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군위 화산마을...하늘 아래 마을 일군 손길, 인생샷 명소 만들다
[2023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군위 화산마을...하늘 아래 마을 일군 손길, 인생샷 명소 만들다
  • 배수경
  • 승인 2023.10.04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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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700m 계절마다 다른 풍경
주민 직접 6.7㎞ 진입로 만들어
풍차전망대·포토존·꽃밭 조성
주말에만 관광객 1천여명 이상
군위 화산마을은 화산(828m) 정상 부분, 고도 7백 미터 부근에 있다.좁고 긴 꼬부랑길을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눈앞이 훤해지며 마을이 나타난다.멀리 군위호가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절경이다.
군위 화산마을은 화산(828m) 정상 아래, 고도 7백 미터 부근에 있다.좁고 긴 꼬부랑길을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눈앞이 훤해지며 마을이 나타난다. 멀리 군위호가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절경이다. 김선국 객원사진기자

 

 

※경상북도 군위군은 2023년 7월 1일 대구광역시 군위군으로 행정구역이 바뀌었습니다.

‘하늘 아래 첫 동네’는 고지대 마을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이 말은 곧 첩첩산중이라는 말로 통한다.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오지라는 말이기도 하다. 하늘 아래 첫 동네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지리산 와운마을이나 지금은 철거된 심원마을 같은 곳을 떠올린다. 이들 마을은 도시민들이 가까이하기에는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먼 거리감이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인구 240만명이 생활하는 대구광역시, 바로 우리 곁에도 하늘 아래 첫 동네가 있다. 대구시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북 4리, 화산마을이 그 곳이다.

대구 도심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마을은 해발 700m 고지대에 위치해 어디로 눈길을 돌려도 절경이다. 아침이면 산허리를 감싸고 피어오르는 운무에 마음을 뺏기고 낮에는 군위호의 윤슬에 또 한 번 홀리는 곳이다. 봄이면 온 산이 신록이 되고 여름이면 짙은 녹음이 청량감을 더해 준다. 가을은 만산홍엽, 겨울은 백설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이다.

 

화산마을에서바라본군위호
화산마을에서 바라본 군위호.

화산마을은 화산(828m) 정상 아래, 고도 7백 미터 부근에 있다. 대부분의 농촌 마을들이 자연스럽게 취락이 형성된 것과는 다르게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마을이다. 1962년에 만들어 졌으니 그 역사는 이제 60년이다. 짧은 역사와는 달리 개척민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마을은 최근에는 경관이 좋고, 공기가 맑고, 뷰가 좋은 곳으로 알려져 핫(Hot)하게 떠오르고 있다.

의성에서 영천으로 가는 28번 국도에서 벗어나 6.7km에 이르는 꼬부랑길을 오르면 별천지 같은 마을이 나온다. 수십 구비를 돌고 도는 길이다. 돌고 도는 산길이라 지루하지 않다. 길 양편에 늘어선 큰 소나무들은 언제 봐도 정겨움 그 자체다. 긴 꼬부랑길을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눈앞이 훤해지며 인간세상이 아닌 것 같은 별천지가 펼쳐진다. 현재 56가구 117명의 주민들이 생활한다.

 

1962년 산지개간정책 영향
180가구 1천여명 규모 이주
잡목 베고 땅 파고 개간만 2년
웅덩이에 빗물 가둬 식수로 써

1960년대 산업화에 따라 ‘이촌향도’(離村向都)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을 때 180가구에 1천여 명이 넘는 결코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산골로 들어왔다. 아버지는 지게에 솥단지를 지고 어머니는 머리에 이불 보따리를 이고 좁고 험한 산길을 올랐다. 아이들은 영문도 모르고 어머니의 손을 잡고 올랐다. 1962년 국토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시행된 산지개간정책에 따라 산골로 이주해온 개척민들이다.

이들에게는 방 1칸, 부엌 1칸의 7평짜리 작은 집이 주어졌다. 3대가 함께 온 대가족들도 이 좁은 집에서 함께 살았다. 어쩔 수 없이 부엌을 방으로 개조하고 가적을 달아내어 조금이라도 넓게 쓰려고 안간힘을 썼다. 가구당 임야 6천평이 주어졌다. 이 산을 스스로 개간해서 살아야 했다. 아름드리 낙엽송과 잡목을 베어내고 곡괭이와 쇠스랑으로 땅을 팠다. 수없이 나오는 돌을 들어내고 밭을 일구었다. 장정 한 사람이 하루 종일 매달려 아름드리나무 뿌리 하나를 캐내는 것도 벅찼다.

산비탈 개간에 2년 이상이 걸렸다. 개간을 하는 동안에는 원조로 들어온 옥수수와 밀가루가 식량으로 배급됐다. 쌀은 구경도 할 수 없었다. 가장 힘든 일은 물이었다. 산꼭대기라 물이 귀했다. 큰 웅덩이를 파고 빗물을 가두어 식수로 사용했다. 그렇게 개간한 밭에는 옥수수와 감자, 콩을 심었다. 옥수수밥과 감자밥은 주식이 됐다. 옥수수와 콩을 등짐으로 지고 신녕장이나 의흥장에 내다 팔고 보리쌀을 사왔다. 간혹 가다 사온 쌀은 할아버지의 밥에 조금 섞는 것이 전부였다. 힘든 노동에 옥수수밥과 꽁보리밥으로 연명하다시피 했다. 180가구로 시작한 마을은 육군3사관학교 훈련장이 들어서고, 불편한 마을을 떠나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20가구로 줄었다. 최근에는 귀촌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다시 56가구로 늘어났다. 마을의 매력에 빠져 이곳에 정착하는 가구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화산마을포토존
화산마을 어디에서 찍어도 인생샷을 얻을 수 있다. 발아래 군위호가 내려보이는 포토존이 인기다.

화산마을에는 두 가지 보물이 있다. 경관과 단합이다. 어디로 눈길을 돌려도 절경이다. 어디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인생샷이 나온다. 발아래에 펼쳐진 운무는 구름바다다. 멀리 군위호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환상 그 자체다. 여기에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공기를 맞으면 가슴이 뻥 뚫린다. 밤에는 별빛이 쏟아진다. 사람이 살기 가장 좋다는 고도 700m도 한몫을 한다. 서애 유성룡은 화산에 올라 옥정의 맑은 물을 마시고 ‘신선의 근원은 여기에서 비롯된 인연이 있구나’라고 하는 한시를 남겼다.

7월말이면 3천평의 황금빛 해바라기밭이 펼쳐져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7월말이면 3천평의 황금빛 해바라기밭이 펼쳐져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자연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사람들도 있다. 마을을 개척할 때 동고동락한 결과로 서로 간에 단합이 잘 되고 정이 많다. 어렵던 시절에는 옆집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게 옥수수나 보리쌀을 문 앞에 두고 갔다. 6.7km에 이르는 진입로는 주민들이 삽과 곡괭이로 만들었다. 군부대가 들어오면서 확장됐으나 여전히 자갈길이었다. 군위호가 만들어지고 댐 주변 지원사업비로 10억 원이라는 거금이 배정됐을 때 분배하지 않고 도로포장 공사비로 사용했다. 사업비를 공동으로 사용하는데 반대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주민들의 단합력을 나타내는 단적인 사례다.
 

화산마을풍차
풍차전망대.

이제는 천하제일의 절경이라는 화산마을을 더 아름답게 가꾸는 일에 힘을 모으고 있다. 풍차전망대를 만들고 황금빛 해바라기 꽃밭도 만들었다. 군위호를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액자형 포토존은 관광명소가 되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19년에 농식품부의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경관환경분야 금상을 수상했다. 콘테스트에선 마을의 개척 역사를 담은 퍼포먼스를 선보여 극찬을 받았다. 마을 주민 40명이 배우가 되어 100일 동안 연습했다. 2020년에는 국가균형발전 우수마을로 선정됐고, 아름다운마을 만들기 경진대회 금상도 수상했다.

마을은 이제는 쉽게 닿기 힘든 오지가 아니라 주말에는 1천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오는 핫플로 자리 잡았다. 늘어나는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도 만든다. 3천평 규모의 대형 주차장이 완공되면 승용차 300대와 관광버스 10대를 주차할 수 있게 된다. 관광객을 태우고 화산마을 전체를 돌아볼 수 있는 트랙터를 이용한 관광마차도 준비중이다.

김병태기자·홍상철수필가
 

<우리 마을은>

 

화산마을이장
 

김수자 이장 “골목길 확장·주차장 확충, 관광 편의 제공”

“자연에서 나오는 제철 나물로 자연밥상을 차리고 쾌적한 전원생활을 하는 것”이 김수자 화산마을 이장의 오랜 꿈이었다고 했다. 어느 날 화산마을을 찾았다가 군위호에서 피어오르는 운무에 반해 바로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마을로 들어왔다. 김 이장은 대구에서 18년 동안 출장뷔페업을 운영한 요리사였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 음식을 만들어 현장에서 진열해주는 맞춤형 뷔페였다. 간단한 국밥에서부터 50여 가지에 이르는 반찬과 요리를 만드는 식단까지 음식과 관련된 모든 것을 했었다. 식재료만 보면 무슨 음식을 만들어야 할지 머릿 속에 훤히 그림이 그려지고, 한두 가지의 식재료만으로도 수많은 종류의 음식을 만들어 내는 등 음식의 달인이라 불릴 정도였다.

2013년 홀로 화산마을로 귀농해 자연밥상과 약선요리를 차려 내면서 치유농장과 펜션을 운영한다. 귀농 후 농업과 농촌에 대한 많은 교육을 받으면서 농촌에서 해야 할 일거리를 찾고, 농촌의 자원을 활용해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터득했다. 귀농 2년 만에 마을 부녀회장으로 추대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시도한 일은 절임배추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동안은 가격이 떨어지면 밭에서 애써 키운 배추를 수확도 하지 않고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왜 배추를 수확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수확하는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소금만 있으면 버려지는 배추를 절여 김장용으로 비싸게 팔 수 있는데 그냥 버리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마을 어르신들을 설득해 절임배추를 만들어서 판매를 시작했다. 청정지역에서 생산한 고랭지배추를 절여서 판다는 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는 순조로웠으나 어르신들과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주문량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결국 군위군에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절임배추 공장시설을 지원받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와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사업에도 함께해 금상을 수상하는 결과도 만들어냈다.

지난 1월 마을 이장이 되면서 김 이장이 세운 계획은 ‘화산다움’을 지키면서도 하루 1천여 명이상의 관광객들이 겪는 불편함을 줄여 나가는 일이다. 우선적으로 좁은 골목길을 확장해 차량통행을 원활하게 할 계획이다. 관광객 증가에 대비해 주차장과 화장실 등을 확장해 불편을 없애는 일도 추진한다. 화산마을의 개척사와 화산산성 축조과정에 얽힌 스토리를 발굴하고 이것을 벽화와 조형물로 표현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또한 감자떡과 화전민 밥상 등 추억의 먹거리도 개발할 예정이다. 홍상철수필가

<가볼만한 곳> 

사라온이야기마을
 

◇사라온 이야기마을

‘사라온 이야기마을’은 군위의 역사와 문화관광, 조선시대의 생활과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형 테마공원이다. 조선시대 실제 마을처럼 꾸며진 마을에서 당시의 생활을 체험하고, 선조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적라촌, 적라청, 적라골 등 3개 테마로 구성됐다. 적라촌에서는 마을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민중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며 선조들의 삶의 지혜를 배우고, 신명나는 놀이도 할 수 있다. 동제당과 성황골 점집, 껏득골 기생학교, 밤마실다원, 우무실 민가, 마시리 주막, 장수골 한의원, 쇠똥골 서당, 화실 도화원이 있다.

적라청은 덕치본청을 중심으로 까치래기 치안대, 피밭골 검안소, 가지골 미로 등에서 마을의 분쟁을 다스리고 백성의 안전을 지키는 관리들의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다. 왜적의 침략에 맞서는 용맹한 의병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구성된 적라골에서는 착시의 방 지나기와 활쏘기, 깃털화살 던지기 등 의적 훈련체험을 할 수 있다. 굴렁쇠돌리기, 제기차기 등 다양한 전래놀이체험을 비롯 호랭이와 해님달님 여덟고개 미션도 진행된다. 미션을 모두 마치면 선물도 받아간다. 토·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사라온 인형극장도 운영한다. 군위읍 동서길 49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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