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모난 돌이 존중받는 사회로
[대구논단] 모난 돌이 존중받는 사회로
  • 승인 2023.09.26 2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덕호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우리 속담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이 있다. 정이란 돌에 구멍을 뚫거나 모서리를 다듬어 둥글둥글하게 만들 때 사용하는 도구로 사람의 말과 행동이 모가 나면 미움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제 이 속담은 바뀔 때가 되었다. 모난 돌을 잘 꿰맞추면 튼튼한 축성을 쌓을 수 있고 그 대표적인 예가 창건 당시 원형 그대로 보전된 불국사의 남쪽 끝 모서리에 있는 축성의 기단으로 1,500년 세월을 거뜬히 견디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돌입하면서 모난 돌의 가치가 더욱 증대되고 있다. 정보상품은 추가로 1단위 생산할 때마다 소요되는 한계 생산비가 거의 제로에 가까워 무한 재생산이 가능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천지 만물이 다 그러하듯이 정보상품과 사람은 각자의 개성으로 빛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존재가치가 매우 낮고 쉽게 로봇이나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밖에 없다. 이제 사회는 모난 돌을 깎아서 둥근 돌을 만들어 축성을 쌓을 수 없도록 할 것이 아니라 모난 돌의 개성을 극대화하면서 모서리를 잘 맞추어 모든 구성요소 하나하나가 빛나는 든든한 축성을 쌓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교육은 각자의 개성이 무시되고 심지어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처럼 지나치게 개성이 강한 자가 용납되지 않는 세상으로 줄달음치고 있다. 각종 교육은 획일화된 구조 속으로 집어넣어 먹고, 자고, 배설하는 생존에 필요한 기본 교육은 거의 하지 않고 지식교육과 함께 각종 기능교육을 위해 학원으로 내몰리고 있다. 더구나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성장할 나이에 체력 및 정신수련을 위한 교육은 거의 하지 않고, 양계장에서 사육되는 닭처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지식교육으로 시간을 탕진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대학교육이 가능한지를 가늠하는 수학능력 테스트란 허울 좋은 이름으로 동일한 문제로 전국의 거의 모든 학생에게 시험점수로써 학교 순서를 정해 지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미 고등학교 졸업자가 대학에 필요한 신입생보다 적은 상황에서 수능시험은 단순히 학교순위를 정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의미가 없지만 전 국민이 거기에 매달려 있다. 심지어 소음을 막기 위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전투기 비행조차 금지하는 것을 보면, 수능제도는 누구도 감히 손댈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로 굳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더 나은 대학을 들어간다는 명목으로 치열한 경쟁을 거쳐 힘들게 대학을 입학하면 곧바로 닥치는 것이 취업 문제이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별다른 출구가 보이지 않으니까 수많은 학생이 공무원 시험 준비에 허송세월하고 있다. 일부 전문기술직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공직 분야에 자기의 취향에 따라 무시험으로 들어가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다. 만약 꼭 별도의 시험이 필요한 수준이라면, 대학은 스스로 존립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꼴이 된다. 더욱 문제인 것은 힘들게 공무원이 되어도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구조이다. 기본적으로 항상 상명하복(上命下服)해야 하는 구조로 창의성이 거의 없는 공무원을 양산하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 선례가 있는지 묻고, 선례가 없으면 다른 지방정부에서 한 사례가 있는지 따지고 그래도 없으면 중앙정부의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그래도 없으면, 해외사례를 탐구하며, 그래도 없으면 포기해야 한다. 왜냐하면, 혹시나 모를 실패의 부담을 고스란히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 지워지도록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창의성을 발휘하기는 처음부터 어려운 구조이다.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로는 최적화된 구조이지만 선도자 혹은 개척자(first mover)로 발전하는 데는 학교 교육에서나 직장에서도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모난 돌을 깎아서 둥글게 만들어 축성을 쌓을 수 없도록 하지 말고 그들의 개성을 극대화하고 이를 잘 짜 맞추는 것이 사회지도자들의 역할이다. 만약 그것을 할 능력이 없으면 지도자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이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사회발전을 막는 암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가르치고 배우는 방법과 일하는 방식도 근본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암기의 시대는 끝났다. 그렇게 힘들게 머릿속에 집어넣은 지식은 이미 대화형 인공지능 Bard와 Chat GPT 등에 모두 탑재되어 있어서 제대로 묻기만 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시대가 되었다. 지금부터는 공부(工夫)는 그만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물어서 자신의 개성을 극대화하는 학문(學問)을 하여야 한다. 대화형 인공지능과 교수는 학생의 호기심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조력자로서 자질과 능력을 갖추도록 하여야 하며, 지금이라도 서둘러 대한민국이 진정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교육과 사회체계를 일신하여야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