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 르네상스 시원을 찾아서] 초가을 코스모스가 만개하면 요정들이 모여드는 곳
[금호강 르네상스 시원을 찾아서] 초가을 코스모스가 만개하면 요정들이 모여드는 곳
  • 김종현
  • 승인 2023.09.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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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금호잠용의 심장, 꽃섬에선 무슨 일들이?
일제의 하중도 이름 벗으려 공모
2021년 ‘금호 꽃섬’ 이름 달아
신천서로-꽃섬 연결 고가 보행교
누구나 사진 찍고 싶은 포토존
금호강물·하늘의 구름 등 장관
“신이 이곳의 아름다움 봤다면
몰래 훔쳐갔을 것이다”
금호강호수꽃섬
금호강 호수 꽃섬

◇금호 꽃섬(琴湖花洲), 꽃의 왕국 아닌 ‘요정의 나라’

‘금호꽃섬’을 노곡 주민들은 ‘섬들(島野)’ 혹은 ‘무섬(물섬)’이라고 했다. 일제 행정용어로는 하중도(河中島)였다. 졸졸거리는 물소리에 갈대까지 노래하는 금호에 어울리지 않는 삭막한 표현이었다. 일제의 하중도라는 이름에서 벗어나고자 지난 2021년 9월 시민공모를 통해 ‘금호 꽃섬’이라는 예쁜 이름을 찾아 달았다. 봄 유채꽃, 초가을 코스모스가 만개하면 지상에 모든 꽃요정(花精)들이 모여드는 곳이라 자연스러울 뿐이다.

꽃 요정(flower elf)이 살고 있다는 증거로는 첫째는 새로 만든 신천서로에서 꽃섬으로 연결하는 고가보행교(over-pass) 모양이 ‘뜨거운 것이 좋아(Some Like It Hot)’라는 영화 속 주인공 마릴린 몬로가 벗어 던졌던 브래지어와 같다. 그녀를 감쌌던 보자기는 금호 섶 온갖 화초와 풀숲까지도 황홀함으로 채색하여 비오는 날 수채화(rainy-day watercolor)한 장을 만든다.

둘째로는 누구나 찰칵 할 수 있게끔.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에 나오는 오드리 햅번 즉 앤 공주처럼 깜찍하게 찍을 수 있는 포토 존이 곳곳에 있다. 셋째, 손바닥만 한 곳이 아니라 반나절을 바삐 걸어야 다 구경할 수 있을 정도인 7만 평(22만2천㎡)이나 되는 ‘요정의 나라(Fairy Land)’다. 이곳에도 ‘겨울왕국(Frozen)’이 시작 될 때는 엘사 공주(Elsa, The Snow Queen)의 “잊어야지(Let it go)!”라는 가사를 모두가 자신도 몰래 흥얼거리게 된다. 넷째로는 꽃섬을 돌아 흐르는 금호강물도 졸~졸~, 벌들이 잉~잉~, 온갖 새들은 째~액~ 째~액, 재잘~재잘~, 하늘의 구름도 멍하니 넋을 놓고 만다. 팔공산 할머니 마저도 먼눈으로 졸다가도 두 눈을 비비시고, 뭔가 신비스럽다는 듯이 눈웃음까지 치신다. 마지막, 백마기사(白馬騎士)가 말을 멈추고, 제우스태양 마차(Zeus’ sun chariot)도 잠시 쉬면서 꽃 섬 관람에 넋을 놓아도 될 만큼이나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었다.

얼마 전 수첩과 볼펜만을 들고 아내와 금호꽃 섬을 찾았다. 평소에 풍경을 스케치하는 습관으로 몇 곳을 스케치했다. 그런데 그림은 어디에 갔는지 메모쪽지만 남아있어 말하기를 “봄 유채화, 여름 해바라기, 가을 메밀꽃, 겨울 눈꽃이 피느냐고요? 아니요, 언제나 웃음, 사랑, 행복, 그리고 인정이 꽃피는 곳(Canola flowers in spring, sunflowers in summer, buckwheat flowers in autumn, and snowflakes in winter? No, this place where laughter, love, happiness, and compassion bloom all year round).”라고 금호꽃섬에 추억들이 적혀 있었다. 지금도 한 마디로 꽃 섬을 표현하라면 “신이 이곳의 아름다움을 봤다면 몰래 훔쳐갔을 것이다. 절대로 불가능했다면 그렇게 아끼던 왕비와 공주까지 몽땅 주고도 바꾸었을 것이다.”

◇미국 ‘거울 강’과 캐나다 ‘눈먼 호수’보다도 더 아름다워

금호강을 볼 땐 미국 미시간 주(Michigan State)의 중부와 로어반도(Lower Peninsula)로 흐르는 ‘거울 강(Looking Glass River, 길이 121km)’이 있다. 주변의 산과 숲들이 강물에 어리기에 마치 거울과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금호강도 본래는 그보다 더 맑았기에 신라에서 고려 때까지 ‘푸른비단 호수(靑羅綢湖, BlueSilk Lake)’라고했다가 조선 시대에선 ‘거문고(금호강) 물소리에 갈대가 풀피리되어 노래하는 호수(葦箸琴湖)’로 변천하더니 세종실록지리지에서 금호로 공식적인 강명이 되었다.

로버트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 1850~ 1894)이 지은 ‘거울 강(Looking Glass River)’을 서투른 솜씨로 번역하면 “순조롭게 미끄러지듯 나아가네, 여기는 잔물결, 저기는 빛나네. 아~ 깨끗한 자갈이고, 아~ 부드러운 시냇물까지도. 돛단배는 꽃, 은빛은 물고기, 공기처럼 맑게 단장한 물덤벙이야! 어린아이의 소원이 저 아래에서 살겠다는 게다(Smooth it glides upon its travel, Here a wimple, there a gleam / O the clean gravel, O the smooth stream; Sailing blossoms, silver fishes, Paven pools as clear as air / How a child wishes, To live down there). 우리는 색색의 얼굴을 볼 수 있어. 흔들린 수영장에 떠 있어. 시원한 곳에서 아래로, 어둡고 매우 시원하다. 바람이나 물에 주름이 잡힐 때까지 담비, 통통한 송어, 반짝반짝 퍼지고 모두 지워진다. 수많은 재잘거리는 울림들(rings)이 서로를 쫓는 것을 보라. 아래는 모두 밤처럼 검어진다. 마치 어머니가 빛을 꺼버린 것처럼...시냇물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차차 맑아질 것이다.”

캐나다의 여성 시인 엠마 미아오(Emma Miao)가 쓴 ‘그대의 눈을 멀게 하는 호수(The Lake Is Enough To Blind You)’라는 시 구절을 되뇌어 보면 “그건 오랜 이야기인데. 강둑에 앉아 달빛이 비치는 자갈 위에 가면을 벗은 소녀들이. 그들은 낄낄거리며, 코에 묻은 흰 반점을 털어내고 있었지. 신화는 그녀들에게 손가락을 호숫물에 적시게 하고. 잔물결을 핥았지. 낡은 다리에서 더러운 물을 튕기면서.(It is an old story. Girls, perched on banks, shedding masks onto the moonlit pebbles. They are giggling, brushing white flecks off their noses. The myth tells them to drag fingers into the lake, lick the ripple, splash dirty off their mis-haven legs). 어머니는 늑대가 발로 코를 비비는 것에 대해 주의하라고 했지.그래도 물은 그들을 순종하도록 만들었지. 잠자리와 얼룩진 갈대가 결단코 일어나지 않을 일을 속삭인다고 하자. 출렁이는 파도가 손바닥을 반쯤 펴고, 호숫가에서 잊게 하자. 그들은 검은색 갈기가 그들의 몸 뒤에서 빛날 것이니. 얕은 곳이라고 걸어 들어가지. 안개가 가라앉고 갈기가 있는 반사가 모자이크 모양으로 흘러간다네.(A mist settles; their crested reflections blur into mosaics). 허리를 누르는 손을 기억하세. 입술 위에서 춤추는 한숨을 기억하세. 안개가 걷히면 소녀들은 사라지지.(Remember hands pressing into waists. Remember sighs dancing on lips. When the fog lifts, the girls are gone).”
 

 
글·그림 = 이대영<코리아미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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