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사진비엔날레, 다른 매체는 흉내 낼 수 없는 ‘사진적인 사진의 힘’...문예회관·방천시장 등 11월 5일까지
대구사진비엔날레, 다른 매체는 흉내 낼 수 없는 ‘사진적인 사진의 힘’...문예회관·방천시장 등 11월 5일까지
  • 황인옥
  • 승인 2023.09.2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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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소주제로 동시대 양상 살펴
국내 13명·해외 작가 47명 참여
사진 이론·첨단 기능 등 워크숍도
토펜바흐와뿌르투
토펜바흐와 뿌르투(Edouard Taufenbach Bastien Pourtout) 작 ‘피라미드(Pyramides)’.

 20세기 초에 스냅숏 카메라가 발명되고, 아마추어를 위한 현상·인화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사진이 대중화되자 사진가들은 더욱 예술적인 매체로 사진을 바라보게 됐다. 이른바 ‘회화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사진을 정교한 수공품처럼 만들려 시도했다. 하지만 곧 그에 대한 반발로 순수 사진에 대해 강조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일상적 대상을 자연광을 이용해 촬영함으로써 회화와 구별되는 사진만의 매력을 추구한 것.

21세기는 사진의 대중화가 더욱 증폭되는 시대다. 휴대폰에 웬만한 카메라 못지않은 기술과 기능이 탑재되면서 사진이 일반인들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바꿔놓고 있다. 신체 일부가 된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인터넷과 SNS를 통해 그 이미지를 배포한다. 그렇게 생산된 사진은 복제와 재복제를 통해 무한히 증식·배포되며, 인간의 시각 경험은 사진을 통해 형성된다. 사진이 지배하는 환경에서 점점 ‘사진 인간(photo human)’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오죽하면 사진 발명 이후의 인간과 사진 발명 이전의 인간으로 구분할까?

사진이 일상이 된 오늘날의 사진예술가들은 어디에서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할까? 이런 질문에서 그들의 마음이 쏠린 곳은 거대담론이었다. 사회, 환경, 이주, 여성, 소수자 등 현대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첨예한 주제들을 다양한 사진 구현 방식으로 풀어내며 능동적인 사회 참여자를 자처하며 또 다른 차원에서의 사진미학을 추구했다.

그러나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는 다시 사진이라는 사진의 본질로 회귀하며, 첨단의 기술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진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런 배경에서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사진의 힘’이라는 대주제 아래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동시대 최신 작품을 대구로 소환한다. 회화, 문학 등 다른 매체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오직 사진만이 표현할 수 있는 ‘사진적인 사진’을 소개한다. 서울대 미학과 박상우 교수가 예술총감독 및 큐레이터를 맡고, 사진학자 미셸 프리조 큐레이터가 주제전 기획자로 참여한다.

박상우 예술총감독은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원(EHESS)에서 사진미학으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중부대학교 사진영상학과 교수, 동강사진상 심사위원, 호암예술상 추천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사진학회 운영위원, 현대미술사학회 편집위원 등 다방면으로 활동 중이다.

미셸 프리조는 세계적인 사진학자 및 사진계 석학으로 파리 퐁피두 미술관, 죄드폼 미술관 등에서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앙드레 케르테츠 등 전설적인 사진가들의 전시회를 기획한 저명한 큐레이터다.

누노페레스트렐로
누노 페레스트렐로(Nuno Perestrelo) 작 ‘몽둥이와 돌(Palos y Piedras)’

 ‘다시, 사진으로!, 사진의 영원한 힘’이라는 주제로 대구문화예술회관, 방천시장 등 대구전역에서 11월 5일까지 열리는 올해 비엔날레는 주제전과 구본창 등이 참여하는 특별전 ‘사진의 돌발’, 초대전 ‘대구사진사 시리즈Ⅲ’, 기획전 ‘대구의 그때와 지금: 사진 비교의 힘’, 국내 최고의 사진 전문가들이 강연하는 ‘사진워크숍’, 방천시장 일대에서 열리는 연계전시 ‘방천을 다시 기록하다’ 등으로 구성된다.

먼저 주제전은 △증언의 힘 △빛을 기록하는 힘 △순간 포착의 힘 △시간을 기록하는 힘 △반복과 비교의 힘 △시점의 힘 △확대의 힘 △연출의 힘 △변형의 힘 △관계의 힘 등 10개의 소주제를 통해 사진 매체의 힘이 동시대 시각예술에서 어떤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는가를 살펴본다. 증언, 순간포착, 확대, 비교 등 10개의 사진의 힘들로 구성된 이 소주제는 사진의 발명 이후 줄곧 새로운 가시성을 추구해 왔던 작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탐구해오던 것이기도 하다. 놀랍게도 사진의 이 힘들은 거의 2세기가 지난 현재에도 지속해서 동시대 문화와 시각예술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거시적인 사회문화 환경은 바뀌었어도 사진의 힘은 영원하다는 뜻이다.

주제전 참여작가는 장용근, 곽범석, 안준, 김규식, 이지연, 정지필, 요시키 하세, 토펜바흐와 뿌르투, 누노 페레스트렐로, 테리 와이펜박, 크리스토퍼 버튼, 이리나 웨르닝, 존 유이, 플로리안 드 라쎄 등 한국작가 13명(대구 2명), 해외작가 47명 등 22개국 60명이다.

마리암피루치
마리암 피루치(Maryam Firuzi) 작 ‘은폐(Concealment)’

초대전인 대구사진사 시리즈III에서는 △대구 사진의 힘 △광복과 전쟁을 거쳐 80년대에 이르기까지 사진가 △사진단체 △사진사 연표를 통해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사진강연 워크숍도 진행된다. 비엔날레의 전체 주제인 사진의 특수성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다양한 강연과 사진 탄생의 비밀, 시대별 사진경향과 같은 사진이론뿐만 아니라 로드뷰 사진, 드론 사진, 인공지능 사진, 성형(成形)사진 등 날로 발전하는 사진의 첨단기능도 소개한다.

대구문화예술회관 김희철 관장은 “올해 대구사진비엔날레 예술총감독의 예술적 역량을 최대한 펼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면서 “전 세계 사진 애호가들, 대한민국 국민, 대구시민이 모두 함께 즐기는 역대 최고의 풍성한 비엔날레가 될 수 있도록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박상우 예술총감독은 “놀랍게도 사진의 힘은 2세기가 지난 현재에도, 나아가 미래까지 지속해서 동시대 문화와 시각예술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이번 주제전은 동시대 미술가와 사진가가 사진의 힘에 의지해 구현한 경이로운 시각 스펙터클과 만나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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