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화장하는 여자
[좋은 시를 찾아서] 화장하는 여자
  • 승인 2023.10.1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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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호 시인

출근 시간은 한걸음 빨리 온다

손거울로 들어간 손끝이 부산하다

지하철이 흔들릴 때마다

눈썹 선을 잡는데

애먹는다, 새의 깃털 같다

저 여인의 눈썹은 어떤 새의 깃털일까?

얼핏, 모나리자의 눈썹이

파랑새가 되어 날아갔다

이번 역은 시청역입니다

포르릉 팔색조 한 마리 날아간다

◇송병호= 2016 계간 ‘詩苑’ 2018 ‘예술세계’2019 ‘국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김포문학상 대상. 중봉 조헌문학상. 강원일보 DMZ 문학상 수상. 시집 ‘궁핍의 자유’ ‘환유의 법칙’ ‘괄호는 다음을 예약한다’가 있다. 가천문화재단과 김포문화재단에서 창작지원금 수혜. 사) 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제11대 회장. 목사.

<해설> 지하철 안에서 화장하는 여자를 보고 시를 건질 수 있다니, 놀랍다. 누구도 시를 생각하지 못할 상황과 장면을 시로 쓴다는 것, 새로운 발견임에 틀림이 없다. 더군다나 흔들림 속에서 눈썹 선을 잡는 그 세밀한 관찰과 묘사는 김춘수 시인의 “귀뚜라미 무릎도 젖는다”에서의 예리한 관찰과 일맥을 같이한다. “애먹는다”라는 시인의 일갈 같은 시각과 함께 눈썹을 새의 깃털로 그러다가 “모나리자의 눈썹이 파랑새가 되어 날아갔다”라고 하니, 놀라운 상상 아닌가. 아무튼, 지하철의 아침은 포르릉 날아가는 팔색조 한 마리로 인해 살아있음의 순간적인 신비를 느낄 수 있는, 직업이 목사이기도 한 송병호 시인의 그런 생명 사상은 독자에게 모든 삶이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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