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안나 작가 개인전-갤러리 CNK 내달 7일까지
김안나 작가 개인전-갤러리 CNK 내달 7일까지
  • 황인옥
  • 승인 2023.09.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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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기술 접목 예술 표현·자율성 확장”
쳇 GPT 등 활용 미디작품 전시
환경 문제 등 사회적 담론 기술
현실-이상 병치 균형 가치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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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안나 작 ‘Water has memory (with text)’. 갤러리 CN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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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안나 작가가 자신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CNK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인옥기자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 혁신적이기만 할까? 찾아보면 부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김안나 작가는 기술과 예술의 협업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메타버스(Metaverse), 대체불가능한 토큰(NFT), 쳇 GPT 등 첨단 기술과 미술과의 협업을 통해 예술의 지평을 확장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왔다.

최근 개막한 갤러리 CNK 개인전에 전시된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쌍방향 소통으로 구현되는 인터넷 게임이나 사진과 영상이 접목된 미디어 작품들에서 최첨단의 기술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기술을 어린 시절 장난감에 느꼈던 감흥처럼 신선하고 흥미롭게 바라본다. “어렸을 때부터 장난감을 부수고 재조립하는 걸 좋아했어요. 기계적인 것들에 흥미를 느끼는 성향이 남달랐던 것 같아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기술과 예술의 접목은 확산되는 추세다. 진보된 기술이 인간 삶의 양상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았듯, 미술적인 표현에서도 비약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진보된 기술이 표현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효율적인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아직은 창조성에서 기술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이 명확히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런 문제의식과 별개로 기술이 미술의 표현 가능성을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기술이 어떤 식으로 개발 되든, 우리는 그 기술을 흡수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 사고가 기술과 같이 계속 변형되어 가기 때문이죠. 예술도 마찬가지죠.”

김 작가에게 기술은 표현의 자유와 형식의 풍요를 가능하게 하는 존재로 다가온다. 그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으로 합리와 상상, 합성과 유기, 질서와 혼돈이라는 고도의 추상적인 개념들을 자유자재로 구현해낸다. CNK 개인전 제목인 랩소디(Rhapsody)에 그의 작업세계가 응축돼 있다. 랩소디는 즉흥성을 중시하는 악곡의 한 형식인데, 응축된 경험과 직감의 총합을 순간적으로 표출하는 자유로움을 전제로 한다.

“예술에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예술의 자유성을 확장하고 예술의 본질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전시 제목을 ‘랩소디’로 정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형식이나 표현 방식에서 고정된 틀을 뛰어넘는 것이 랩소디의 정신인데, 이번 전시에서 그는 ‘랩소디’의 가치를 기술과 미술의 협업으로 실천한다. 그 결과 미술에 자유분방함과 흥미로움은 한껏 높아지고, 주제의식은 더욱 명료해진다.

CNK 전시에선 미디어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2층에 설치된 미디어 작품 ‘Water has memory V.2.0’는 생성적 AI인 쳇 GPT를 활용해 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쌍방향 소통으로 생성해가는 대화형 설치물이다. 관객 사진을 인공지능이 분석해 생성한 스토리와 그 사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의 스토리를 생성한다.

또 다른 작품 ‘Lev-AI-Than’은 영국의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Kate Raworth)의 이론인 ‘도넛 경제학’의 내용을 기반으로 게임 형식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현생 인류의 과제는 지구의 수단 내에서 모든 사람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라는 전제를 기반으로 했다. QR코드를 통해 여러 명의 관람객이 도넛을 클릭하며 소비하게 한다. 소비를 할수록 특정 유형의 캐릭터가 가상 세계에서 활성화되며 환경에 더 많은 건물, 화재, 미사일 공격 등과 같은 특정 결과를 초래하도록 구현됐다.

이번 전시에는 평면 작업도 걸렸다. 작품명 ‘El Nino & La Nina’다. ‘플로터’(이미지를 그리기 위해 아날로그 필기도구를 삽일 할 수 있는 xyz)를 사용한 드로잉 시리즈로, 기후 변화로 인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엘니뇨 및 라니야 기상 조건을 테마로 한다. “사이보그 남매에 관한 가상의 신화적 이야기를 기반으로 해 서로 겹히고, 반대되고, 영향을 미치는 음양과 같은 이중 힘인 쌍둥이자리의 개념이 쇼의 오버 테마의 핵심이기도 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의 작품은 현실을 기반으로 펼쳐낸 가상 세계다. ‘가상세계’는 ‘실재하지 않으나 거짓으로 지은 세계’를 뜻한다. 비록 꾸며낸 가상의 세계지만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는 감각으로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실재하는 현실 세계와 다를 바 없게 되고, 세상은 그에 맞춰 엄청난 변화를 시도한다. 기술이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고,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의 흐름도 동시에 진행된다.

김 작가가 “작품에서 가상과 실제를 교차시켜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고, 예술 본질에 대한 궁극의 질문을 던진다”며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협업의 최종 목적지를 언급했다.

이번 전시에서 허구와 실재의 병행을 통해 그가 강조하려는 주제는 ‘환경 문제’다. 인간의 탐욕으로 자연파괴가 가속화되고 있고, 그로 인한 재앙 수준의 자연재해는 우리와 미래세대를 위협한다. 그는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담론인 환경문제를 예술적 탐구의 주제로 채택한다. 자연에 관심을 둔 것은 유년 시절 미국의 대자연을 체험하면서다. 그는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라는 믿음을 견지한다. 자연과의 공존은 곧 스스로를 살리는 길이라는 믿음이다.

“생태계의 한 부분인 인간도 오염된 환경에서 희생되고 있는데 절박하게 인지하기 못하는 것 같아요. 저는 작품을 통해 하루 빨리 그것을 깨닫고 지속가능한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볼 것을 주문합니다.”

그는 유년시절 미국으로 이주해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BFA 미술학과 학사, 캘리포니아대학교 얼바인캠버스(UCI) MFA 미술학과 석사, 경북대 PHD 디지털미디어아트 박사를 졸업했다. 현재 광주과학기술원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예술과 기술을 융합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2011년 가창창작스튜디오 9기 입주 작가로 선정되면서 대구와 연을 맺었다.

미술과 기술과의 접목으로 환경문제 등의 사회적인 담론을 창조적이면서 흥미롭게 기술해 온 그다. 예술가라면 사회적인 이슈들에 응당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여기에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주제를 몰입도 있게 구현하는 것이 예술의 힘이라고 전제할 때, 그의 상상들은 강렬한 힘을 가진 예술과 만났을 때, 새로운 현실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현실은 고정되기보다 계속해서 새로운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현실 속의 정치·사회·경제적인 문제들을 탐구해야 하는 것이죠.” 그의 미디어 작품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독특성은 탄탄한 서사 구조다. 그는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가 주제의 몰입도를 높인다고 믿는다. 그 서사들은 주로 현실과 관점을 달리하는 입장으로 전개되는데, 그는 그런 입장에서 주제를 강화하는 힘을 발견한다. 기술은 주제를 효율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조력자였다.

“새로운 관점은 새로운 비전으로 연결되고, 그것은 곧 새로운 질서나 방식을 열어주게 되죠.”

그가 꿈꾸는 새로운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사이보그 남매에 대한 가상의 신화적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전시작인 ‘’El Nino & La Nina‘에서 그의 의지가 읽힌다. 기후 변화로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엘니뇨와 라니냐 남매를 서로 겹치도록 표현하며 음과 양처럼 불가분의 관계로 설정한다. 자연의 조각들을 작은 화면 안에 담은 또 다른 작품 ’Breath‘ 연작에선 완벽하게 아름다운 이상적인 풍경과 오염되어 건조한 현실 세계를 동시에 경험하도록 중성적으로 구현한다. 이 상반되는 두 개의 개념들을 한 공간에 병치하며 그가 강조하려는 가치는 ‘균형’이다.

“매체와 소재는 다르지만 이중적인 구조의 개념을 병치하며 균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전시는 갤러리 CNK에서 10월 7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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