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이 온몸을 관통한 기록은 가계로 남아 있다
철썩거리며 치고 빠지는 혈류에서 서풍이 흐르고
꾸들꾸들 말라 찢어진 심장에서 겨울이 자란다
지난 시절은 끝없는 곡예
남해로 진해로 부푼 판막을 열고 깊숙이 유영하며
멀리서 번져오던 물안개가 생의 굴곡들을 지워갈 때
난 몇 겹의 바다를 안고 출렁거렸다
마른 그림자가 차고 시린 당신의 안부를 묻을 때면
푸른 바람 소리가 들렸다
멈춤과 떠남이 있는 난간
오한에 몸 움츠리거나 죽은 듯 떠 있기도 했다
뜨겁게 더듬었던 시간들을 건져 올리며
무릎이 사라진 줄 잊은 채
직립의 자세로 나부끼는 텅 빈 눈 속에 마른 풍경이 박혀있다
한 번 걸려들면 빠져나올 수 없는
바람과 격랑의 소용돌이를 견디며
오후의 느린 햇살이 흔들리는 노끈을 움켜쥐고 있다
◇임영자= 2015년 ‘시와 사람’으로 등단.
<해설> 제목이 대구다. 지역명 대구大邱인가 했는데, 꾸덕꾸덕 말라가는 어류인 대구大口를 통해 존재론적인 물음을 던지고, 어떤 답을 구해보려는 시도가 느껴진다. 자신의 가계도 속에서 초승달의 어떤 기록(자취)을 발견하게 되고 삶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몇 겹의 바다를 안고 출렁거리고 싶었다” 하는 걸 보니 시인은 “꾸들꾸들 말라 찢어진 심장”의 대구와 닮은 유전인자를 가진 건 아닐까. 혹한의 건조대를 거치면서 서서히 대구다운 대구의 맛에 이르는 길, 노끈을 든 그의 손에 이르면 바다의 고된 삶과 풍광과 제대로 꿰어지기도 한다.
-박윤배(시인)-
철썩거리며 치고 빠지는 혈류에서 서풍이 흐르고
꾸들꾸들 말라 찢어진 심장에서 겨울이 자란다
지난 시절은 끝없는 곡예
남해로 진해로 부푼 판막을 열고 깊숙이 유영하며
멀리서 번져오던 물안개가 생의 굴곡들을 지워갈 때
난 몇 겹의 바다를 안고 출렁거렸다
마른 그림자가 차고 시린 당신의 안부를 묻을 때면
푸른 바람 소리가 들렸다
멈춤과 떠남이 있는 난간
오한에 몸 움츠리거나 죽은 듯 떠 있기도 했다
뜨겁게 더듬었던 시간들을 건져 올리며
무릎이 사라진 줄 잊은 채
직립의 자세로 나부끼는 텅 빈 눈 속에 마른 풍경이 박혀있다
한 번 걸려들면 빠져나올 수 없는
바람과 격랑의 소용돌이를 견디며
오후의 느린 햇살이 흔들리는 노끈을 움켜쥐고 있다
◇임영자= 2015년 ‘시와 사람’으로 등단.
<해설> 제목이 대구다. 지역명 대구大邱인가 했는데, 꾸덕꾸덕 말라가는 어류인 대구大口를 통해 존재론적인 물음을 던지고, 어떤 답을 구해보려는 시도가 느껴진다. 자신의 가계도 속에서 초승달의 어떤 기록(자취)을 발견하게 되고 삶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몇 겹의 바다를 안고 출렁거리고 싶었다” 하는 걸 보니 시인은 “꾸들꾸들 말라 찢어진 심장”의 대구와 닮은 유전인자를 가진 건 아닐까. 혹한의 건조대를 거치면서 서서히 대구다운 대구의 맛에 이르는 길, 노끈을 든 그의 손에 이르면 바다의 고된 삶과 풍광과 제대로 꿰어지기도 한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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