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 르네상스 시원을 찾아서] 세속의 근심·걱정 깨끗이 씻어주는 ‘대구의 월든’
[금호강 르네상스 시원을 찾아서] 세속의 근심·걱정 깨끗이 씻어주는 ‘대구의 월든’
  • 김종현
  • 승인 2023.10.0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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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대구시민의 연못, 금호는 삶의 미학을?
인문학도시 보스턴 ‘월든 연못’
시민들 삶의 미학 낳는 보금자리
대구시민에겐 그 이상의 존재로
새 세상을 보고자 눈 닦고 씻어
손·발 씻기는 신의 숨겨둔 진리
금호강꽃섬
대구 금호꽃섬을 월든이라 할 수 있다. 그림 이대영

◇꽃섬(花洲)은 금호잠용의 심장(琴湖潛龍之心臟)

함지산에서 동화천, 신천, 팔거천, 달서천이란 4개 지천을 사지(四肢)로 생각하면, 금호란 거대한 잠룡이 그려진다. 옛 선인들은 그런 모습을 금호잠용(琴湖潛龍)이라고 했다. 이에 연유하여 칠곡이나 지천에서 보면 금호강섶에서 햇살을 받아서 졸고 있는 금호잠용을 와룡산이라고 불렀다. 오늘날 아양루와 통천사가 있는 금호수변 서벽산(西壁山)을 9마리 용이 우글거리는형상에 구룡산(九龍山)이라 했다. 그렇다면 과거 하중도 혹은 섬들(扇狀地)은 강심(江心)에 있기에 ‘금호의 심장(琴湖之心)’이었다. 바로 ‘거대한 금호잠용의 심장(Great Submerging Geumho Dragon’s Heart)’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곳에 무지개가 뜨지 않아도 모두의 가슴을 콩닥거리게 한다.

하중도(河中島)란 사방이 강물로 둘러싸여 있어 혼자 힘으로 벗어날수 없는 내륙고도였다. 그래서 조선왕조실록(太宗實錄)에선 국왕 태종이 처남 민무질에게 대구현에 안치(귀양)를 명령하였다(命置無疾于大丘). 죄질로 봐서는 꽃섬(하중도)에 절도안치 혹은 위리안치를 시켜야 합당했으나 워낙 국왕의 처남이라는 권세로 귀양살이는 고사하고 정계에다가 연줄 대기 붕비(朋比:붕당해 자기편들기)가 흥청망청(興淸亡淸)이라 배후세력이 하늘을 찔렸다. 결국은 태종8년 11월19일 사간원(司諫院)에서 민무질(閔無疾)과 거래하는 대구현령 옥고(玉沽,1382~1434)에게 처벌을 요청하는 상소문이 올라왔다. 태종은 대구 현령을 처벌하기는커녕 자기 처남의 처소만을 옮겨 주어라 지시했다. 다음날 11월 20일 처남 민무질을 삼척진(三陟鎭)으로 안치처소(安置處所)를 옮겼다.

사간원 상소문에서는 i) 민무질은 죄를 뉘우쳐 악행을 고치지 않고, ii) 외부 잡인들과 서로 교류결탁을 하였으며, iii) 지역 백성 조득시(曺得時)의 딸에게 장가드는 불법을 자행했다는(不悛其惡, 交結雜人, 又娶土人曹得時之女, 恣行不法) 등. 이에 대해선 대구현령 옥고(玉沽)에게 심문조사조차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이와 같은 내용으로 봐서는 꽃섬에 절도안치(絶島安置) 혹은 위리안치(圍籬安置)는 못 했을 것이고, 겨우 주군안치(州郡安置) 정도 했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오늘날 꽃섬(河中島)은 과거 위리안치를 했던 인절고도가 아니다. 새해 아침 해맞이를 함지산자락 망일봉(望日峰)에서 하면서 금호꽃섬을 올해도 내려봤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달구벌의 맥박은 꽃섬에서 뛴다. 금호꽃섬이 바로 금호잠용의 심장이기 때문이다. 심장이 뛰어야 생명체에 봄이 오고, 꿈을 꿀 수 있는 의미를 주며, 미래를 그리게 하는 팔레트에다가 색채를 제공한다. 밤하늘에 별들이 금호에 쏟아졌다는 옛 전설이 아니더라도, 한반도의 아침 동이 이곳 금호에서 동이 튼다(Dalgubeol’s pulse beats on This Flower Island. Is because This Kumho Flower Island, Is the very heart of Kumho Jamyong. When the heart beats, spring comes to living things, gives meaning to dreams, and provides the colors of the palette to draw the future. Even if it is not an old legend t㏊t the stars in the night sky poured down on This Lake Kumho, The Morning of the Korean Peninsula rises here in this Kumho Lake).”를 영어와 원경을 스케치한 그림과 같이 외국 지인들에게도 보냈다.

◇대구시민의 월든 연못(Walden’s Pond), 금호(琴湖)

세계적 명문대학(Harvard, MIT 및 Oxford University 등)과 대자연의 조화 속에서 인간다움을 추구하고 있는 인문학도시(Humanities City) 보스턴(Boston)에는 모든 시민이 월든 연못에서 마음을 깨끗이 씻고(洗心淨), 그리고 미래무지개를 그린다(劃來虹). 보스턴시 콩코드의 월든 연못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 면적이 136㏊이고, 1845년 여름부터 2년 2개월 2일간이란 짧은 기간 윌든 연못 섶 북쪽 대자연 속에서 초월론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1862)가 거주했던 곳이다. 1854년에 ‘월든연못 또한 숲속의 삶(Walden or Life in the Woods)’이라는 책까지 집필했다. 이로 인하여 월든연못이 세상에 알려졌고, 1962년에는 국립역사랜드마크(National Historic Landmark)란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오늘날 보스턴시민에게 삶의 미학(aesthetics of life)을 낳는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대학생들이 누구나 읽게 되는 ‘월든’이란 책을 ‘대자연에 대한 예찬과 문명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긴 불멸의 고전’이라는 광고문이 어떤 면에서는 핵심을 찔렸다. 그러나 초월론자 소로의 생각은 ‘삶은 고통과 기쁨의 미분학’이었고, ‘단순함을 추구하는 삶의 소명(the pursuit of simplicity is the calling of life)’으로까지 파고들었다. 그의 저서 일부분을 인용하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 시간의 잔고에는 늙음과 젊음이 따로 없다. 한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순간순간을 헛되게 보내지 말라. 하루하루를 충만한 삶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스스로 자기 삶을 다져야 한다. 어디에도 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살라. 그렇게 하고자 나는 오늘 저녁 월든 호수로 떠난다.”

금호강이 오늘날 대구시민에 제공하는 건 보스턴의 월든 연못 그 이상이다. 시민에게 뚝~던져주는 삶의 미학만으로도 복잡한 현대사회라는 세속의 근심·걱정에 찌들었던 마음을 깨끗이 씻어주는 건, 바로 오늘날 초딩용어로 골때리기를 멍때리기로 바꾸는 것이다. 사실은 i) 눈을 닦고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면 눈을 씻는다(洗眼). ii) 못 들어야 할 것을 들었다면 그것이 마음에 남아있다면 귀를 씻어야 한다(洗耳). iii) 그렇게 해도 마음에 앙금이 붙어있다면 마음을 씻어야 한다(洗心). iv) 하지 말아야 할 짓거리를 하거나 만들지 않도록 손 씻기(洗手)를 해야 한다. 종교적인 정화의식으로 손 씻기가 코로나 팬데믹 때 방역방법으로 이용되었다. v)습관적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서 발 씻기(洗足)가 선비들의 피서법으로. 맑은 물에 발을 담그면서 음풍농월했던 탁족시회(濯足詩會)도 소요유문화(逍遙遊文化)의 하나가 되었다.

옛날 어릴때 들었던 이야기인데, 후한 말에 황보밀(皇甫謐, 215~282)이 쓴 ‘고사전(高士傳)’에 나오는 고사로 “기산영수에 은둔해 살았던 소부와 허유라는 선비가 있었는데, 소부의 능력을 인정하고 요임금이 천하를 맡아달라는 말을 듣고 더러운 말을 들었다고 곧바로 귀를 씻었다. 마침 소를 몰고 가던 허유가 귀를 씻는 모습을 보고 물었다. 천하를 다스려달라는 말을 들었고 귀를 씻었다고 하자, 그 더러운 물을 소에게 먹일 수 없다고 하면서 소를 끌고 상류에 가서 먹였다.” 여기서 ‘귀씻기(洗耳)’가 생겨났다고 보고 오늘날 우리도 새로운 세상을 보고자 눈을 몇 번이고 닦고 씻어본다(洗眼). 오랜 습관이나 못 된 버르장머리를 고친다는 의미로 손 씻기 혹은 발 씻기는 신의 숨겨둔 진리로 단순한 신비의 차원을 넘는다. 예수는 십자가처형 전야(the night before his Crucifixion)에 자신의 열두 명의 제자들의 발을 몸소 씻겨주었던 마지막 만찬(Last Supper)을 통해 마음속 앙금까지 다 씻을 수 있었다.
 

 
글= 권택성<코리아미래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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