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학교 가는 길과 새로운 시작인 집으로 가는 길
마지막 학교 가는 길과 새로운 시작인 집으로 가는 길
  • 여인호
  • 승인 2023.09.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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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 사랑합니다. 아이가 집에 오면 항상 하던 말이 있습니다. 친구들이 동생들이, 나도 마찬가지고, 교장 선생님을 너무 좋아해. 왜 그런 거 같아 하고 물었더니, 아이들을 어른처럼 대해주신다고,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주고 눈을 맞춰주시며 존중해 주신다고. 부모인 저도 지친 날에는 잘하지 못하는 일을 늘 한결같이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늘 교문 앞에서 아이들 맞아주신 인자하신 모습 잊지 않겠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2023년 8월 29일 화요일에 영호의 마지막 수업에 참석한 6학년 어머니의 소감입니다. 울먹이며 눈물을 훔치는 바람에 몇 번이나 읽다가 멈추기를 반복했습니다. 이날은 꽃사슴 문화관에서 1~2 학년군, 3~4 학년군, 5~6 학년군으로 나누어서 각각 2시간씩 학생과 희망 학부모를 대상으로 수업을 했습니다. 참석이 어려운 학부모를 위해서 실시간 스트리밍을 하고, 촬영한 동영상을 학교 유튜브 계정에 올렸습니다.

수업 내용은 3년 동안 공부한 12가지 덕목(예존겸기 - 예의, 존중, 겸손, 끈기. 역사정감 - 역지사지, 감사, 열정, 책임감. 용행칭사 - 용기, 행복, 칭찬, 사랑)을 복습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소리를 내면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영호의 졸저인 ‘학교 가는 길 집으로 가는 길’에서 학교 관련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영호가 노래 ‘시월(부초)의 어느 멋진 날에’를 불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가 영호에게 질문하면 영호가 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수업 소감이나 영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학습지에 적고 발표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소감을 준 학부모도 있습니다. 마지막에는 모두가 함께 교대부초 교가를 불렀습니다. 5~6 교시에는 달서구와 달성군에 송출하는 푸른방송에서 촬영도 했습니다. 이렇게 영호의 마지막 수업을 마쳤습니다.

8월 25일 금요일에는 학교에서 퇴임식을 했습니다. 교대부초 교육가족, 제자, 가족, 친척, 친구 모두가 함께 웃다가 울다가 제법 긴 퇴임식이 끝났습니다. 8월 28일 월요일에는 교장실의 책을 정리했습니다. 1천여 권의 책 중에서 영호가 100여 권을 가져오고 오래된 책은 버렸습니다.

나머지는 학교도서관, 교무실에 두고 몇 선생님들은 서너 권씩 책을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8월 29일 화요일에는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마지막 회식을 했습니다. 8월 30일 수요일에는 마지막 출근을 해서 정시에 퇴근을 했습니다. 8월 31일 목요일에는 대구광역시교육청에서 훈장을 받았습니다. 바로 고향의 부모님 산소에 훈장을 놓고 보고를 드렸습니다. 영호의 학교 가는 길을 마쳤습니다.

2023년 9월 1일부터 영호의 새로운 시작인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영호의 직함은 화양연화 머슴(대표)입니다. 화양연화는 영호의 토털 브랜드입니다. ‘진정김’으로 요약됩니다. 먼저 진정한 글쓰기입니다. 인생, 농사, 교육 등의 내용을 진심을 담아서 쓰겠습니다. 정직한 농사입니다. 복숭아와 포도 농사를 짓습니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합니다. 김가네 맛꼬방입니다. 김치,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의 김가네 전통을 이어가겠습니다.

마지막 수업에서 3학년 최은서가 쓴 소감처럼 누군가에게 별 같은 삶이 되도록 절차탁마하겠습니다. “제가 처음에 전학 와서 만난 얼굴은 교문에서 본 교장 선생님이예요. 선생님은 저에게 먼저 ‘사랑합니다’라고 하셨어요. 저는 그 한 마디 때문에 처음 보는 친구들에게도 용기를 내어 친해질 수 있었어요. 저는 선생님에게 배운 하나하나가 다 별이라고 생각해요. 나중에 그 별들이 다 모아지면 별자리가 되고 하늘이 되는 것처럼 선생님도 우리의 별자리이자 하늘이에요. 지금까지 선생님이 아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셔서 감사해요. 사랑합니다.”



김영호<전 대구교대부설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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