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력에는 예외가 없다
[기고] 중력에는 예외가 없다
  • 승인 2023.10.0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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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훈 안전보건공단 대구서부지사 건설보건부장
“악! ~ 쿵!”, 뒤이어 “사람이 떨어졌다~” 는 소리에 작업자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오늘도 소중한 생명이 건설현장에서 작업 중 떨어진 것이다. 과거 입사 몇 년 되지 않은 시절 일이다. 당시 부장님하고 현장에 도착해서 현장사무실 관계자와 인사 후 현장점검을 하기 위해 막 나오려는 찰나, 어디에서 사람이 떨어졌다는 소리를 듣고 뛰어갔다. 쓰러진 재해자를 직접 본 순간, 내 손에는 항상 들고 있던 카메라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꼼짝을 못하고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었다.

“어이~ 손 대리! 뭐해 사진 찍어” 옆에서 부장님이 하신 말씀이 들렸다. 얼떨결에 카메라를 잡고 버튼을 계속 눌러 댔다. 또 다른 현장관계자는 119에 전화하고 쓰러진 재해자 상태를 보고 있었지만, 이러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있었다.

최근 3년간(2020~2022년) 산재보상 승인기준을 보면 건설업 사망사고자 전체 1천277명 중 떨어짐이 699명(54.7%)으로, 1주일에 4명꼴로 떨어짐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중 ‘지붕’에서 떨어진 사람이 125명이며, 주로 봄·가을철(125명중 89명)에 많이 발생하였다. 봄(3~5월)에는 날씨가 따뜻해져 쌓인 눈이 녹고 가을(9~11월)에는 장마와 집중호우가 끝나서 공장과 축사의 지붕 개보수작업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금액별로는 대부분 50억 미만 소규모 현장, 초단기공사(1~2일)에서 발생하였다. 대부분 민간발주 공사로 안전담당 직원이 없고 기본적인 안전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소규모 건설업체에서 진행하는 현장들이다.

지금은 안전의식이 많이 변했지만, 가끔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안전조치를 잠시 임의로 제거하고 이동하거나 작업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감시하는 관리자도 빤히 보고도 묵인하는 경우가 있다.

“잠깐인데 괜찮겠지” 하고 모두가 방관하는 순간 사고는 일어난다.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반드시 중력은 작용한다고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높은 장소에서 작업하는 경우 안전조치를 2~3중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시간과 비용 등의 문제로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한다. 안전조치를 한다지만 완벽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위험요인을 수시로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요즘 실시하는 위험성평가의 주요 핵심사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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