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비가 오면 밖으로 튕겨져 나간다 그리고 비를 향해 얼굴을 그대로 내어준다 사람들은 그를 낭만적이라고들 한다 혹은 미친 게 분명하다고도 말한다 어느 누구도 그것을 확인하거나 궁금해 하지는 않는다 다만 신기하게 재미있게 쳐다볼 뿐이다 하지만 남자에겐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뛰쳐나가도록 하는 이유가
불덩어리 같은 격한 울음이 불안하게 매달릴 때 알았다 밖으로 터져 나올 수 없는 울음이란 걸. 삼키고 삼켰다가 다져지고 다져진 울음이 벌겋게 안구까지 덮어오고 더 이상 눈물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남자는 눈물과 닮아있는 비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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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경남 마산産으로 현재 창원에서 詩作활동중, 낮은 시 동인. 한국시민문학협회 회원, 現) 시민문학 연구위원
해설>영화를 보면서 가장 슬피 울던 장면이 생각난다. 조용히 어깨를 들썩이는 사내 옆 창문에 비가 뿌려지고 있었다. 유리창을 타고 내려오는 장면이 클로우즙 된다. 그 비는 이내 사내의 눈물로 연상되었다. 비는 눈물을 위장할 수 있는 좋은 은신처다. 그래서 남자는 비를 좋아하고 기다리는 것일까?
-김연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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