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달구벌 전상서
<좋은시를 찾아서>달구벌 전상서
  • 승인 2011.01.0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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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강

아침 햇살에 새벽안개 사라지면 별 사이 거닐던 이팝 꽃잎
사슴, 풀, 물고기가 노니는 달구벌을 아름답게 수놓고
비슬산 들꽃향기 바람 타고 날아날아 고산골 휘감을 때
억겁을 새운 주목 속 수액은 큰 언덕의 기억을 실어 나른다

보랏빛 제비꽃으로 단장한 남매지 호숫가
말을 타고 온 김춘추와 김유신 여동생이 밀어를 나누고
요석공주는 남편 원효의 무심한 목탁소리를 들으며
어린 아들 설총에게 젖을 물렸다

수많은 꽃과 새들이 춤추는 수성 초원에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간 뒤 드문드문 서 있는 들판의 나무 사이로
빼앗긴 봄을 찾으러 수성벌을 내다르는 이상화
팔공산 꼭대기를 향해 내지르는 그의 목소리는
달구벌과 분리할 수 없는 일체감이었다

인간에게는 이 대지의 모든 부분이 거룩하다
어느 누구 소유할 수 없는 저 하늘과 땅의 온기
신선한 공기와 반짝이는 물이 있는 대지는 만물의 산실
어두운 숲 속에서 맑게 노래하는
온갖 벌레들이 기억과 경험을 충만케 한다.
여기 어느 한 사람 뜻 없이 만들어진 사람이 없다.
너와 나, 우리 모두는 이 대지 달구벌의 아들
달구벌은 우리의 어머니이자 우리의 꿈

사람 둘레에 꽃이 핀다는 것은 가슴 벅찬 신비이다
병풍처럼 둘러싸인 분지 대구에 사시사철 꽃이 핀다.
살아있으면 인생을 찾아야 하고 누구도 관용을 베풀지 않는
아픈 현실이 세상을 껴안기엔 너무나 무겁고 진지하다
꽃은 비현실적일 수 있는 따뜻함으로
해결할 길 없는 현실로 뛰어들어 행복은 결코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닌
마음에서 향기처럼 우러남을 알려준다

오랜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역사의 도시
사람 좋고 정이 넘치고 똑똑한 인재들이 많이 나온 교육의 도시
살아 있는 도전정신으로 젊고 치열한 의식을 지녔던 대구
달구벌은 단지 시간의 축적만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았다.
2.28, 5.16, 5.18 등 지난 과거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시간의 퇴색을 버텨내며 끊임없이 역사를 반추하였다

디지털 실용주의와 전통적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의 대립 속에서
젊은이들이 떠난 자리가 채워지지 않는 고담市
이젠 디지털 실용주의의 프리 허그를 꿈꾸며
젊은이의 발길이 다시 머물어 대구의 멋진 운두가 될 수 있도록
오늘 큰 언덕 大邱 팔공산에서 오름의 소리를 터져라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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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경북 상주 출생, 낙동강문학 초대 편집위원장 역임, 한국시민문학협회 부회장 역임. 대구작가회의 회원, 2010년 대구신문 문학상 名詩 작품상 수상, 現) 낙동강문학 주필 및 심사부 간사, 시집: 『멸치를 따다 』외 다수

해설>인간의 문명은 주로 큰 강의 주변에서 흥망성쇄를 거듭하여왔다. 대구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우며, 최신 유행등의 외부변화에 그닥 민감하지 않다. 하지만 한번 세운 뜻과 한번 쏟은 정은 쉽사리 못 거두는 우직함이 있다. 넓은 들판, 높은 산 그리고 낙동강이 있는 큰 언덕“大邱” 산이 아무리 높아도 봄은 올 것이고 산이 아무리 낮아도 운두는 만들어진다.

△운두: 농의 끝에 나무로 구름을 새긴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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