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법은 만민에게 평등한가
[목요칼럼] 법은 만민에게 평등한가
  • 승인 2023.10.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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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법이란 사회적 존재인 인간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 강제력을 동반하는 사회적 규범이다. 즉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게 하는 강제적 사회생활 규칙인 것이다. 물론 반사회적 행위 및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방법에는 법 이외도 종교, 도덕, 윤리 등 여러 규범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사회적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종교나 도덕처럼 신에 대한 두려움 또는 양심에 호소하는 규범만으로는 더 이상 사회적 평화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강제로 제재할 수 있는 규범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 법이다. 결국 법은 하나의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그 공동체가 추구하는 일정한 모습에 부합하도록 통제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법은 그 공동체를 구성하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며 이를 우리는 ‘법은 만민에게 평등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법이 만민에게 평등한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언제부터인가 회자되고 있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말은 같은 죄를 저질러도 돈 있는 사람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죄가 없어지거나 가볍게 처벌받고, 돈 없는 사람과 권력이 없는 사람은 저지른 죄를 그대로 다 처벌받는다는 말이다. 즉 똑같은 죄를 저지르고도 사회적 계급에 따라 다른 처벌을 받는 현상을 풍자한 말이다. 이러한 일이 과거 신분제 사회였던 왕정시대에서 일어난 것이라면 모를까 만인 평등을 보장하는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서 비록 극히 일부 특권층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일어나고 있고, 사회적 풍자거리로 등장한다는 사실은 불편하지만 진실이다. 이를 두고 각종 법원에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며 어떠한 편견 없이 죄를 단죄하기 위해 ‘눈을 가리고 저울과 칼을 든 정의의 여신 디케’ 여신상에 대해 여신이 눈을 가리고 있어 현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칼을 마음대로 휘두르게 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법 집행에 있어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하는 사법부에서 주로 사회 지도층이라는 정치인이나 경제계 인사들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그 집행을 공정하게 하지 못한다고 느끼게 만 듦에 따라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최근 거대야당의 대표가 각종 범죄의혹에 연루되어 국회의 체포동의안을 받아 청구된 구속 영장이 법원으로부터 기각된 일과 조국 일가, 윤미향의원 관련, 울산시장 선거 비리 등의 사건들에 있어서의 재판 지연, 경제범죄와 관련한 재벌들에 대해 경제발전에 공헌 운운하면서 판결하는 소위 ‘재벌 3·5 법칙(즉 징역3년 집행유예 5년)’, 선출직 공무원의 경우 그 직을 유지시켜주기 위해 어지간한 중죄가 아닌 이상 집행유예조차 선고하지 않고 벌금 또한 100만 원이 아닌 90만 원으로 선고해서 당연 퇴직을 면하게 해주고 있는 판결들을 보면서, 이런 결정이 과연 공정과 형평을 담보하고 법익 형량의 원칙과 형평성의 원칙에 부합하는지 많은 국민들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즉 만약 일반 서민이 그와 같은 여러 가지 범죄의혹에 연루되어 있을 때에도 똑같은 판결이 이루어졌을까를 생각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각종 재판에서 사회적 신분과 금전의 유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느끼는 국민들은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중립성에 대해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법부에서는 절대 그러한 일이 없다고 강변하겠지만, 특정 정파나 이념에 경도된 일부 판사들이 사회적 이슈가 큰 정치 사건에 대해 편향된 재판을 하고 있다고 의심받고 있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고, 이로 인해 어느 기관보다 신뢰받아야 할 사법부가 불신 받는 조직이 되어가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민주국가 유지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가 권력과 금전의 힘에 억눌려 눈치를 보면서 늑장 재판을 일삼고, 법관이 헌법·법률 및 양심이 아닌 개인적 성향이나 이념 편향성에 따른 재판을 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의혹으로 인해 사법 불신이 조장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따라서 진영 논리에 물들어 있다고 의심받고 있는 사법부는 하루빨리 자신들이 독립성을 바탕으로 공정성·중립성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판결을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국민들로 하여금 ‘법은 만민에게 평등하다’라는 확고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자신들의 존재이유임을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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