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제정신’을 지킵시다
[박명호 경영칼럼] ‘제정신’을 지킵시다
  • 승인 2023.09.2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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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안전하고 평안한 삶을 살아가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 분명 경제는 발전했고 살림 형편은 이전보다 나아졌는데도 ‘더 잘 사는’ 것은 아닌 듯하다. 삶의 질은 먹고 살기조차 힘들었던 시절보다 오히려 더 떨어졌다고 한다. 소음과 먼지를 비롯한 여러 가지 환경 오염 때문에 먹고 마시는 일은 물론이고 숨쉬기조차 수월찮다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과 범죄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불안감을 높인다.

불특정 다수에게 가해지는 무차별적 폭력이 다시금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이상 동기(異常 動機) 범죄’다. 지금까지 ‘묻지마 범죄’로도 불려 왔던 것인데, 가해자나 가해 동기, 가해 방식을 종잡을 수 없다. 무차별적으로 폭력이 행사되어 많은 이들이 불안과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여러 가지 증오로 인해 범죄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호기심으로 모방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교사들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교권 침해, 마약과 음주 운전사고, 스토킹 범죄, 학교 내 학생폭력, 신체적 약자에 대한 조롱과 폭력행사, 가족 간의 상해사고, 주유소에서 주유기에 방화하는 등 그 행태도 매우 다양하다.

모든 범죄의 동기는 매우 복잡하다. 분명한 것은 어떤 범죄라도 가해자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발생한다. 무엇이 우리를 ‘제정신’에서 이탈하게 하는가. 최근 확대일로에 있는 마약 중독이나 지나친 폭음, 경제적 곤란, 사회적 단절, 지나친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근원적으로는 ‘사람다움’의 상실이 ‘제정신’의 이탈을 가져온다. ‘제정신’이란 올바른 판단 능력이며 마음의 바른 자세나 태도다. ‘사람다움’을 회복해서 돌아온 자기 본래의 바른 정신이다.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 “사람이 사람이라고 다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 영화 ‘조폭 마누라 3’에 등장한 ‘사람 인(人)자 여섯 개가 나란히 쓰인 액자’의 글귀 풀이다. 우리의 전통문화에서 ‘사람다움’의 자격은 ‘어질다’라는 뜻의 인(仁)이다. 그것은 사람이 자신이 처한 조건에서 삶을 더 낫게 가꾸려는 희망과 자세와 노력을 뜻한다. 이타심과 겸손함 나아가 타인의 아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마음도 바로 여기서 나온다. 다산 정약용은 ‘사람답다’라는 것은 사람이 자연적·사회적 역할을 적극적 수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공정(公正)과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영역인 의(義)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여기에다가 사람 사이의 기본관계인 예(禮)·지(智)·신(信) 등도 제대로 갖춰져야 인과 의가 균형을 유지한다. 먼저 예가 바르게 지켜져야 한다. ‘사람다움’이란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을 대하는 예의와 질서를 실천하고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삶의 현장에서 기초질서가 무시될 때 대형사고나 재난, 폭력과 범죄 등이 발생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누구보다도 먼저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이 ‘제정신’을 지녀야 한다. 지도자는 타인을 관리하며 동시에 자신도 잘 관리해야 한다. 따라서 지도자는 올바른 판단 능력과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와 태도를 가져야 한다. 나아가 지도자는 구성원이 겪는 괴로움과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고 그것을 극복하고 해결하려는 간절한 심정을 지녀야 한다. 그래야 진실로 ‘제정신’이 있는 지도자로 인정된다.

기업에서도 구성원들의 ‘제정신’이 흐트러져 있으면 사소한 무질서가 방치된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반드시 큰 문제가 발생한다. 소위 ‘깨진 유리창’ 이론이다. 따라서 경영자는 효율이나 능률을 살피기 이전에 반드시 구성원들의 정신부터 점검해야 한다. 기업의 가장 소중한 자원은 사람의 정신이며 품성이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에서 로버트 풀검은 유치원에서 배운 지혜를 이렇게 풀어놓았다. “무엇이든 나누어 가지라. 공정하게 행동해라. 남을 때리지 말라. 사용한 물건은 제자리에 놓아라. 자신이 어지럽힌 것은 자신이 치우라. 내 것이 아니면 가져가지 말라. 다른 사람을 아프게 했다면 미안하다고 말하라”

경제 대국에 살며 스스로 선진국 국민이라고 믿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리고, 교통신호를 마음대로 무시하고, 약자를 조롱하며, 선생님을 경시하며 희롱하고, 어른을 어른으로 대우하지 않고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연초에 대통령은 “산업현장 불법을 놔두면 그게 국가냐”라고 일갈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국가지도자는 “기초질서가 무너지면 그게 국가냐”라는 물음을 언제나 반드시 물어야 한다. 기초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의 미래는 기초질서와 기본윤리를 지키고 가꾸려는 ‘제정신’에 달려있다. 어떤 범죄도 ‘제정신’을 지키면 예방된다. 이처럼 진짜 소중한 것은 언제나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우리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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