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먼나무
[좋은 시를 찾아서] 먼나무
  • 승인 2023.09.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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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디 작가

가슴을 열면 가난한 새들 눈알이 붉다.

가지에 걸터앉은 높하늬바람이

슬어놓은 알처럼

북극성이 불을 켜면 정박하는 닻별이다.

당신은 촛불을 켜는 사람

불그림자 읽은

눈엣말

장밋빛으로 녹아내릴 뿐,

영원히 쓰지 못할 지나가 버린 글썽임.

◇이우디= 2014년 ‘시조시학’ 등단. 2019년 ‘문학청춘’ 시 등단. 2019년 ‘한국동시조’ 신인상. 시집 ‘수식은 잊어요’ 시조집 ‘썩을,’ ‘강물에 입술 한 잔’, ‘튤립의 갈피마다 고백이’.

<해설> 나무는 나무인데 먼나무가 주는 느낌은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는 걸 시인의 시는 보여주고 있다. “가슴을 열면 가난한 새들 눈알이 붉다”라는 걸 신속하게 알아채는가 하면 “북극성이 불을 켜면 정박하는 닻별”을 나무에 연결한다. 그러니까 이우디 시인의 시어는 이해와 전달을 목적하지 않으면서 내면 감정을 철저하게 이미지로 전달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 세계를 가지고 있다. 나무가 촛불 켜는 사람이라고? 영원히 쓰지 못할 지나가 버린 글썽임이라고 말하는 데는 나무가 가까이서 만질 수 없는 그런 먼 나무이기에 가능하다. 줌을 통해 깊숙한 심리까지 밀고 당기는 능력을 시인은 보여주고 있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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