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나이 50 이후, 나의 삶을 살아야 할 때
[달구벌아침] 나이 50 이후, 나의 삶을 살아야 할 때
  • 승인 2023.10.0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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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 소장
시원한 바람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에어컨 없이 살 수 없었던 무더운 여름을 지나온 우리로서는 너무나 반가운 바람이다. 하지만 너무 반가운 마음에 창문을 열고 잠을 잤다가는 큰일난다. 새벽 찬 바람에 코감기, 목감기가 들기 딱 좋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과일이 빨갛게 볼을 붉히고, 곡식이 차분히 고개를 숙이는 가을이 시작되었다. 하늘도 높아지고, 겨울을 준비하는 동물도 살을 찌운다.
우리 인생을 계절에 비유하기도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로 인생을 나누어 자신이 현재 어느 계절에 속해 있는지 살펴보자. 100세 인생, 나이로 구분하여 보자면 쉽게 25라는 숫자로 네 번 나눌 수 있겠다. 크게 25, 50, 75, 100으로 나누고 계절에 빗대어 본다. 그런데 여기서 먼저 짚어야 할 부분은, 사람의 각자 다른 환경적 요인으로 단편적인 나이로 구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을 전제할 필요가 있다. 편의상 25, 50, 75, 100이라는 범위를 정한 것일 뿐, 그냥 대략적인 구분을 위한 구간 정도로 이해하시길 바란다. 사람은 모두 달라서 같은 시간 속에서도 같은 시간을 살아가지 않고, 경험하고 인지하는 세월의 속도도 다르고,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심리적 나이, 사회적 나이 등도 모두 다를 수 있음도 전제할 필요가 있겠다. 아무튼 그 부분을 전제한 상태에서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겠다.
먼저 인생 첫 번째 계절은 봄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25세까지를 '봄'에 비유할 수 있다. 봄이 되면 모든 만물이 살아난다. 죽었다 싶었던 마른 겨울나무에서 여린 새순이 눈을 틔운다. 이때는 정말 모든 것이 신비롭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계절이다. 봄은 여리지만 가장 강력한 계절이기도 하다. 차갑고 단단한 땅과, 딱딱한 마른 나뭇가지를 뚫고 나오는 여린 새싹은 절대 약하지 않다. 그 어떤 것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봄의 계절에는 '자녀의 삶'을 살아간다. 누군가의 자녀로 태어나고 부모 된 사람들의 그늘 아래 보호받고 자라는 성장의 시기가 우리 인생, 첫 번째 계절이다.
인생 두 번째 계절은 여름이다. 나이로는 봄이라 칭했던 25세까지의 나이를 넘어 50세까지를 말한다. 여름은 그야말로 푸르른 계절이다.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정열적인 계절이다. 여름의 계절은 '부모의 삶'을 살아가는 시기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누군가의 부모로서 살아가는 나이가 된다. 물론 요즘은 결혼도 늦게 하고, 비혼, 혹은 아이를 갖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이 시기는 가정 안에서든, 아니면 사회 안에서 부모의 역할을 해야 하는 시기다. 누군가를 돌봐주어야 할 의무가 있어서, 아이, 혹은 자신의 나이 든 부모를 돌봐주는 부모의 삶을 살아가는 시기가 된다.
인생 세 번째 계절 가을이 바로 오늘 이야기할 계절이다. 숫자적 구분으로는 50을 넘어 75세까지라 할 수 있겠다. 이 계절은 자녀의 삶, 부모의 삶이라는 두 계절의 시간을 지나 이제는 진정 누구의 삶이 아닌 '나의 삶'을 살아야 할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는 자신의 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자신의 꿈을 완성해야 할 시기가 된다. 열매가 익는 가을처럼 우리 삶에 열매를 익혀야 한다. 먹음직해야 하고, 보암직도 해야 한다. 인생의 잘 살고, 못 살았음의 평가가 이때 제일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열매가 없는 가을은 처량할 뿐이다. 나눌 것이 없고, 보여줄 것 없는 가을은 쓸쓸하다. 그래서 가을을 풍성하게 만들어야 한다. 봄, 여름 동안 만든 열매를 이제는 맛있게 익혀 가야 한다. 멋스럽고, 맛스러운 삶이 되어야 한다. 나뭇잎도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맘껏 삶을 즐기는 계절이 가을이다. 먹을 것이 많은 풍요로운 가을이 되도록 이제는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 진정 자신의 삶을 완성시켜야 한다.
우리 인생 마지막 계절은 겨울이다. 가을을 지나 75세가 지나면서 육체적으로 휴식이 필요한 시기가 온다. 이 계절은 '하늘의 삶'을 살아야 한다. 하늘이 언제 불러도 '네~'하고 길 따라나설 수 있는 채비를 언제든지 하고 있어야 한다. 가을 동안 뽐냈던 화려한 옷도 미련없이 벗어던질 줄 알아야 하고, 마른 가지만 남겨 맨살을 보여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겨울나무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 순간에 의연하고 초연할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길 두 손 모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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