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하지 못할 끌림이 있어서
노랑을 쫓아 무작정 숲으로 들어갔다
거미줄 위에 앉은 나비가
노랑 날개 나른히 펼치고
마지막 때를 기다리고 있다
나 숨죽이며 다가가
끈적이는 거미줄에서 떼어주려는데
나비는 제발 그냥 놔두라 한다
거미줄에 칭칭 감긴 노랑나비
가만 들여다보니
아~!! 너는 나비가 아니라
어젯밤을 태우던 달의 조각이었던 것
숲속에 잠긴 내 눈이 출렁이니
덩달아 출렁이는 나비
꽃이 없으니, 나비 또한 꽃이 되고
김정아= 경북 상주 출생, 계간 ‘문장’ 신인상. 대구 시인협회, 형상시학회, 문장작가회 회원. 제12회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 대전 입선. 시집 ‘채널의 입술’.
<해설> 시인에게 숲이란 무엇인가? 숲이 설치해 놓은 덫과 같은 거미줄은 또 무엇인가? 이 시의 장치 속에는 궁금한 것들이 한둘 아니다. 아마도 알레고리일 것인데 숲이란 삶의 터전과 같은 것이며, 혼자가 아닌 어울림이거나 미묘한 관계의 어떤 틀일 것이다. 나비는 꿈이며 이데아라고도 볼 수 있는 데,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되고 그게 틀린 선택일지라도 무모해지고 싶은 시인의 심정을 우회적으로 잘 그려놓고 있는 시이다. “내 눈이 출렁이니 / 덩달아 출렁이는 나비”라는 걸 시인은 직감하면서도 노랑나비가 꽃으로 보이고 어젯밤을 태우던 달의 조각으로 보려 한다. 이는, 시인의 눈은 이미 본질 너머를 응시하고 있음인 거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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