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등이라는 이름의 산
팔 부 능선에 가을 햇살 걸렸다
멀리서 찾아온 햇살은
황금빛 파이프오르간
하늘에서 내려온 빛의 소리에
품 넉넉해진 여자
단풍은 가슴에서 먼저 번지더니
오르내리는 선율 따라
잉어등 일렁이는 가창천 수면에
시린 눈빛 되어 날린다
혼자 들길 걸어갔다, 혼자 돌아오는 여자
등 뒤를 감싸는 햇살에서
겹겹의 따스한 낙엽 향기가
잉어 비늘 밟고 걸어올
첫눈을 기다린다
◇김정옥= 포항 출생.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한국문인협회, 대구문인협회, 형상시학회 회원. 2022년 예술창작지원금 수혜. 시집 ‘친숙한 문양’.
<해설> ‘잉어등’ 이라는 산의 이름이 정겹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 냉천리의 개울물이 끼고도는 산의 이름이 잉어등이라는 것. 마치 잉어 한 마리가 물 위에 등을 드러내고 있는 형상이어서 누군가 잉어등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 같은데. 이렇듯 지어진 산의 이름, 식물의 이름들을 보면 아마도 시인이 짓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가을이 단풍을 몰고 오고 햇볕이 따사로운 날 시심을 떠올리며 시인은 가창의 행정리 입구 들길을 걸어 잉어등에 오른 기억을 한 편의 시로 쓴 것 아닐는지. 얼마 전 출판사를 오픈하면서 출판사 이름을 잉어등이라고 붙이고 보니, 이 시가 왠지 더욱 공감이 간다. 첫눈 같은 문인들이 책을 내겠다고 사뿐사뿐 걸어와, 사무실 문을 두드리기라도 할 듯.
-박윤배(시인)-