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석의 통상이야기] 프랑스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의 영향과 우리 기업의 대응 방안
[손수석의 통상이야기] 프랑스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의 영향과 우리 기업의 대응 방안
  • 승인 2023.09.2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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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석 경일대학교 국제통상학전공 교수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이어, 프랑스가 EU 국가 중 처음으로 금년 7월 28일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안’ 초안을 공개했다. 8월 25일까지 주변국들의 의견수렴을 거친 후, 내년 1월부터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 프랑스 정부는 개인이 4만7천 유로(약 6천700만원) 이하 전기차를 구매할 때 5천~7천유로(726만~1천17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에서는 해상운송을 포함하는 전기차 전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반영한 ‘환경 점수’를 매겨 종합점수가 60점이 넘는 차에만 그 점수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한다.

‘환경 점수’는 ‘탄소발자국 점수(70%)’와 ‘재활용 점수(30%)’를 합산하여 산정한다. 먼저 ‘탄소발자국 점수’는 전기차 생산에 사용된 철강, 알루미늄, 기타 재료, 배터리, 조립 및 운송에 대한 생산 지역별 탄소 배출량을 합산하여 산정한다. 프랑스가 제시한 공식에 따르면 전기차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량이 1만kg 이하면 80점, 1만4천750kg이면 60점, 그리고 2만9천kg 이상이면 0점이 된다. ‘재활용 점수’는 재활용 재료 및 바이오 재료 사용, 배터리의 수리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산정할 예정인데 아직 세부 기준은 발표하지 않았다.

그런데 프랑스 정부가 국가별로 산정한 탄소배출 계수를 보면 EU 이외 국가에서 생산하는 경우 탄소 배출량 기준이 크게 부풀려 있다. 철강의 경우 EU 국가는 1㎏당 탄소 배출량이 1.4㎏인 반면, 한국은 1.7㎏, 일본 1.9㎏, 중국은 2.0㎏이다. 알루미늄은 이보다 격차가 훨씬 커 EU 국가들은 1kg당 탄소 배출량이 8.6㎏에 불과하지만, 한국과 중국은 각각 18.5㎏, 20.0㎏으로 산정됐다. 게다가 해상운송 탄소 배출계수의 경우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데이터보다 10배 이상 높게 책정됐다.

이대로라면 유럽에서 거리가 멀고 운송비가 많이 들수록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멀어지는 만큼, 프랑스까지 배로 2만2천㎞ 이상 운송하는 한국 전기차들은 탄소 배출량이 누적될 수밖에 없어 보조금을 받기가 어렵다. 따라서 프랑스의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안’은 유럽산 전기차에 보조금 혜택을 주는 보호무역 정책, 즉, ‘프랑스판 IRA’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IRA(인플레감축법)’와 유사하지만, 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한편, 업계에선 이번 개편안이 2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견제책으로 해석한다. 현재 프랑스에서 전기차 보조금으로 배당된 12억 유로(약 1조 7,435억 원) 중 40%가 중국산 전기차에 지원되고 있다. 이처럼 프랑스의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안’의 명분은 친환경인데,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우리나라 전기차 수출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프랑스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5위이며, 2022년에 현대와 기아차가 1만7천대를 판매했다. 그중 1만 대는 한국산을 수출하였으며, 나머지 7천대는 유럽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서 판매했다. 한국에서 수출한 1만 대는 새로운 보조금 규제 범위에 포함되며, 1만 대 중 5천대는 차량 가격이 4만7천유로 이상이어서 원래 보조금을 받지 못했으나 나머지 5천대는 보조금 규제 대상이 된다. 숫자로 보면 큰 영향은 아닐 수 있지만 프랑스의 보조금 정책이 이미 ‘fit for 55 법안’을 비롯한 각종 탄소 관련 규제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경우와 유럽이 프랑스와 다른 형태의 전기차 비관세 장벽을 설치하는 경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개편안이 초안대로 시행된다면 한국산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아 정부와 무역·자동차 업계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며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 IRA의 경우 초기 대응이 미흡해 피해가 컸던 만큼, 민관 합동의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이 차별적 대우를 금지한 WTO 및 한-EU FTA 위반 소지가 있음을 강조하고,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하지 않도록 법안 수정을 강력히 요구하는 등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대차그룹은 개편안 시행이 내년 초인 점을 감안하면, 추가 공장 설립은 어렵기 때문에 현지 전기차 공장 설립보다 기존의 체코, 슬로바키아 및 튀르키예 공장을 전기차 생산기지로 전환하거나 전기차 생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실제로 현대차는 현지 생산 조달 체계를 확장 중에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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