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등하교
[달구벌아침] 등하교
  • 승인 2023.10.1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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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홍희가 초등학교를 가는 길은 꽤 험난했다. 홍희마을과 학교 사이에는 낮지만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산이 펼쳐져 있었고, 그 산 정상이 공동묘지엿다.

홍희 마을은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지만 얕은 산을 올라가서 산길을 넘어야했고, 공동묘지를 통과해야 했다. 가깝지만 울퉁불퉁하고 오르락내리락하고 위태위태한 길이었다.

다른 마을 아이들은 멀지만 잘 닦인 길을 자전거를 타고 왔다. 걸어서는 1시간이 훨씬 넘을 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고 오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지친 기색을 느끼지는 못했다.

멀리 사는 아이들이 일찍 오고, 가까이 사는 아이들이 지각을 잘 한다는 말이 있다. 가까워서 늦장을 부리다가 지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멀리 사는 아이들은 학교를 가기 위해서 아침 일찍 빨리 준비를 할 것이다. 혹시라도 늦을까봐, 먼 길을 가다가 중간에 지치거나 힘들면 쉬어가야하고, 그런 시간까지 등교시간에 포함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등하교가 하루하루 완수해야할 큰 임무였을지도 모른다. 멀리서 왔기 때문에 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더 안도감과 기쁨이 컷을 수도 있다. 오늘아침 미션을 끝냈다는 안도감과 성취감.

그 아이들은 아침 바람을 맞으며 쌩쌩 자전거를 타고 달려와 생기가 넘쳤다. 비가 올 때 그 아이들은 힘들었다. 제대로 된 우비도 없어 비닐을 덮어쓰고 자전거를 타고 왔다. 비에 젖은 옷과 머리카락이 오는 길이 힘들었음을 말해주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밝았다.

비가 온다고 결석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지각하는 아이들도 없었다. 비에 젖은 머리를 상쾌한 웃음으로 툭툭 털고 수업을 준비했다. 특히 덧니가 난 그 아이의 하얀 웃음이 아직도 싱그럽다.

그 아이들은 멀지만 달리기만 하면 되었다. 홍희처럼 주변을 살필 시간은 없었을 것이다. 홍희는 짧은 거리지만 심리적으로는 꽤나 먼 길이었다. 혼자서는 갈 수 없고, 주변이 나무나 공동묘지로 막혀 있어서 갑갑하고 위태로웠다. 홀로 가기 무섭다는 공포감을 초등학교 등하교때부터 알았다.

그 공포감을 이겨내기 홍희는 혼자 갈 때는 현실을 잊고 상상을 했다. 혼자가 아니라 옆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만들어 내어 이야기 속 인물이 옆에 있는 것처럼 상상했다. 상상만 하는 것도 무서울때는 소리내어 말을 했다. 혼자서 인형놀이를 하는 아이처럼 말이다. 그러면 무서움이 조금은 덜 하였다. 이야기가 진짜인 것처럼 믿으면 믿을수록 무서움이 달아났다. 그래서 혼자 갈 때는 이야기가 현실인 것처럼 이야기속으로 깊이깊이 빠져들었다. 이야기가 현실이 되고, 현실은 망각이 되었다. 그래서 현실보다 이야기속 세계가 더 현실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그 때부터 현실보다 이야기에 더 빠져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학교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기 시작했고, 동화를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현실의 친구들과 노는 것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공동묘지가 끝나갈 즈음에 길 양쪽에는 밭이 있다. 오른쪽 밭에는 자두밭과 사과밭이 펼쳐지고, 왼쪽 밭은 길보다 1미터쯤 높은 데 고추도 심고 깨도 심고 콩도 심는 보통 밭이다. 자두밭에는 하얀 자두꽃이 피었다. 사과밭에는 발그스름한 사과꽃이 피었다. 향내가 살살 난다. 꽃들이 누렇게 지고 나면 굴밤만한 열매가 달린다. 점점 커져 실한 열매가 되면 먹음직스럽다.

과수원을 지나면 동네가 보이고 동네 가운데에 학교가 있었다. 학교교문을 들어서면 넓은 운동장이 보인다. 홍희도 이제야 안심이 된다.

다들 열심히 학교를 다녔다. 홍희처럼 자기 동네를 벗어나 학교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오는 것이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가 아이들에게 가장 즐거운 곳이었다. 배울 수 있고 친구를 만나서 놀 수 도 있고, 다양한 활동들을 했다. 학교는 아이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놀이터이자 공부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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