도약을 위해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리안갤러리는 대구와 함께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 있는 서울점도 1개 층을 증축했다.

크뇌벨 전시 개막일에 만난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신관 개관 기념전으로 크뇌벨의 전시를 택한 데 대해 “2007년 개관 전 때 앤디 워홀 전시로 갤러리를 널리 알렸다“면서 ”이번에도 유명 작가 전시를 선정해 또 한 번 미술계의 관심을 리안갤러리로 모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미 크뇌벨은 지난 50여 년간 말레비치와 보이스로부터 계승한 자신만의 예술적 개념을 발전시켜 조각같은 캔버스로 건축적인 추상화의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해 왔다.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을 대표하는 카지미르 말레비치(Kazimir Malevich, 1879-1935)는 그에게 영감을 준 인물이다. 회화가 외부 세계의 어떠한 것도 재현하기를 원하지 않았던 말레비치는 세상 최고의 진리는 형상, 즉 어떤 것도 재현하지 않는 순수한 도형으로만 표현될 수 있다고 정의하며 새로운 예술체계 ‘절대주의(Suprematism)’를 선언했다.

처음 본 순간 압도적인 느낌을 받았다는 말레비치의 대표작 ‘검은 사각형(Black Square)’(1915)을 회화에 대한 개념을 해방시킨 전환적인 작품이었다고 밝혔던 크뇌벨은 회화의 재현적이고 사실적인 형상을 배제하고 순수한 오브제 그 자체의 형태와 공간, 색상 간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새로운 시각적 여정을 추구해 왔다. 다만, 회화는 현실과 단절된 세계라고 정리한 말레비치와 달리 회화를 자체의 순수함과 보는 이의 감수성까지 포함해 관람객들의 감성을 통해 역동성과 생명력까지 부여받아 완성된다고 보았다.

이미 크뇌벨의 스승이자 개념미술 작가 요셉 보이스(Joseph Beuys, 1921-1986)는 크뇌벨이 제한적인 틀을 깨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형태로 시도 하게끔 지도했으며, 크뇌벨이 고심한 닫힌 공간의 캔버스에 대한 문제의식을 실험하도록 이끌어 주었다. 작가를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후원해 거장들을 지지한 것으로 유명한 디아 재단의 현대 미술관 디아:비콘에서 장기 전시 중인 대표작 ‘19번 방(Raum 19)’(1968)은 보이스의 지도하에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에서 동료 작가들과 함께 고안했던 장소를 실제 크기에 맞추어 특별 제작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가장 흔하게 보였고 저렴했던 나무 판넬(Masonite) 등으로 제작한 ‘19번 방’은 작가가 ”모든 것이 나에겐 회화다, 모든 상황에서 회화를 끄집어낼 수 있다“라고 스스로 언급한 회화 창조, 재료 사용 원칙을 상기시킨다.

1990년대부터는 집에 있던 오래된 거울의 프레임에서 영감을 받고 알루미늄 소재를 회화의 지지체로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그의 작업을 대표하는 재료가 됐다. 이번 전시에서 주를 이루고 있는 ‘Figura’ 연작은 조립식 알루미늄을 기하학적인 형태로 잘라내고 그 위에 여러 색채를 덧칠한 작업이다. 작가의 딸이 운영하는 제과점의 형형색색의 케이크, 손녀의 자유분방한 색칠놀이 등 작가의 일상이 작품의 모양이나 색채 선택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데, 물감을 흡수하는 종이와 다르게 차가운 금속 위 붓 자국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은 색채가 가진 근원적인 생동감과 따뜻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네 번째 개인전으로 초대된 크뇌벨은 이번 전시에서 생명력과 생동감 있는 인물을 암시하는 유기적 형태의 ‘Figura’ 연작을 포함해 2022년 최신작까지 다양한 대표작 12여 점을 선보인다. 사각 캔버스 틀 안에 구현하는 전통적인 회화의 양식을 탈피하고 틀 자체를 기하학적 또는 유기적 형태로 변주하는 방식으로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구현한다.

특별히 작가의 요청으로 이번 전시에 포함된 ‘Kleiner Archetyp 16c’(2022)는 2008년에 독일 홀레 펠스 지역에서 발견된 구석기 시대의 비너스상(Venus of Hohle Fels)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이는 매머드 상아에 조각된 인류 최초의 여성 조각상에 대한 작가의 헌정이자 작가가 생각하는 ‘영원한 여성상’을 춤을 추는 듯한 여성의 실루엣으로 그려낸 것으로 고유의 알루미늄 회화로 마무리했다. 크뇌벨이 한 인터뷰에서 회고했듯 ”새로운 작품은 오래된 형식의 재개이다. 나는 오늘날까지도, 내 작업의 초기 시작점으로 늘 돌아가며, 모든 것을 융합한다“는 작품 제작의 기조와도 일맥상통한다. 전시는 10월 14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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